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멀리서 영상으로 지켜보니 힘이 났어요.”
“가족들이 멀리서 영상으로 지켜보니 힘이 났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9.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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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패럴림픽] ②배드민턴 신경환

우여곡절을 겪으며 열린 패럴림픽.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해 대회는 4년이 아닌, 5년을 기다려야 했다. 1년을 더 기다리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선수들은 지난 818일부터 96일까지 20일간 치러진 열전을 아직도 몸에서, 마음에서 기억한다. <미디어제주>나와 패럴림픽을 주제로 올해 패럴림픽에 참가한 제주 출신 선수들의 도전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요요기경기장 코트에 섰을 때 가슴 웅장해지는 느낌”

제주남초 선수로도 활약…2015년부터 국가대표로 발탁

“내게 국제적 경쟁력은 앞으로 5년, 최선을 다할 것”

올해 도쿄에서 열린 패럴림픽에 출전한 배드민턴 신경환 선수. 미디어제주
올해 도쿄에서 열린 패럴림픽에 출전한 배드민턴 신경환 선수.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일본 도쿄에 있는 국립 요요기경기장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달랐다. 평소라면 경기장은 숨 쉴 틈도 없었겠지만 이번 패럴림픽은 달랐다. 코로나19 탓이었을까.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배드민턴 선수 신경환(35)에게 요요기경기장은 달랐다. 그에겐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요요기경기장에서 일본오픈대회가 열릴 때면 코트가 꽉 차는데 이번 패럴림픽엔 배드민턴 선수 90명으로 진행했어요. 코로나19 때문이어서인지 관중도 없었어요. 때문에 메인 코트에서만 경기가 열렸어요. 아직도 패럴림픽 때 요요기경기장이 생각나요. 메인 코트에서 열리니 마음가짐이 다르더라고요. 한 경기, 한 경기가 기억나는데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패럴림픽 배드민턴 하지경증 선수들과 경쟁을 벌였다. 그 사이에서 빛을 발해야 했다. 예선 B조에 속한 그는 1승2패의 전적으로 4강에 오르지 못했다. 단 한 경기가 아쉬웠다. 세계랭킹 2번 시드를 배정받은 인도 선수 타룬과의 경기였다. 18-21로 첫 세트를 내줬으나 다음 세트는 21-15로 따냈다. 한 세트만 잡으면 4강이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17점에 머물렀다. 51분의 사투를 벌였으나 승리는 타룬의 몫이었다.

“16대 16, 17대 17까지 가며 팽팽하게 승부를 벌였는데 스매싱이 라인을 벗어났어요. 그 경기를 이겼더라면 4강에 올랐을 겁니다.”

비록 4강에 들지 못했으나 그에겐 멀리서 영상으로 지켜보는 가족이 있었다.

“가족들이 영상으로 경기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5살 아들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잘 친다’고 말을 해줬는데, 힘이 났어요.”

사실 그는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제주남초등학교를 다닐 때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다. 이후엔 선수로 활동하지 않고 생활체육 동호인으로 라켓을 쥐곤 했다. 그러나 다시 선수로서 라켓을 잡은 배경은 그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장애 때문이었다. 군 복무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골절에 십자인대 파열이었는데 수술을 하면 괜찮을 걸로 봤어요. 그러나 수술 중 합병증으로 왼쪽다리에 신경마비가 찾아왔어요. 발목이 잘 움직이질 않게 됐어요. 장애가 생겼지만 막힌 성격이 아니어서 금방 마음의 치유가 되더라고요.”

다행이다. 그러나 배드민턴을 다시 할 생각은 없었다. 배드민턴은 격한 운동이기에 가능하리라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장애인 선수로 뛰어보라는 권유가 들어왔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직장운동경기부 장윤혁 감독이었다.

“감독님이 운동을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저처럼 스탠딩 장애인 배드민턴 선수 가운데 윗세대는 나이가 많았고, 새로운 선수도 없을 때였어요. 선수들의 경기영상을 보니,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판단이 섰어요.”

선수로 배드민턴 라켓을 다시 잡은 건 2013년이다. 2015년부터는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좀 더 일찍 국가대표가 됐더라면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있었을텐데,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은 국가대표로 출전했지만 발목을 접지르는 바람에 다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렇다고 낙담하진 않는다. 언제나 기회는 열려 있다. 국제대회에서는 늘 3위에서 8위권의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2015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복식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언젠가는 그 자리에 다시 오를 수 있으리라 꿈꾼다. 그에겐 가족들이 있어서다.

배드민턴 신경환 선수에겐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있다. 그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제주
배드민턴 신경환 선수에겐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이 있다. 그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제주

“아이들이 셋입니다. 큰 아이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패럴림픽에도 데리고 올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패럴림픽엔 가족들이 큰 힘이 됐어요. 경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힘이 났어요.”

곧 기회는 온다. 내년엔 다시 아시안게임이 있다. 3년 후엔 파리에서 패럴림픽이 열린다.

“제게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시간은 앞으로 5년 정도라고 봐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최선’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신경환 선수에게 최선은 지켜보는 가족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늘 코트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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