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9:41 (금)
"4.3유적 훼손 외면하고, 탁상공론만 할 건가"
"4.3유적 훼손 외면하고, 탁상공론만 할 건가"
  • 김은애
  • 승인 2021.09.28 19:33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화북천을 둘러싼 아홉 번째 이면

9/28 제주도의회 대회의실, 4.3유적지 관리 위한 정책토론회 열려
"4.3유적 훼손 현안 다루지 않고, 탁상공론만 할 건가" 주민 일침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든 사람에겐 이면이 있듯, 사건에도 이면이 있습니다. 여러 이면을 통해 본질을 보게 되는 여정, 어쩌면 조금 더딜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해당 기사는 화북천 주변으로 4.3유적지 훼손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9월 28일 제주특별차지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4.3유적지 지속적 관리와 활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 자리에서 화북 주민 장창수 씨가 행정의 탁상공론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편집자주]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으로 불리는 제주4.3 유적이 훼손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곤을마을에서 제주4.3 때 음용수로 사용하던 우물은 이미 행정에 의해 매립돼 훼손되었고요. 이렇게 앉아서 토론만 할 게 아니라, 조례를 지정해서 무분별한 공사(제주4.3 유적지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행정이 4.3유적을 훼손하고 있는데, 왜 책상에서 탁상공론만 하고 있습니까?”/ 화북동(곤을마을) 주민 장창수 씨.

9월 28일 오후 2시 30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4.3유적지 지속적 관리와 활용을 위한 정책토론회’.

세 시간 가량 장시간 토론회가 끝나고 주어진 짧은 질의응답 시간에 화북 주민 장창수 씨가 말했다. “제주4.3 유적지,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지켜달라”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민원(질의)을 제기한 주민은 장 씨가 유일했다. 하지만 장 씨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다음 기회에' 답변하겠노라는 답이 전부였다.

토론회 좌장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민숙 의원만이 “(주신 질의에 대해) 즉답하기엔 내용 파악을 다 못했기 때문에, 내용을 주시면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해서 답을 하겠다”라고 답했다.

강 의원은 또 “말씀주신 의견에 대해선 이 자리가 적당치가 않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강 의원은 “(곤을동이) 유적지가 아니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하며 “그 부분에 대해 주제를 다지고 적극적으로 토론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에 장 씨는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민숙 의원이 약속을 꼭 지켰으면 좋겠다"면서 "곤을동 4.3유적지 보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이날 토론회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토론회가 ‘제주4.3 유적지’에 대한 보전 방안을 논하는 자리인 줄 알았건만, 아미산과 관음사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관음산, 아미산 일대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해당 일대를 등록문화재로 등재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조였다. 당장 시급한 과제인 제주4.3 유적지 훼손이나 방치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로 끝난 토론회"라는 것이 장 씨의 평이다.

이에 장 씨는 “토론회가 끝나고 강민숙 의원에게 ‘아미산 문화재만 4.3문화재고, 잃어버린 마을은 4.3문화재가 아닌 것인가 따졌다. 그런데 강 의원 말로는 ‘그것(잃어버린 마을)도 제주4.3 문화재가 맞긴 맞는데 우리와는 틀리다고 하더라”며 섭섭한 마음을 드려냈다.

또 장 씨는 “관음사, 아미산 일대 4.3 유적지를 등록문화재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은 환영한다” 말하면서도 “ ‘4.3유적지 관리’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으면, 지역 구석구석 현안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기본인데, 기초조사 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은 지금 4.3유적인 우물터가 파괴된 상태”라며, 화북천 문제를 꺼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화북천은 과거 지금과 모습이 달랐다. 현재는 하나의 물줄기만이 바다로 흐르는데, 과거에는 두 개 물줄기로 흐르는 곳이었다.

사라진 물줄기는 1992년 중계펌프장 건설사업으로 인한 것이다. 당시 제주도는 화북천 일부 구간을 매립한 곳에 중계펌프장을 짓는다. 화북천 매립과 함께 화북 앞바다 또한 일부 매립됐는데, 이때 제주4.3 당시 곤을동 사람들이 사용하던 우물터 또한 사라지게 된다.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토지이음 서비스에서 발췌.<br>왼쪽에서 빨간 선으로 구분된 구획이 화북천 원형의 모습이다.<br>오른쪽 위성사진은 2021년 6월 찍힌 것으로, 사진 상 하천 오른쪽 구간이 매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br>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토지이음 서비스에서 발췌.
왼쪽에서 빨간 선으로 구분된 구획이 화북천 원형의 모습이다.
오른쪽 위성사진은 2021년 6월 찍힌 것으로, 사진 상 하천 오른쪽 구간이 매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해영향평가 없이 진행된 화북천 매립이 화근이었다. 재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북천 매립 이후 주변 지역으로 수해가 잦아지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태풍 땐 화북천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마을 도로 곳곳에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흐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고지대의 빗물이 지대가 낮은 화북천 주변으로 흐른 까닭이다. 

