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의도적 셀프 검증 아니다”, 홍명환 의원 “도민 기만” 역공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불거져 나온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관련 의혹과 관련, 제주시의 반박과 도의회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 갑)의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개된 협약서 내용을 두고 홍 의원과 제주시 관계자의 해석이 엇갈려 진실 공방으로 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제주시 “비밀유지 조항, 타 지자체의 비밀유지 규정 준용”
제주시 고성대 도시건설국장은 19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선 비공원 시설 규모가 축소됐음에도 제안서상의 사업비가 유지된 부분에 대해 “협약 내용에 따르면 세대 수가 최종 확정되는 시점은 주택건설사업 승인(2023년 예정) 이후에 총사업비와 사업계획, 협약 등 변경이 이뤄지도록 명시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비공원시설의 경우 주택법에 따라 건축 및 경관 심의를 거쳐 주택 건설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지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제안서의 타당성 검증 용역이 ‘셀프 검증’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고 국장은 “타당성 용역에 참여한 제주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제안서 평가에 참여했는지여부에 대해서는 제주시가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철저한 검증을 위해 제주 지역의 자연‧인문‧환경 등 많은 분야의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제주연구원에 타당성 검증 용역을 의뢰한 것”이라면서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셀프 검증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협약서 내용에 포함된 비밀유지 조항에 대해서도 고 국장은 “협약사는 행정과 민간공원 추진자 쌍방간에 맺은 계약서로서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정보 제공시 상호 동의가 요구되며,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추진중인 타 지자체의 비밀유지 규정을 준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실시계획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유가 명시된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8월 10일’을 명시한 이유는 오등봉‧중부공원의 일몰 기한이 8월 11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8월 10일을 경과하게 되면 도시공원이 자동 일몰폐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에도 인가 기한이 명시돼 있는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협약서에 있는 제주시장의 귀책 사유는 실시계획 인가 등을 위한 각종 심의 등 협의 절차가 완료됐음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항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이번 민간특례사업 협약서는 국토교통부의 표준협약(안)을 기준으로 타 지자체의 협약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분석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한 내용”이라면서 “국토부의 표준협약을 벗어났다는 지적과 사업자를 대신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해결해 주고 투자 위험 리스크를 제주시가 떠안았다는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여기에 그는 “지난해 12월 협약 체결 때부터 사업 과정에서는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제주시에서 선정하도록 하고 사업 종료시 시장이 선정한 전문회계기관을 통해 사업비를 정산하며,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100% 무상 기부 등의 조항을 추가 반영해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경주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홍명환 의원 “의사 결정 책임자 원희룡 전 지사가 직접 해명해야”
제주시의 이같은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홍명환 의원은 이날 오후 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시의 반박 내용을 조목조목 재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홍 의원은 제주시가 비공원 시설 규모를 1630세대에서 1422세대로 축소한 것이 문제 없다고 한 부분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당초 사업비가 1630세대를 기준으로 9068억원이면 아파트 한 채당 5억5000만원에 분양하기로 사업제안서에서 제시됐는데 1422세대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사업비 9068억원을 1422세대로 나누면 한 채당 6억3000만원 정도 되기 때문에 분양 가격이 한 채당 8000만원 정도 올라가게 돼 전체적으로 1100억원 이상 초과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것을 은폐하고 그대로 가다가 흐지부지되면 엄청난 초과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이것은 너무가 큰 거짓말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셀프 검증’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 데 대해서는 안 시장도 제안서를 평가한 심사위원이 검증 용역에 참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이라면 죄송하다고 해야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도민들과 의회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당시 제안서를 받았던 주무 과장이 2020년 1월 제주시 주무부서 국장으로 갔다”면서 “도청에서 주무 업무를 본 사람이 국장으로 갔는데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제주시의 반박 내용을 정면 재반박했다.
비밀유지 조항이 국토부의 표준협약(안)을 따랐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국토부 표준협약(안)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여기 어디에 비밀유지 협약이 있느냐”며 “이런 식으로 해명하면 안 된다. 억지 해명을 누가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8월 11일로 기한을 정해 인가가 안될 경우 시장 귀책 사유로 한 부분에 대해 제주시가 국토부 표준협약(안)을 준용한 것이고 항변한 데 대해서도 그는 “표준협약 12조에는 사업자 지정 후 1년 이내에 하게 돼있다”면서 “1월에 사업자가 지정됐으면 1년 이내에 하면 되는데, 날짜를 정해놓은 것은 제안서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 “사업자 선정은 도 단위에서 한 것이고, 그걸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게 제주시”라며 “책임이 있는 제주도가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시 의사 결정의 책임자는 원희룡 전 지사”라며 원 전 지사를 정조준한 뒤 “지금 ‘대장동 1타 강사’라고 하면서 이리저리 설명하고 있는 얘기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거 같은데, 원 지사가 이 부분을 해명하기 바란다”고 원 지사의 직접 해명을 촉구했다.
이어진 질의답변 과정에서 홍 의원은 제주시가 아파트 건설 시행승인 과정에서 총사업비를 다시 계산하도록 돼있다고 해명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제주에서 최고의 실력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검증했다고 하지만 자기자본 문제 등이 많은데도 강행하는 사업”이라면서 “의회 지적이나 감시 없이 5년이 흘러간 후에 계산서를 주고받으면 금액이 확정되는데, 원가 정산을 5년 후에 한다는 것은 업자들이 알아서 챙겨가라고 하는 무책임한 책임 방기이자 배임행위다. 무능을 빙자한 배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과이익 환수 문제와 관련, 제주시가 설계 단계에서 전문가 워킹그룹이 검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데 대해서도 그는 “언론과 의회, 시민들이 제대고 감시하고, 적정 규모가 맞는지부터 재검토해 시민들의 합의 속에 추진돼야 한다”면서 “문제가 노출됐음에도 이대로 진행되는 것을 시민들이 방치한다면 제주도 부동산 가격의 폭등 요인이 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특히 그는 탈락한 업체가 평당 115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음에도 다른 이유로 탈락했다는 점을 들어 “평당 500만원 이상 폭리를 행정이 합법적으로 적용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실무자를 문책하고 담당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가 검증을 사업자에게 맡겨놓고 있는데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이미 체결된 협약서 내용을 도의회가 수정할 수 있는 권한과 방법이 있는지 묻자 그는 “다음주에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공유재산 심의도 있고 소관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에서도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면서 “도의회에서 조건을 달거나 변경을 요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그는 “협약서 내용에 변경할 수 있도록 돼있다”면서 “분양가가 상승할 수 있는 불리한 부분도 있지만, 역으로 잘 활용하면 저감할 수 있고 의회가 규모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 제주시가 업자와 협의를 통해 적절히 변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