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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도로 말고, 녹지공원 만들자" 서귀포 시민 1000명 공감해
"불필요한 도로 말고, 녹지공원 만들자" 서귀포 시민 1000명 공감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12.10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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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역행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⑫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대신, 녹지공원 조성하자"
서귀포시 현장 서명운동 결과, 1000명의 시민 서명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12월 10일 서명운동에 동참한 (왼쪽)최정희 씨와 (오른쪽)임지인 학생.

“제가 서귀포도서관을 자주 가는데요. 그 앞에 잔디광장에서 자주 놀아요. 잔디광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먼나무가 있거든요. 그런데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생기면 잔디광장도 없어지고, 먼나무도 없어진대요. 그렇게 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임지인(12)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 만난 임지인(12) 학생이 말했다.

12월 10일 금요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이하 ‘서녹사’)’의 서명운동이 있던 날이다.

이날은 지인 학생을 포함해 총 세 명의 시민들이 모여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녹사’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문제점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지난 2019년경부터 도로사업에 얽힌 각종 문제를 지적해왔고, 그 움직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란?

서귀포시 토평동에서 호근동까지 서귀포 구도심 지역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대규모 도로개설 사업이다. 총 길이는 4.2km, 폭은 35m, 왕복 6차로로 계획되어 있다.

도로예정지 바로 앞에는 서귀포도서관, 서귀포학생문화원, 제주유아교육진흥원 등이 위치한다. 도로사업으로 인해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도로가 생기면 사라질 녹지 공간도 있다. 서귀포도서관 앞 잔디광장과 인근 소나무숲이다. 이에 서녹사는 서귀포 구도심의 녹지공간을 지켜야 함을 강조하며, 사업예정지에 녹지공원을 조성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귀포도서관 앞, 잔디광장의 먼나무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요. 먼나무 곁에 앉아있으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엄청 좋아요. 먼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먼나무 위에서 바라보는 서귀포의 하늘은 정말 예뻐요.” /임지인(12)

서귀포를 사랑하는 서귀포 시민, 임지인 학생. 그는 가끔 화날 때가 있단다. 서귀포의 자연이 파괴된 자리에 도로가 뚫리고, 건물이 들어서는 모습을 볼 때면, 슬며시 화가 난다는 것이다.

임지인 학생과 최정희 씨가 서귀포시 중앙로터리 거리를 지나는 시민에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저는 지인이 엄마예요. 지인이와 서명운동에 참여한 건 오늘이 네 번째인데요. 마침 둘 다 시간이 돼서 함께 왔어요. 지인이는 TV나 스마트폰보다 자연을 좋아해요. 아날로그 감성이랄까?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자꾸 자연을 파괴하고, 필요 없는 도로공사를 하려는 행정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최정희(53)

두 모녀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문제에 관심이 많다. 행정이 제아무리 ‘묵묵무답’이라지만, 포기하지 않고 문제 알리기를 계속 할 거란다.

두 모녀가 소속된 시민단체, '서녹사'는 지난 10월 1일부터 매주 금요일, 서명운동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12월 10일 금요일, 11회차 서명운동을 기점으로 1차 목표치인 10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서녹사의 서명운동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점차 추워지는 날씨 탓에 현장 서명운동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간 서명운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온 서신심 씨에 따르면, 서녹사는 총 2000명 시민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온라인 서명운동으로 1000명의 서명이 추가로 확보되면,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 행정에 탄원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꺼이 서명지에 이름을 적으며, 서녹사 뜻에 공감을 표한 현복순 어르신은 이런 말을 했다.

"애기들 뛰어놀게 해줘야지, 젊은 사람들 위해서 미래를 좋게 해줘야지.
출산율 낮다고, 아이 낳으라고 하면서 아이들 위험하게 하면 안 되지.
혹시 우리집에 전화 오면, 내가 꼭 이야기 해줄게요.
내가 무슨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주변 할망들한테도 말해 줄게요."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사업. 아이들 놀이터인 잔디광장과 소나무숲을 없애는 도로사업.

행정이 이 도로사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시민들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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