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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백 마리 상괭이 어업 영향 죽는데... "정작 처벌은 어려워"
매년 수백 마리 상괭이 어업 영향 죽는데... "정작 처벌은 어려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12.07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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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양생물 보호 프로젝트1.

해양보호생물 상괭이, 최근 6년간 전국 5262건 사체 발견돼
제주해경, 최근 3년 제주 연안에서 127구 상괭이 사체 발견
상괭이 죽음 주요인 "인간의 어업", 하지만 처벌 쉽지 않아
12월 7일 비양도 해안가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해경이 수습하고 있다. (사진=제주해양경찰서 제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어업으로 인해 매년 수백 마리 상괭이가 죽음에 이르고 있어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12월 7일 비양도 인근 해안가에서 해양보호생물종인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며,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사인 규명을 위한 연구에 나섰다.

상괭이는 예부터 ‘쇠물돼지’, 곱시기’라는 별명으로 불려온 토종 돌고래종이다. 하지만 환경오염, 무분별한 어획 등으로 점차 개체수가 줄어 현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또 2016년 우리 정부(해양수산부)는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가 올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보호생물 폐사 건수는 총 6252건. 이들 중 96%(5262건)가 상괭이 사체인 것으로 알려진다.

상괭이 사체는 제주를 포함, 매년 전국 연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세계가 나서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상괭이들의 ‘원인 모를’ 죽음은 끊이질 않는다.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혼획’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실제 해양수산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해양보호생물 지정종들의 폐사를 일으키는 주원인은 바로 ‘혼획’이다.

혼획이란, 특정 어종에 대한 어업 활동 중 다른 어종이 포획되는 현상을 뜻한다. 즉, 인간의 어업 활동으로 해양보호생물이 죽임을 당하고, 멸종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는 "국내 폐사한 상괭이 중 65%가 혼획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한다. 조기, 멸치, 오징어 등 먹이를 먹으려던 상괭이가 어획 그물에 걸려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상괭이는 고래와 같은 포유동물이다. 따라서 그물에 걸릴 경우, 물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해 죽게 된다. 상괭이가 주 먹이를 다른 어종으로 두고 있는 한, 인간의 어획과 상괭이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유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주해경이 밝힌 올해(1월~12월 7일) 제주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는 총 28구. 2020년에는 55구, 2019년에는 44구의 상괭이 사체가 제주 연안에서 발견됐다. 이들 모두 작살흔 등 불법 포획의 흔적은 없었다.

불법 포획의 흔적이 없었다는 것은 즉, '혼획'에 의한 죽음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혼획'으로 상괭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업인들은 어떻게 되나. 혹 현장에서 적발된 경우, 처벌할 수 있을까?

해경에 따르면, '처벌은 쉽지 않다'.

제주해경 관계자에 따르면,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상괭이라도, 조업을 한 어업인에 대한 처벌은 거의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계획적으로 상괭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고의성' 입증이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혹여 고의로 상괭이를 포획한 어업인이 있더라도, 그가 "혼획에 의한 사고였음"을 주장한다면? 현실적으로 처벌은 쉽지 않다.

실제 최근 6년간 국내에서 폐사한 해양보호생물 6252건 중, 단 1건만이 '불법 조업'으로 인한 것임이 입증됐으며, 절반 이상은 앞서 언급한 혼획으로 죽음을 맞았다.

결국 매년 폐사하는 상괭이를 지키기 위해선, '어업' 그 이면에서 이뤄지는 해양생태계 파괴의 행태를 우리 사회가 직시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서귀포해양경찰서 관계자가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변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확인하고 있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서귀포해양경찰서 관계자가 2021년 1월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변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다만, 해결책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는 2021년부터 전국 안강망 어선 600여척 중 60여척에 상괭이 탈출 장치를 보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어획량 감소를 이유로 상괭이 탈출 장치 설치를 어민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상괭이를 포함,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정책에 정부가 보다 강력한 규제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시민단체를 통해 들리는 상황.

따라서 '제주신항만 확장 공사' 등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에만 막대한 예산을 책정할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온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해양생태계 보호에 보다 많은 관심과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코끼리 바위 인근 해안가에서 사후 일주일 가량 된 상괭이 사체 1구가 발견됐다. 길이는 165cm, 둘레 78cm인 암컷 상괭이로 알려진다.

이날 발견된 상괭이 사체에서 작살흔 등 불법 포획의 흔적은 없었으며, 자세한 사인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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