문제가 또 있다. 예로부터 용천수가 많아 식수로 음용하기도 했다는 청정지역 화북. 이곳의 모래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화북천 하류 바닷가를 가면, 악취가 진동한다. 모래가 검게 썩어 있고, 많은 개체의 보말이 한곳에서 죽어 있는 광경도 쉽게 눈에 띤다.

화북 앞바다, 썩은 모래 탓에 죽은 보말 등 해양생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장 씨는 “그나마 현재 남은 하나의 물줄기가 폭 48m로 되어있는데, 제주특별자치도의 하천정비사업 고시에 따르면 71m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제주의 하천정비 계획에 따라 화북천 폭은 총 71m가 되어야 한단다. 따라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매립된 하천 구간을 복원해 이전처럼 두 개 물줄기로 흐르게 하거나 △현재 남은 하나의 물줄기 폭을 넓혀 71m를 만들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후자의 방법을 선택할 경우, 인접한 제주4.3 유적지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남은 하나의 물줄기가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으로 불리는 주된 유적지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장 씨는 “결국 방법은 화북의 4.3 유적지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화북천 복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옛 4.3 우물터 또한 복원해 4.3문화재로 후대에 역사의 흔적을 후대에 남겨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화북천 복원에 대한 주민들의 청원에 대해 “옛 물길 복원을 검토한 내용을 하천 기본계획에 수록하고, 용천수에 대해서는 소관 부서와 협의하여 복전 관리방안을 마련하라"며 결의, 제주도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미디어제주>가 제주시 관련부서에 문의한 결과, 현재 제주시가 진행 중인 '하천관리기본계획'에는 도의회 주문 사항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아직 하천관리기본계획 고시가 되어있지 않아 얼마든지 제주도의회 주문사항을 반영할 수 있지만, 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답변이었다.

또 9월 28일 기사가 게재되는 시점 오전, 화북천에서는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물길이 터진 탓인지 매립된 하천부지로 물이 흐르고 있다. 행정 관계자가 "물이 흐르지 않아 폐천했다"고 밝힌 바 있는 구간이지만, 엄연히 용천수가 나와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하천을 타고 바다로 흐르고 있다. 하천 하류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기수갈고둥에 대한 훼손 논란도 주민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계속 지적된다.

화북천 물줄기 하나를 매립한 뒤, 중계펌프장이 들어선 곳에서 현재 시행 중인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
공사를 위해 쌓은 돌무더기 아래로 용천수가 터져 흐르고 있다. 
제주도는 환경훼손 대책으로 사진 상 왼쪽으로 보이는 철로 된 시설물을 설치했으나, 제 역할을 못하고 물은 바다로 흐르는 상황이다. 

다음 기사에선 새롭게 주목될 것으로 예상되는 화북천의 멸종위기종, ‘갯게’ 이야기를 해본다. 주민 장 씨가 언급한 화북천의 폭과 관련된 문제도 이어지는 기사로 다루도록 하겠다.

지난 27일 영산강유역환경청 등 정부 기관 관계자는 화북천 일대에 대한 생태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선 멸종위기종 ‘갯게’ 개체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화북천 원형 보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비성 2021-09-28 20:15:48
이제 는 탁상공론 그만하고
제발 정신차리세요

곰돌이 2021-09-28 20:13:04
4,3토론회라참석했더니
참으로 황당하고 답답하네요
발굴과 복원 보존이되야 함에도 어느한곳이 아니고 기초부터 발굴된곳도 보존함은물론 복원하고 도의회에서 는 4,3 조례라도 만들어서 4,3문화재 주변에 막무간 에 공사는 물론이고 훼손한 문화재를 찿아서
복원하는것이 우선이라고생각한다

동네사람 2021-09-29 08:18:33
4.3유적 관음사 아미산을 문화재 등재를 위한 일이면 굳이 토론회 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제주도 전체를 아우르는 것과 같이 하고서 내용은 그게 아니라는게 문제점이네요. 화북 잃어버린 마을은 행정에서 꼼수를 부리면 당장 훼손되게 되었는데 유족회나 4.3유관 기관이 모두 손놓고 불구경이네요. 유족 배 보상만이 문제가 아니고 도의회 4.3 특위에서라도 나서서 조례라도 정해야 되는게 아닌지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요. 여기는 훼손되면 고쳐질 외양간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