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공간의 기억을 담는다는 사명감 있어야”
“건축가는 공간의 기억을 담는다는 사명감 있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2.0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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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지역을 말하다] <10> 대전 지역 건축가와의 만남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건축이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건축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대를 만들어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그 시대의 결정(結晶)이다고 외친 건 건축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한다. 시대의 결정을 탐구하려고 그동안 숱한 건축 기획을 하며, 건축가들을 만나곤 했다. 기억 나는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들라면 <나는 제주건축가다>를 꼽겠다.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의 젊은 건축인들이 이야기하는 제주를 담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으나, 다른 지역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침 기회가 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김선영)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회장 문석준)가 공동 주관하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1211일부터 16까지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도가 아닌, 6대 광역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지역의 특성을 살펴보고, 각 지역의 건축가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인터뷰] 엘케이파트너스 이은경 대표

대전의 새로운 지역성은 ‘풍토’가 아닌, ‘문화예술’

“지역 건축를 대하는 선입견은 여전히 남아 있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대전은 차분하다. 사람들도 그렇고, 도시 풍광도 그렇다. 옛 엑스포 남쪽광장 일대는 수목원이어서 좋다. 잣나무도 눈에 많이 띈다. 한치의 뒤틀림 없이 하늘로 쭉쭉 뻗은 잣나무를 비롯한 여러 수종은 대전이라는 지역을 대변한다. 바람이 거친 제주도는 나무도 바람결에 흔들리고 꺾이곤 하지만, 여기는 그냥 온전하다. 풍토는 무시할 수 없음을 대전은 말한다.

이번에 만날 지역 건축가는 여성이다. 엘케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이은경 대표로, 자신의 사무소 이름을 걸고 오픈한 지는 5년이 흘렀다. 기획을 통해 계속 물어왔던 물음을 먼저 던졌다. 건축에서 말하는 지역성이다.

대전 지역에서 활약하는 엘케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이은경 대표. 미디어제주
대전 지역에서 활약하는 엘케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이은경 대표. ⓒ미디어제주

“건축에서 지역을 얘기하는 건 학교에서도 많이 배웠죠. 풍토 건축이라고 말하는 지리학적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다고 봐요. 이젠 인문학적 의미의 지역성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해요. 요즘 대전의 흐름은 문화예술 쪽이거든요. 엑스포 일대에 수목원이랑 예술의전당, 이런 것들이 들어서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많이 찾죠.”

엑스포가 펼쳐졌던 일대는 기존 대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기존의 대전은 정형화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반듯함일까. 뭔가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강했다. 그런 느낌은 대전에서 지속되고 있을까.

“전통적으로 대전에 있는 건축물을 보면 관공서 느낌이나 정형화된 건물, 근대건축물도 있죠.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던 건축물이 현재의 대전은 아니거든요. 충남대 뒤편에도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달라지고 있어요.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이 있고, 엑스포 공원 일대엔 최근 대기업에서 만들어낸 사이언스몰도 있어요. 예전 대전의 반듯하고 정직하고 딱딱했던 것에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그런 공간을 사람들이 많이 찾죠.”

도시는 생명체나 다름없기에 변화에 변화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광역시이면서도 낮은 스카이라인을 보이던 도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이언스몰(대전사이언스콤플렉스)이 대표적이다.

“1993년 엑스포를 할 때는 한빛탑이 높은 건물이었어요. 이젠 더 높은 고층 전망대가 생기고 있어요. 며칠 전 사이언스몰 전망 타워를 밤에 가봤는데 대전의 야경이 내려다보여요. 거기서 본 도심의 모습은 상당히 정제돼 있고, 높이 솟아 있는 건물이 별로 없어요.”

한빛탑은 전체 높이가 93m이며, 전망대는 지상 39m에 위치해 있다. 올해 8월에 문을 연 사이언스몰은 지상 43층으로, 높이는 193m에 달한다. 20년 사이의 변화이며, 두 건축물은 앞으로 달라질 대전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이은경 대표는 높낮이가 있는 스카이라인을 살짝 언급하기도 했다.

“평탄하고 정제된 모습이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게, 단순히 경치로 봤을 때도 재미는 덜 해요. 그보다 건물이 낫다는 의미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대지를 다 채우고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지 않고 밀도를 높이게 된다면 여기 수목원과 같은 공간을 도심에 더 만들 수 있게 되죠. 주변에 여유지가 생기고, 그런 공간은 사람을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낮고 오밀조밀한 도심은 좋아 보일 수도 있으나 대지를 효율적으로 쓰기엔 한정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대전이라는 지역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기에 대전이라는 땅이 지니는 의미를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는 ‘재생산’의 의미를 짚었다.

대전은 단순한 풍토로 지역을 말하지 않고, 최근에는 문화예술로 지역을 말한다. 사진은 엑스포 남쪽광장 일대로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이 보인다. 미디어제주
대전은 단순한 풍토로 지역을 말하지 않고, 최근에는 문화예술로 지역을 말한다. 사진은 엑스포 남쪽광장 일대로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이 보인다. ⓒ미디어제주

“재생산, 아니면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공간들이 있거든요. 과거 충남도청사는 1930년대에 만들어졌어요. 그걸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하면서 계속 쓰고 있어요. 관사촌도 젊은 예술가를 위한, 아니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을 시켰죠.”

그는 ‘건축사와 함께하는 청소년 건축여행’을 해오며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역에서 일을 하는 게 쉽진 않다.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예전처럼 지역의 경계가 명확하지가 않아요. 온라인상에 건축 상담 플랫폼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지역을 넘나들고 설계를 하기에 더 어려워지죠. 건축주도 그렇고, 공공건축에서 하는 것도 선입견이 조금 있어요. 외부에서 누군가가 들어와서 하니까 잘하겠지? 이런 부분들이 있고, 지역에서하면 조금 뭔가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있고, 그런 선입견이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죠.”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은 없을까.

“지역에 있는 건축가들도 지역을 벗어나서 작품을 내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그런 선입견은 각자의 노력 외에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걸 해결할 왕도는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지역의 건축가로서 사명도 지닌다. 학생들을 위한 건축여행은 그에겐 작은 일이며, 더 큰 일이 지역 건축가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지역 건축가들이 참여해서 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엑스포 과학공원의 과거 기억을 담은 것들도 건축위원회 심의제도를 활용해서 가능했어요. 규모 있고 대전의 경관 이미지나 이런 지역 건축의 특색을 남길 수 있는 건물에 참여를 하는 길을 관에서도 신경을 써줘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어렸을 때 기억했던 공간의 기억을 담는다는 사명감도 있어야 해요. 그건 돈과는 별개의 마음으로 해야 되죠. 상당히 피곤한 일일 수도 있고 시간을 쓰고 노력을 기울였는데 성과가 전혀 없을 수도 있고 보람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멈추지는 말아야죠.”

마지막으로 그는, 건축 관련 행사는 학생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 건축여행’을 여행 가이드처럼 해온 그는, 그 행사로 인해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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