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59년 잠들었던 어머니를 깨우다'
'59년 잠들었던 어머니를 깨우다'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10.29 0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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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②]4.3도민연대, 27~28일 전국4.3유적지 순례
61명의 서대문형무소 4.3희생자 위한 첫 '진혼제'

"제주시 노형리 양진옥 신위, 강정수 신위, 이정생 신위, 김일규 신위...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김대길 신위"
61명의 4.3희생자들의 이름이 일일이 호명된다. 59년만이다. 그들의 이름이 불려지기까지.

27일부터 전국4.3유적지 순례에 나선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기행 이틀째인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61명의 4.3희생자들의 혼백을 모두 불러내고 그들을 위로하는 진혼제를 올렸다.

# 59년만에 처음 봉행된 서대문형무소에서의 '4.3진혼제'

암울하고 침침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를 맞아 이북으로 넘어갔는지, 다른 형무소로 옮겨져 학살을 당했는지 반세기가 넘도록 행방이 묘연한 이들은 4.3이 발발했던 이듬해인 1949년 7월 좌익이라는 누명을 쓰고 제2차 군법회의에서 7년, 15년 또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제주 여성들이다.

그들의 나이, 당시 16살에서 18살, 22살.

그동안 4.3과 관련한 여성 희생자들이 전주형무소에서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됐다는 증언이 몇 번 있어왔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사실이 없었다.

그러던 중 제주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지난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입수한 '6.25전쟁 후 탈옥수명부'를 확인하던 중 제주4.3관련 여성 61명이 수감됐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10월 28일 이들을 달래는 진혼제가 처음 열렸다.

진혼제에는 4.3도민연대를 비롯한 전국4.3유적지 순례단 30여명을 비롯해 재경4.3피해자 및 희생자유족회장, 양문홍 동국대 교수,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대신해 제주도 4.3사업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 "너무 늦었습니다. 용서하소서"

"1948년 4.3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동네지서, 경찰서, 주정공장에서 갇혔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굴비 묶듯 포박당한 채 끌려나와 갇힌 곳은 전주형무소, 또 전주형무소에서 또다시 이곳 서대문형무소에 영영 갇혀버린 우리 어머니, 우리 누님이시여 4.3이후 쉰아홉 해가 돼서야 님들의 넋을 위무하기 위해 님 들 앞에 엎드려 정성껏 제단 앞에 향 사르고 간절히 청하나이다."

김종혁 4.3도민영대 운영위원이 초혼문을 낭독하기 시작하자 진혼제가 진행되는 서대문형무소 제10사옥 앞은 이내 숙연해지고 말았다.

김용범 4.3도민연대 공동대표의 고유문 낭독, 윤춘광 4.3도민연대 공동대표의 주제사 등에 이어 강종호 재경4.3피해자 및 희생자 유족회 공동대표의 추도사가 시작될 때는 그 숙연함이 절정을 이뤄 참가자들의 흐느낌이 여기 저기서 흘러나왔다.

강종호 공동대표는 "늦었습니다만 4.3사건 59년만에 처음으로 영령님들을 모시게 된 불효막심한 유가족들을 나무라시고 용서해 달라"며 "선령들과 생이별한 저희들도 부모형제를 잃은 고통과 가난, 더욱 빨갱이니 폭도 가족이니 차마 들을 수 없는 수모 속에 숨 죽여 살면서 한시도 잊은 날 없이 죽을 동반한 것이나 다름없는 고난의 삶을 살아왔다"며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강 공동대표는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을 살려 이제 모두 용서하고 승천하실 것을 빌었다.

그는 "범국민적 투쟁의 결과 4.3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아냈다"며 "이제 우리도 용서해야 할 거 아니겠습니까. 인내와 참음, 한 많은 4.3 씨알들이 썩어 하늘에 뿌려져 천지개벽의 시대를 열었다"며 "지금 고향은 아름다운 평화의 섬으로 세계 인권의 메카로 꽃피고 열매맺고 있다"고 말했다.

# 김상연 할아버지 "4.3희생자 상당수 북한에 살아 있을 수도..."

이날 순례단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진혼제를 마치고 기행의 마지막 순례지인 마포형무소를 찾았다.

지금은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울지검 서부지청이 터를 잡고 있어서 표석만이 마포형무소였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마포형무소에는 4.3사건과 관련해 제주출신 수감자 47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마포형무소에는 대부분 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 이상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6.25 전쟁으로 남하한 인민군에 의해 모두 출옥했지만 대부분 북한 의용군에 편입돼 전쟁을 치르다 운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고 북쪽으로 넘어간 사람들도 있어 그 행방을 확인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날 마포형무소 유적지 기행에는 특별한 손님이 자리를 함께 했다.

마포형무소에 재소하다가 북한 의용군에 편입돼 복무하다가 광주경찰서로 연행, 출옥한 김상연 할아버지(83.서울시 마포구).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진혼제부터 동행한 김상연 할아버지는 제주시 이호리가 고향이라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1943년 처음 교원생활을 하던 중 1945년 3월 1일 경찰서와 재판소 일부만 제외하고 총파업을 하던 그 때 학생들을 데리고 제주시 북교에 모였다는 이유로 파업 주동자로 몰려 1년 6개월 징역을 살고 나왔는데 교사로서의 자격도 파면당하고 가정이 너무 곤궁해서 제주읍사무소에서 읍사무소를 했었다"며 "그러다가 1948년이던가 좌측에 450환을 건네줬다는 증거가 포착돼 바로 연행돼서 마포형무소에 수감됐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취조도 받고 죽도록 매도 맞고 구사일생이 아니라 열 두번, 열 세번도 넘는 위험을 넘기고 아슬아슬 살아남은 것"이라면서 "6.25전쟁 때 마포형무소 정문이 인민군 탱크로 부서지면서 출옥을 했지만 고향을 빨리 가려면 인민의용군에 들어가야 한대서 들어갔었는데 몸이 다치는 바람에 광주 머물다가 서울에 와서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현재 지인으로부터 붓글씨를 배워 지금은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마포구청에서 위촉한 서예지도자로 무료봉사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그는 "그때의 고통을 오늘 하루동안 얘기하라고 해도 다 못할 것"이라면서 "그때 조카도 마포형무소에 같이 수감됐었는데 죽었는지, 이북에 살아있는지 그것조차 몰라 더욱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 등의 증언에 따르면 6.25전쟁으로 형무소를 떠돌다가 고향, 제주로 돌아오지 못하고 북한으로 간 수형인들이 상당수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여 준다.

어쩌면 4.3과 6.25의 맞물림 속에 가족들간 생사조차 알 수 없이 생이별을 한 제주도민들에게 통일은 더 없이 시급한 당면 과제일 것이다.

# 고성화 옹 "4.3은 남북을 화해시키려는 평화운동이었다"

4.3도민연대의 전국 기행을 함께 했던 고성화 옹(91)은 마포형무소까지 1박 2일 일정을 마치며 4.3을 단순한 제주도만의 상처인 비극으로 볼 것이 아니라 조국통일의 항쟁이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 옹은 "4.3은 남북을 화해시키려는 평화운동이었다"며 "특정 기관의 탄압이었다기 보다는 분단을 거부하고 조국을 하나로 하기 위한 통일운동이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은 행방불명 희생인들, 단지 서북청년단회 회원들에게 밉보였다는 이유만으로 군법회의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예비검속 대상이 된 이들. '범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이전 4.3 완전해결을 위한 4.3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도 이듬해에도 4.3 진상규명을 위한 순례의 발걸음은 멈추지 못할 것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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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황제 2009-05-09 19: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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