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가치 높은 제주돌은 다 가져가려 해요, 지켜야죠”
“보존 가치 높은 제주돌은 다 가져가려 해요, 지켜야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1.29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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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장 4인을 만나다] ③석공 분야 문화재 강창석

건축가가 없는 건축물도 많다. 누가 설계했는지 모르는 건축물은 따지고 보면 인간의 오랫동안 이뤄진 행위의 결과물이다. 제주의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는 제주초가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건축 관련 기사를 숱하게 쓰면서도 제주초가는 상대적으로 외면을 했다. ‘건축가 없는 건축을 외면했던 셈이다. 제주초가를 만드는 무형문화재를 초가장이라고 한다. 지난 2008년 제주도 중요민속자료 188호로 지정됐다. 분야도 목공, 석공, 토공, 지붕잇기 등 4개 분야이다. 분야별 문화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어릴 때부터 어르신들 해오는 작업을 눈으로 봐와

요즘 제주초가 외벽의 벽바름은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마을이라도 제대로 복원하고 지켜지길” 호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돌은 중요한 건축 재료로 꼽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돌보다는 나무가 건축의 주재료인 경우가 흔하지만, 돌이 나무보다 건축 재료로서 점유율이 높은 곳은 더 많다. 유럽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만나는 건축물은 눈에 자주 만나는 돌로 이뤄졌다. 집 전체가 돌로 구성된 경우도 흔한데, 이유를 따져보면 돌이 널려 있고, 우리나라처럼 단단한 화강석이 아니라 보다 다루기 쉬운 암반이라는 재료적 특성도 있다.

돌을 이야기하자면 제주도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지천에 깔린 재료가 돌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땅을 파고 들어가도 마주하는 건 단단한 돌이다. 그렇다면 제주도 건축에서 주재료가 뭔지는 단박에 헤아릴 수 있다. 제주돌은 요즘에야 의장적인 기능을 덧붙여서 다양한 형태로 나오곤 하는데, 예전 사람들에겐 ‘가공한 인공미’가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돌 습성’을 건축에 반영한다. 우리가 뭍지방을 부를 때 ‘육지’라고 하듯, 육지와 제주도는 주어진 환경 자체가 달랐다. 돌이 제주건축의 주재료로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초가장 석공 분야 문화재인 강창석 어르신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제주초가를 짓는 현장을 오간다. 초가장은 여러 분야가 있는데, 돌은 ‘무게’를 지니기에 이제는 힘에 겨운 경우도 많다.

제주돌을 설명하는 초가장 강창석 문화재. 미디어제주
제주돌을 설명하는 초가장 강창석 문화재. ⓒ미디어제주

“재료로 쓰는 돌은 주변에서 구했어요. 눈에 보이는 게 돌인데, 밭에서 뭔가 해 먹으려고 하니까 돌을 쌓아두곤 했고, 그런 게 초가 재료가 되지. 돌을 옮기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아. 그저 파스 한 장 붙이고 일을 하곤 했어요.”

돌을 옮기는 일은 보통이 아니다. 워낙 무겁기에 힘을 써야 한다. 한 사람이 돌을 옮기기도 하고, 여럿의 도움으로 돌을 움직이기도 한다. 홀로 돌을 옮길 때는 지게에 발채를 얹어서 사용하는 ‘바지게’를 쓴다. 바지게에 돌을 적당히(?) 옮겨서 움직여야 하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바지게에 무거운 돌을 하나 둘 넣고 움직이는데, 한 70~80kg은 될거야.”

보통 무게가 아니다. 홀로 옮길 때는 힘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나마 혼자 옮기는 돌은 큰 돌은 아니다. 집을 지을 때 밑부분은 큰 돌을 쓰곤 하는데, 그런 돌은 ‘지렛대’를 쓰곤 한다. 쇠로 만들어진 지렛대로 커다란 돌을 옮긴다. 강창석 어르신은 그 지렛대를 ‘쇠게’(제주사람들은 ‘철궤’라고도 부름)라고 했다. 굵은 쇠로 만들어진 지렛대를 사용해서 커다란 돌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돌 다루는 걸 배웠을까. 시켜서 했을까? 아니란다. 눈에 익숙한 걸 행동으로 옮겼고, 그러는 사이에 그는 제주초가를 단단하게 세우는 문화재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어렸을 때는 열 서넛 될 때부터 했죠. 옛날 어른들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면서 시킨 건 아니었어요.”

제주초가에 쓰는 돌은 외장재 역할을 한다. 나무로 기초를 만들고, 대나무와 흙이 투입된 후에 돌은 쓰인다. 외장재료로서 돌은 쌓기만 하면 끝나지 않는다. 돌과 돌 사이의 틈을 없애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제주초가를 완성하는 벽바름은 성에 차지 않는다.

“제주초가를 만들 때 튼튼하게 하려면 돌 하나를 놓고 그 위에 흙을 바르고, 다시 돌을 얹히고서 흙을 바르고 해야죠. 그래야 바람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그러나 요즘은 돌을 마구 쌓고 밖에 흙을 바르는데, 그러면 안되지.”

돌은 생김새를 존중해줘야 한다. 예전엔 기계도 없기에 생긴 돌을 그냥 얹고, 튀어나온 부분만 자귀로 두드려서 정돈을 하곤 했다. 모나면 모난대로, 생긴 형태에서 크게 돌 모양이 바뀌진 않는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제주초가를 돋보이게 만드는지 모른다. 돌을 잘 다듬어서, 잘 깎아내어 집을 짓는 건축재료로 활용하는 요즘과는 다른 풍경이다.

강창석 문화재가 구들장돌을 만지고 있다. 미디어제주
강창석 문화재가 구들장돌을 만지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젠 돌을 드는 일이 힘들다. 몸도 그렇다. 돌을 다루는 석공 분야 전수자도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제주초가를 다룰 문화재는 과연 영속 가능할까.

“전수자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도를 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전수자들도 다 60이 넘은 사람들이에요. 전수자 밑에 학생들도 있지만 힘들어요. 우리 세대가 지난다면 누가 할지….”

자신은 문화재로서 자부심을 지니지만 앞으로 누군가는 문화재가 돼야 하고, 계속 물려줘야 한다. 하지만 어렵다면서 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는 제주돌을 평생 만져왔다. 제주돌에 애정이 가득하다.

“보존 가치가 높은 제주돌은 다 가져가고 있어요. 지켜야죠. 한 마을이라도 제대로 복원을 하고 지켰으면 좋겠어요. 성읍이라도 제대로 지켜야 하는데, 제주도에서 신경을 써줬으면 해요.” <<끝>>

 

기획 초가장 4인을 만나다는 초가장 4개 분야 문화재를 만나서 그들의 삶과 제주초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다. 다만 토공 분야 문화재와는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초가장 3인의 이야기만 싣게 된 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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