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2-05-18 19:41 (수)
‘또똣한’ 제주어
‘또똣한’ 제주어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10.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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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Happy Song] 제3화
제주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어 플래카드'. 정경임
제주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제주어 플래카드'. ⓒ정경임

대형마트에 가면 “어서 오세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제주어로 ‘어서 오세요’는 ‘혼저옵서’이고, ‘수고하셨습니다’는 ‘속았수다’이다. 제주의 대형마트에는 제주어로 된 플래카드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경해도 오난 산이영 바당이영 몬딱 좋지예.(그래도 오시니 산이랑 바다랑 모두 좋지요.)”, “갈 때랑 또똣한 마음도 홈치 하영 담앙갑서.(가실 때에는 따뜻한 마음도 많이 담아 가세요.)” 관광객들은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까 싶다. 제주살이 10년차인 필자도 여러 번 읽고 물어봐야 알 정도이니 말이다.
 

표준말도 제주어도 잘하는 제주 사람들

언어는 나라, 지역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인 듯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어찌 보면 ‘억센’ 어투로 들리는 부산 말, ‘얌전한’ 어투로 들리는 대구 말, ‘상냥한’ 어투로 들리는 목포 말, ‘무덤덤한’ 어투로 들리는 서울 말, 물론 이것은 순전히 필자가 만난 사람들의 어투이며, 협소한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제주어는 남다르다. 우선 제주 사람들은 표준말을 잘한다. 그리고 제주어도 잘한다(?). 필자에게 제주어는 외국어 수준이다. 사실 불문학과를 다니다가 도저히 귀가 뚫리지 않아 전과를 한 이력이 있는 만큼 외국어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더더욱 제주어가 외국어에 버금간다. 제주어의 가장 큰 특징은 ‘아래 아’를 ‘ㅗ’로 발음하는 것이다. 딸→똘, 사람→사롬 또는 사름 등이다. 또한 아예 표준말과 다른 낱말도 수두룩하다. 바구니→차롱, 선인장→떡꽃, 고양이→고냉이, 강아지→강생이 등이다.
 

‘떡하는 날’은 무슨 날일까요?

추석 명절을 앞둔 어느 날, 팀장이 “떡하는 날에 오일장에 갈 거예요?” 하고 묻는다. 필자는 내심 생각한다. ‘떡을 오일장에 가서 사나 보다.’ 그리고 대답한다. “오일장에서 떡 만드는 행사를 하나요?” 팀장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아니, 떡하는 날 모르세요?” ‘엥, 이건 또 뭐지?’ 백치미를 자랑하듯 눈을 똥그랗게 뜨고 팀장을 쳐다본다. 바로 팀장의 통박(퉁박이 더 입에 익숙한데, 표준말이 아니란다.)이 이어진다. “제주에서 10년이나 살고 있으면서 ‘떡하는 날’이 뭔지 몰라요?”, ‘참내, 떡하는 날이 떡을 만드는 날이지 뭐야?’ 혼자서 괜히 기분이 언짢아진다. 제주에서 떡하는 날은 ‘명절 전날’을 지칭한단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약속 잡을 때 ‘떡하는 날’ 만나자고 한단다. 또한 “너희 집 떡 다했니?”라는 질문은 “명절 음식 준비 다했니?”라는 것이다. ‘떡’이 그냥 떡이 아니다. 명절 전날과 명절 음식 둘 다를 일컫는다. 그제야 알게 된 ‘떡하는 날’의 의미다.
 

제주의 가을은 빛, 섬의 톤을 농익게 만드는 빛

올 초,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를 읽었다. 공간적 배경은 제주를 본섬으로 한 고고리섬이다. ‘고고리’는 이삭을 뜻한다. 작가는 가상의 공간이라 했지만, 제주에서 10년 가까이 거주한 필자가 보기에 가파도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제주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제주어가 담겨 있어 참 좋다. 제주어를 알고 싶다면 제주 사람들을 만나면 된다. 여건이 안 된다면 <복자에게>를 읽으며 제주어 어휘와 문장을 익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명언이 들어 있다.

“농담은 우리에게 일종의 양말 같은 것”, “우리의 보잘것없고 시시한 날들을 감추고 보온하는 포슬포슬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여름이 바람으로 이루어진다면 제주의 가을은 빛이었다. 단풍나무 위로, 잘 익은 감귤 위로 떨어지며 섬의 톤을 농익게 만드는 빛.”

정경임...

- 한겨레신문 출판부, 삼성출판사, 나무발전소 등 다수의 출판사에서 프리랜서 편집자로 활동
- 무릉중학교, 서귀포중학교 등 다수의 초중등학교에서 독서 및 논술 강사로 활동
-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제주대학교 산업대학원 원예학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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