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끄러운 줄 아세요! -시민의 편지(1)
기고부끄러운 줄 아세요! -시민의 편지(1)
  • 제주도민 엄문희
  • 승인 2021.09.01 16: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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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확․포장 사업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 발의한 고용호 의원과
이 발의안에 서명한 26명의 도의원들,
그리고 이 안을 상정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드리는
시민의 편지 (1)
시민 엄문희 씨.

비자림로 확․포장 사업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 발의한 고용호 의원과
이 발의안에 서명한 26명의 도의원들,
그리고 이 안을 상정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드리는 시민의 편지 (1)

안녕하십니까? 저는 제주의 민주주의와 난개발 문제를 우려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다가 최근에 공권력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혐의로 마치 ‘전문 갈등 유발자’로 가공된 시민입니다. 최근 성산을 지역구로 하는 고용호 의원이 발의한 <비자림로 확․포장 사업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 초안을 읽다가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결의안은 문제적 내용이 수정되어 상정되었군요. 그러나 초안에서 묘사된 시민 배제의 언설에 대해 발의한 의원도, 서명한 의원도, 도의회 차원에서도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가 없기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글이 의원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며, 주변에서 해당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연결해주시길 청합니다.

 

불령선인과 관동대학살, 외부세력과 제주학살

마침 오늘은 9월 1일입니다. 1923년 9월 1일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오전 11시 58분, 갑자기 땅이 흔들리더니 갈라졌습니다. 몇 분도 안 되어 가옥 10만 채가 사라졌습니다.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도시에 큰불이 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30만 채가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11만여 명이 죽었고 실종됐습니다. 그것은 지진이었고, 지옥이었습니다. 그러나 ‘관동대지진’의 비극은 이것으로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극한 충격 속에서 눈이 뒤집힌 사람들 사이에서 이 지진이 조선인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에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잡아 죽였습니다. 알려진 바대로 수천 명의 조선인들이 학살당했습니다. 역사는 이것을 ‘관동대학살’이라고 부릅니다. 98년 전, 오늘 일어난 비극입니다.

불령선인(不逞鮮人 / ふていせんじん). 불온한 조선인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안 듣고 저항하던’ 조선사람을 이르던 말이었고, 관동대지진 학살을 유도한 관제 유언비어의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증오 연설(hate speech)이 증오범죄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관동대학살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비자림로 확․포장 사업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고용호 의원과 이 발의안에 서명한 26명의 도의원들, 그리고 이 안을 상정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를 떠올립니다. 2019년 11월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78회 2차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제2공항 반대 이주민, 제주도 떠나달라”고 발언한 강충룡(바른미래당·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동)의원도 다시 생각났습니다. 실은 비슷한 일이 많았습니다. 2019년 1월에는 당시 제주시장 고희범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2공항을 막기 위해 단식 투쟁하는 시민들을 내외부로 가르기도 하였습니다. 공항 문제에 더 관심 가져달라는 사람들의 항의를 듣는 자리에서 사람들을 임의로 구분 지으며 당신은 ‘제주 사람’ 아닌 것 같은데 왜 내게 항의하느냐’는 식의 말을 하다가 더욱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던 국회의원과 도지사도 있었습니다. 마치 고의적으로 이웃의 숙원을 망치려 드는 집단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을 틀에 가두고, 이해가 다른 시민들을 양자 갈등의 주체로 동원하는 제주 정치인들을 보며, 저는 21세기판 학살의 전조를 느낍니다. 난관을 소수자나 약자 탓으로 돌려 문제를 외부화하고 그 그늘에 은신하는 도의원들을 보며 수치심과 공포를 느낍니다.

 

빨갱이 색출 4.3 화법을 스스로 재현하는 도의원들

이번에 고용호 의원이 발의하고 어제 8월 31일 환경도시위원회를 통과한 <비자림로 확․포장 사업 조기 개설 촉구 결의안>의 당초 주문을 비롯한 전문 내용은 뭐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울 만큼 인식 수준이 저급했습니다. 이것은 4.3의 화법이었고 빨갱이 색출의 언어였으며, 몹시도 감정적이었습니다. 에시민 배제가 공식 문서로 천명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광경이었습니다.

해당 결의안 당초 원문의 주문 내용을 봅시다.

“ 첫째, 전국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공공사업에 대해 분란과 갈등을 유발하는 반대단체의 조직적 활동에 대한 공동의 대책 마련을 제안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숙원사업과 공공을 위한 공익사업에 대한 반대단체의 조직적 활동에 강력히 대응하여 주민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해야 한다.

셋째, 환경부에서는 눈치보지 말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한 거시적인 환경적 가치에 더 큰 고민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

모멸감과 절망을 느낀 시민들의 항의 이후 수정된 전문은 이렇습니다.

