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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피의자 '정신병' 주장에... 증인 다수, "사실 무근"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피의자 '정신병' 주장에... 증인 다수, "사실 무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12.08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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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살인교사 혐의 피의자 '정신병' 주장
3차 공판 출석 증인, "피의자 정신병 없어, 오히려 명랑한 성격"

피의자와 증인 상반된 증언, 진실 확인 위한 여정 계속될 듯

22년 전 살인사건, 방송에서 스스로 ‘범행 교사’ 증언한 피의자
1차 공판에서 돌연 증언 번복… “정신병 때문에 한 거짓말?”

1999년 11월 5일 오전 제주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55.사진 가운데 검은색 옷)씨가 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1999년 11월 5일 오전 제주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55.사진 가운데 검은색 옷)씨가 지난 8월 18일 제주국제공항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2년 전 있었던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과 관련,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A(55, 남)씨가 오히려 살인 행위를 저지른 ‘진범’이라는 주장이 재판장에서 나왔다.

특히 다수 증인들이 ‘피의자가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라는 취지로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지만, 피의자는 스스로 ‘정신병’이 있다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피의자에게 씌워진 ‘범행교사’ 혐의를 검찰이 입증할 수 있을 지, 여부와 함께 △증인들과 피의자 사이 상반된 증언에 대한 진실공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피의자 A씨(55, 남)는 제주에서 이승용 변호사를 1999년 11월경, 살인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살인사건에서 피의자가 특정될 수 있던 이유는 지난 2020년 6월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덕이 컸다. 피의자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A씨)이 조직폭력배 두목의 지시를 받고 범행을 계획, 같은 조직원이자 속칭 ‘갈매기’로 불리는 동료에게 범행을 교사했다’ 증언한 것이다.

당시 방송에서 피의자는 동료 조직원 ‘갈매기’에게 "피해자(이승용 변호사)를 손 좀 봐줘라"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살인교사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후 피의자는 돌연 진술을 번복한다. 방송에서 증언한 내용이 자신이 앓고 있는 정신병(리플리증후군) 때문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리플리증후군’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며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진실로 믿어버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지난 1, 2차 공판에서 피의자는 방송에서 자신(피의자)의 발언이 정신병에 따른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왜 갑자기 진술을 번복한 걸까.

일각에서는 그가 ‘공소시효 만료’로 사건을 오인한 채 방송에 나왔다가,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1999년 11월이다. 당시법에 따르면, 살인 범죄의 공소시효는 이로부터 15년. 단순하게 보면, 해당 사건은 지난 2014년 11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이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해외에 머물러 있던 기간이 있다며, 공소시효를 다시 산정하고 있다. A씨가 해외에 머문 기간이 8개월 26일 이상이라,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개정 형사소송법이 적용된다는 해석이다.

 

12월 8일 3차 공판 속행, 증인 다수 증언 대부분 일치
“피의자, 정신병 이력 없다”… 피의자 주장과 정면대치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12월 8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가 속행한 3차 공판에서는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의 공판은 5명의 증인 신문으로, 5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뤄졌다. 증인 각각 발언의 일치 여부를 통해 피의자의 주장, 혐의 등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이날 증인들이 발언한 기억의 조각들은 대부분 그 내용이 일치했다.

특히 증인 다수는 피의자가 앓고 있다 주장한 ‘정신병(리플리증후군)’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증인 B씨는 피고인에게서 정신병 증상을 발견한 적이 없다 증언하고 있다. 피고인에게 금전을 빌려준 후 이를 돌려받으려는 과정에서 수 차례 만났지만, 정신병 증상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날 B씨는 피고인으로부터 총 4차례 흉기(칼)로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는 과정에서 언쟁이 붙었고, 이에 피고인이 칼로 수 차례 협박을 했다는 증언이다.

그러면서 B씨는 피고인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다, 정치 쪽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다, 나중에 세상에 알릴 거다” 등 발언을 들은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증인 C씨 또한 피고인의 정신병 주장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C씨는 “피고인이 우울증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가”라는 취지의 검찰 측 질문에 “전혀 (우울증 관련 질병이) 없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피고인은 평소 “명랑한”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또 C씨는 피고인으로부터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있다고 진술했다.

C씨는 피고인이 흉기로 B씨를 위협했던 현장(식당)에 함께 있던 인물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협박용으로 사용했다는 흉기의 길이나 생김새 등은 B씨가 증언한 바와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C씨는 피고인과 가까운 사이였다며 증언을 주저하면서도, ‘피고인이 사람을 살해했다는 식의 발언을 무용담처럼 했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털어놨다.

다만 C씨는 피고인이 살해한 사람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승용 변호사)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피고인이 이야기했고,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은 들은 바 없다”는 증언이다.

증인 D씨는 피고인의 연인 E씨로부터 중요한 증언을 들었다고 발언했다.

D씨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했다”라는 고백을 연인 E씨에게 하게 된다. 그리고 피고인과 사이가 멀어진 후, 연인 E씨는 이를 D씨에게 털어놓는다.

이와 관련, 피고인과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E씨는 이날 증인으로 참석해 비공개 증언을 진행했다.

피고인은 자신에게 씌워진 살인교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정신병(리플리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과거 스스로 범행을 자백한 내용이 모두 정신병에서 비롯된 거짓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3차 공판에 출석한 증인 다수는 피고인으로부터 정신병의 징후 혹은 사실을 느낀 적이 없다 발언하고 있다.

피고인과 증인 다수의 주장이 각각 상반된 상황에서, 3차 공판에서의 진실공방에도 시선이 몰릴 전망이다.

4차 공판은 12월 2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속행된다. 이날 또한 다수의 증인 신문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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