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호주에 등장한 해녀, 그에 대한 답을 제주 여고생이 하다
호주에 등장한 해녀, 그에 대한 답을 제주 여고생이 하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8.24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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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중앙여고 양지혜 학생 해녀 관련 인터뷰
호주국립해양박물관 매거진 겨울호에 실려
“제주국제교육원 ‘화상프로젝트’ 수업 성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은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에 해녀를 등장시켰다. 사진가 김형선의 해녀였다. 박물관은 <해녀, 제주도의 바다여성>을 주제로 3월 8일부터 6월 13일까지 전시를 하다가, 오는 10월 10일까지 전시회를 연장해서 제주해녀의 모습을 호주사람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물관 계간지인 <시그널스 매거진>(Signals magazine)에 제주해녀를 소개하는 글을 연속으로 싣는 등 제주해녀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왜 제주해녀에 대한 관심일까.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은 제주해녀를 단순한 관습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형선의 사진을 박물관에서 선보인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럼에도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이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왜 제주해녀는 제주에 있으며, 그들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마침 그 답을 제주 여고생이 해냈다. 제주중앙여고 양지혜 학생이다.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은 2021년 최신호인 겨울호 <시그널스 매거진>에 양지혜 학생이 보낸 인터뷰를 담았다.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한 답이 거기에 있었다.

<시그널스 매거진>에 양지혜 학생의 글이 담긴 계기는 화상프로젝트 수업이었다. 올해 2월 제주국제교육원이 추진한 화상프로젝트 수업 교육과정 가운데 호주국립해양박물관과의 협업이 연결 고리였다. 화상프로젝트 수업은 제주도내 고교생들이 호주의 대학, 전문기관 교육담당자와 화상으로 만나 전문지식을 배우고 자신의 진로관련 탐구활동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양지혜 학생은 화상프로젝트 수업이 끝날 때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해녀였음을 밝혔다.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의 눈길을 자극했다. 호주국립해양박물관측은 김형선 사진전을 이야기했고, 해녀의 생생한 삶을 더 알고 싶었다. 양지혜 학생은 그에 대한 답으로 증조할머니 친구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했고, <시그널스 매거진> 겨울호를 장식했다.

호주국립해양박물관 정기 간행물인 '시그널스 매거진' 2021년 겨울호에 실린 제주중앙여고 양지혜 학생의 인터뷰.
호주국립해양박물관 정기 간행물인 '시그널스 매거진' 2021년 겨울호에 실린 제주중앙여고 양지혜 학생의 인터뷰.

양지혜 학생은 증조할머니 친구인 78세 현정자 할머니와 인터뷰를 가졌다. 비양도 출신인 현정자 할머니는 제주여성으로서, 제주해녀는 ‘선택할 권리가 없는’ 직업이었음을 강조했다.

“가장 가까운 놀이터는 바다였어요. 어렸을 때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했기 때문에 다이빙을 해야 했고, 해녀가 되었어요.”

해녀들이 되는 과정은 여성이었기에, 선태의 여지도 없었다.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이 사진으로 봐오던 해녀의 속살을 인터뷰는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이 궁금해하던 의문들은 하나 둘 해소됐다,

“해녀는 매우 힘든 삶이죠. 하지만 바다 일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어요. 직장인의 삶과 다른 점이라면 바다가 나의 직장이라는 거죠.”

바다는 해녀들의 삶터이다. 해녀는 직업이고, 바다는 직장이다. 사진으로 느끼던 호주사람들이 <시그널스 매거진>을 통해, 아니 양지혜 학생의 인터뷰를 통해 제주해녀의 삶에 좀 더 다가서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싶다.

그렇다고 제주해녀가 그들의 삶을 비통하게 바라보진 않는다. 양지혜 학생과 인터뷰를 한 현정자 할머니는 자신의 삶에 ‘긍정’을 전하고 있다. 호주 사람들에게도 그걸 보여준다.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해녀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최근 젊은 여성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 때문에 해녀가 되는 과정도 밟고 있어요.”

한편 양지혜 학생이 자신의 증조할머니 친구인 현정자 할머니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은 호주국립해양박물관 홈페이지(issuu.com/anmmuseum/docs/signals135_pages/s/13112900)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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