“첫째, 전국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공공사업으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하여 요인과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의 대책 마련에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숙원사업과 공공의 안전・복리증진을 위한 공익사업에 대하여 주민의 권리와 이익이 최우선되도록 하여야한다.

셋째, 환경부에서는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한 거시적인 환경적 가치에 대한 더 큰 고민과 지역의 갈등이 종료될 수 있도록 조속한 결정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

위의 수정안으로 결의안은 상정되었습니다. 수정안은 직접적인 혐오 언어를 피해갔을 뿐, 문장 자체가 모호하고 형용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광경을 보면서 ‘가공된 외부’를 통해 공공이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적극적으로 색출하고 억압하려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마도 그간 일이 뜻대로 되지않아 위기감이 드는 것이겠죠? 그래서 말해둡니다. 고용호 의원을 비롯해 시민들을 갈라치기 하는데 자신을 동원하는 정치인 모두는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시민을 불순하거나 함량 미달의 존재로 만들어 문제를 회피하려는 무능하고 저열한 권력일 뿐입니다. 자신의 권력으로 ‘상대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를 던져버리는 일을 지금 해당 의원들과 정치인 같은 공인이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에 정말 부끄러움 없습니까? 이 방식은요, 상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말이고, 그 대화하지 않을 권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비겁한 일이고요. 실제로 이런 프레임으로 국가나 권력집단이 자행한 폭력이 어마어마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방식이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심지어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할 정치인과 도의회가 시민을 특정하고 분류해서 ‘해로운 존재’, 혹은 ‘도민 아닌 도민’으로 전락시키는 점에 크나큰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내란입니다

저는 당신들이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란은 무엇이겠습니까? 나라나 지역 안에서 정치 권력을 차지할 목적으로 벌이는 싸움 아닙니까? 그 전략으로 배제의 언어로 시민을 구분 짓는 일, 국가나 지역 내부의 분열을 공공이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내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국가인 지역 도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도민이 행복할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했다면 그것은 헌법 제10조 위반이고, 저는 그것이 내란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되어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험을 갖게 하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권리와 의무감을 상실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공공에 불신과 절망을 갖게 한다면 그것이 내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지금 당신들, 민주적 광장의 논의들을 분열과 갈등으로 이름짓고, 그 분열을 특정 시민들 탓으로 돌려 이차이득을 얻으며 기생하고 있잖습니까?

 

의원님들, 민주주의 모르십니까?

고용호 의원 및 함꼐 서명한 도의원들에게 ‘초등학교 6학년 사회’에 수록된 ‘우리나라의 민주 정치 - 우리 생활과 민주 정치’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충고하겠습니다.

민주주의를 아십니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요? 그것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고 평등한 입장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정치 방식을 말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은 (1) 인간의 존엄성, (2) 자유, (3) 평등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요. 여기서 인간의 존엄성이란, 모든 사람은 그를 이루는 조건 여부를 막론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유란, 그 어떤 외적 조건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해야 합니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자유의 의미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현재 민주 국가의 시민들에게는 국가 운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 국가와 지방정부에게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자유와 같은 적극적인 의미의 자유도 포함됩니다. 평등이란, 어떠한 서열 척도로도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합니다. 자. 다시 말합니다. 정치란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대립을 조정하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활동’입니다.

그런데 당신들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왜 사과 안 합니까? 왜 철회 안 했습니까?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설마 모르면서 그 직을 유지하고 있습니까? 부끄럽습니다. 도의회가 어디 할 일이 없어서 자기들 무능을 반대하는 시민 탓 돌립니까? 이제까지 비자림로 공사가 지연된 건 반대하는 자들 때문이 아니라 일을 엉망으로 진행해온 공공의 안이한 관행과, 실제로 드러난 문제 때문 아닙니까? 그거 바로 잡아서 비전을 내놓아야 할 도의원들이 어디서 대장 노릇입니까?

할 말이 많이 남아있습니다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글 드리겠습니다. 해당 의원들은 물론 도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의원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적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고민하십시오. 결의안 주문 내용을 분석하며 곧 다시 오겠습니다.

고민하세요. 마음 아파요.

2021년 9월 1일, 당신들의 불량선인 드림

 

*외부 기고는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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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주민 2021-09-06 18:15:31
자기가 독립투사라도 되는줄 착각하는 환경단체들~
댁들이나 부끄러운줄 아세요
반대만을 위해 사는 당신들보다 고용호의원이 훨씬 존경스럽습니다
그렇게 당당하면 성산에 와서 사람들 모인데서 비자림로 반대 외쳐보세요
지역주민들이 뭐라고 하는지 좀 들어보라구요

별도 2021-09-02 08:17:23
함량 미달인 도의원들은 차기 선거에서 투표권으로 처단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