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건축’이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건축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대를 만들어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그 시대의 결정(結晶)이다”고 외친 건 건축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한다. 시대의 결정을 탐구하려고 그동안 숱한 건축 기획을 하며, 건축가들을 만나곤 했다. 기억 나는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들라면 <나는 제주건축가다>를 꼽겠다.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의 젊은 건축인들이 이야기하는 제주를 담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으나, 다른 지역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침 기회가 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김선영)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회장 문석준)가 공동 주관하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이 12월 11일부터 16까지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도가 아닌, 6대 광역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지역의 특성을 살펴보고, 각 지역의 건축가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인터뷰] 건축사사무소 엠오씨 신주영·황현혜
“제주 건축교류전은 중심을 이동시키는 일”
통경축 확보와 열린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 두 단어는 뭔가 끌리게 만든다. 그게 눈에 잡히기도 하지만, 막연할 때도 있다. 누구는 상상을 하며 건축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작품으로 말한다. 그런 건 어쩌면 한순간 지나는 ‘찰나’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순간을 붙잡고 말하고 싶어한다. 엠오씨건축사사무소의 신주영·황현혜 건축가처럼.
신주영·황현혜는 부부 건축가이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서울에서 실무를 익혔고, 지금은 그들의 터인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지역 건축에 뭔가 변화의 포인트를 주려 하고, 나름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건축사사무소 엠오씨(moc, moment of change)는 사무소 이름처럼 변화를 알고, 변화를 이끌려는 주체적인 건축가임을 느끼게 만든다. 부산에서 활동한지 4년. 그런데 왜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작품을 그려낼까.
“부산에서 공부를 했고, 서울에 올라와서 일을 했죠. 사무소를 오픈하려는데 서울이 좋을지 부산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서울에서 갖춰놓은 인맥이나 지인이 많았고 부산은 학교만 졸업을 했지, 건축 인맥은 없었어요. 그럼에도 부산을 택한 이유는 젊은 건축가들이 뭔가 두각을 보이고 잘해 보겠다는, 좀 좋은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의지들이 보였어요. 서울보다는 부산에서 우리가 하는 걸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봤어요. 부딪히더라도 부산에서 해보자. 그래서 내려왔죠.”(황현혜)
부산이라는 지역을 선택한 부부 건축가. 쉬운 선택은 아니다. 아울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겐 늘 지역성이 화두가 된다. 이들 부부 건축가에게 지역성은 어떻게 읽힐까.
“지역성에 대한 질문을 꽤 받아요. 그런데 한국성이 뭐냐라는 것처럼 지역성이 뭐냐를 명쾌하게 대답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부산은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아서 지역성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아요. 우리가 지역성이든 한국성이든 얘기를 하는 이유는 자기가 살고 있는 땅에 대한, 어떤 뿌리를 알려는 것 같아요. 결국은 지역의 기후나 특색을 무시하고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게 아닐까요.”(신주영)
제주에 사는 사람이나,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자연풍광에 매료되고 자연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하곤 한다. 부산은 어떨까. 신주영·황현혜 부부 건축가에게 부산이라는 땅은 어떤 의미일까.
“부산이라는 땅은 하늘에서 보는 땅의 면적도 중요하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도 중요하죠. 구도심쪽에 오면 드는 생각은 바다 라인에 맞춰 평행하게 도시계획을 하는 것 같아요. 바다 앞쪽부터 상업지, 준주거지, 일반 주거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결국에는 (바다에서 바라보면) 막혀 있고, 뒤쪽은 건물만 보이는 형상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식의 도시계획이 아니라 통경축도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신주영)
부산은 광활한 평야가 있는 곳이 아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과 산 사이에 건물이 들어간다. 조망권이 좋은 바다는 높은 건물이 점유한다. 그러다 보니 통경축(조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열린 공간) 확보의 필요성에 부부 건축가는 공감한다. 아울러 잠시 쉬어가는 그런 공간도.
“서울은 공공건물들이 뭔가 내어주는 공간이 많아요. 그래서 길을 가다가 잠시 걸터앉기도 하죠. 아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과 그런 좋은 건축물이 많은데, 부산은 그런 부분이 적다 보니 부동산 가치로만 이야기를 하고 한평을 너무 예민하게 생각을 해요.”(신주영)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역’을 한정해야 하는 논제와도 부딪히게 된다. 건축에서 지역성은 논의 대상인 건 분명하지만, 자칫 지역으로 한정될 경우는 확장성의 제약을 받는다. 부부 건축가에게 부산은 ‘터’는 확실하지만, ‘부산에서만’이라는 제약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에 있는 건축사무소들이 부산에 있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는데, 부산에 있는 건축가들이 부산에 있는 일만 잘 해야 된다는 인식이 이상했어요. 저희에게 의뢰하시는 분들도 다른 지역 일도 하느냐고 묻거든요. 저희는 몸만 여기 있다 뿐이지, 어디든 할 수 있다 말이죠.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부산 건축가가 아니라, 부산에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 하는 그런 사무소가 됐으면 좋겠어요.”(황현혜)
그들에게 12월 11일부터 진행되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에 대한 느낌도 물었다. 교류전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그랬더니 그들은 “중심을 이동시키는 일이다”고 말한다. ‘중심’은 서울을 말한다. 그동안 건축에 대한 논의는 늘 서울이 중심이고, 나머지는 ‘변방’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렇다면 중심을 지역으로 옮기려면 교류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결국은 일반인들에게 호응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건축가들끼리의 잔치가 아니라 최대한 대중에게, 우리 건축가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 당신들이 접하는 건물은 그냥 일반적인 원룸이나 아파트지만 실제로도 이런 건물도 있다는 걸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신주영)
신주영·황현혜 부부 건축가는 해운대 밤바다를 좋아한다. 해운대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선 호텔 정원은 개방을 해서 좋단다. ‘부산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소개해다랄고 했더니 기장에 있는 ‘아난티리조트’와 재단을 만들어 땅을 공공에게 내준 고려제강의 ‘키스와이어’ 등을 꼽았다. 그런 걸 보면 부산에서 바다라는 가치를 읽을 수 있고,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들로부터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