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화북천 복원 위한 주민 목소리, 도의회가 대변하라" 청원 등장
"화북천 복원 위한 주민 목소리, 도의회가 대변하라" 청원 등장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8.24 12:1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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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천 불법 매립 주장하며, 수해 호소하는 주민들
"화북천 복원 원해요"... 제주도의회 청원서 제출
2019년 범람한 화북천 모습. 남아있는 1개 지류 옆쪽으로 물이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수해를 겪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1992년 화북 중계펌프장 건설 사업으로 폐천된 하천 구간에서 오랜 기간 수해를 견뎌온 곤을마을 주민들이 '화북천 복원'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지난 23일 '곤을마을 청정지역을 만드는 대책위원회(이하 '곤을위원회')'는 화북을 지역구로 둔 강성의 제주특별자치도의원과 화북동 주민센터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화북천 복원'에 지역구 도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며, 청원의견서에 서명을 요구하기 위함이다. (청원의견서에 도의원 서명이 있어야만, 관련 청원을 도의회 회기 때 안건으로 상정해 다룰 수 있다.)

이날 면담 자리에 참석한 곤을마을 주민은 총 4명. 모두 곤을위원회 사람들이다.

이들은 "중계펌프장을 만들기 위해 화북천 2개 지류 중 하나가 매립됐다. 이후로 주민들은 수해를 입고 있다"라고 호소한다. 매립된 하천이 화북천의 '본류'에 해당하는 '큰 물길'이라, 가을 태풍철이면 어김없이 화북천 범람 현상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해 뿐만이 아니다. 화북천 범람 문제와 함께, 마을 내 진동하는 악취로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한다. 실제로 중계펌프장에서 간헐적으로 오수를 내보내며, 화북천 하류 바닷가 모래는 모두 검게 썩어있는 상태다.

이에 곤을위원회 장창수 감사는 "현재 남은 화북천의 1개 지류는 비가 그치면 물이 없는 곳"이라며 "과거 비가 올 때, 물이 흐르던 곳은 '본류'였다"라고 말했다. 빗물이 흐르는 하천의 2개 지류 중 1개(본류)가 막혀버려, 하천 범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화북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는 2007년 태풍 나리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당시 인근 빌라의 2층까지 물이 차올라 결국 5개 건물이 모두 철거되기에 이르렀지만, 이후에도 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곤을위원회는 "빗물이 바다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폐천된 화북천 하류부 옛물길을 복원해달라"며 제주도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를 읽은 강 의원은 "(하천을) 복원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라고 말하면서 "(현재 제주도나 전국 각지에서) 하천 복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지역 주민과 이야기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지역 주민 반대로 오히려 하천 복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주민 입장은 다르다.

곤을위원회 권영보 위원장은 "수해를 겪는 인근 주민들 대부분이 곤을위원회와 뜻을 같이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화북천 복원을 반대하는 주민은 없을 거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무조건 안 된다, 어렵다 하지 말고 직접 마을 주민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의회 차원에서도 화북천 복원에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강 의원에게 "화북천 범람으로 주민 피해가 발생하는데, 행정에서는 '자연재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인재'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화북천 매립이 제대로 된 절차가 아닌, 불법으로 진행되었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다.

이들 위원회는 화북천 불법 매립 의혹을 제기하며, 올해 제주 경찰에 관련자를 고발 조치했다. 이에 현재 해당 사건은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만약 주민들의 주장대로 화북천 매립이 불법으로 이뤄졌다면, 화북천 범람으로 인한 수해는 행정에 의한 '인재'로 볼 여지가 있을 테다.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토지이음 서비스에서 발췌.<br>왼쪽에서 빨간 선으로 구분된 구획이 화북천 원형의 모습이다.<br>오른쪽 위성사진은 2021년 6월 찍힌 것으로, 사진 상 하천 오른쪽 구간이 매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br>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토지이음 서비스에서 발췌.
왼쪽에서 빨간 선으로 구분된 구획이 화북천 원형의 모습이다.
오른쪽 위성사진은 2021년 6월 찍힌 최근의 화북천 모습이다.
(사진상으로) 하천 오른쪽 구간이 매립됐고, 왼쪽 구간엔 폭을 넓히는 공사가 진행되어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같은 주민들의 민원에 강 의원은 "(주민 면담을) 제가 나서서 다 할 순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전문 용역을 통해 (수해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지역 주민과 만나기도 하면서 의논해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화북천 복원을 소망하는 주민들의 청원 의견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이에 오는 26일 목요일부터 시작될 제398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일정에 해당 청원이 다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미디어제주>는 화북천 매립에 대한 허가 서류(공유수면 점용허가서, 이하 '허가 서류')를 화북동 주민센터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강인규 화북동장에 따르면, 관련된 서류는 동사무소에 공유된 사실이 없다. 동사무소에선 서류의 존재 여부조차 모른단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제주시 주무부서 등을 통해 허가 서류의 존재 사실을 문의해둔 상태다. 

이와 관련, 제주의 경우 해변가, 하천 등 공유수면 매립을 위한 점용허가의 권한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가진다. 원칙적으로는 제주도가 공유수면 점용허가서를 결제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당시(1992년 전후) '제주시'에 권한을 이임했다 주장한다. 또 이것이 "현재 경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서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하천(공유수면) 점용허가서의 존재 여부 ▲1992년 화북천 매립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 ▲화북천 복원 청원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후속조치 등이 앞으로 쟁점 사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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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성 2021-08-24 20:37:45
이제서야 화북의제대로될려나 도의원 님
지역에 열과성의를다해서일좀해주세요
기자님들도기사를정정당당하게써주시는데우리도의원님도지역을위하여봉사해주세요

곰돌이 2021-08-24 20:30:15
지역구도의원님이제야지역을위해서일해야한다고느끼신모양입니다
미디어제주에기사가너무너무나왔읍니다
김 은애기자님너무고마워요

제주한라산 2021-08-24 19:01:47
지역 주민의 아픔을 생각 하는 도의윈님 되실거라 기대 합니다
도의원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후 방안을 마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별도사람 2021-08-24 13:40:37
-미디어제주와 김은애 기자님 응원합니다
자연환경을 무시한 막가파식 행정에 힘없는 주민들 만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금번 화북 중계펌프장 문제에 미디어제주의 관심과 김은애 기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주민을 위한 행정은 주민의 눈높이로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함에도 군부독재식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제주도 행정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또한 주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행정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끝없는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도의원 2021-08-24 13:32:14
지역구 도의원 할일 했네요!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정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도의원이 달라지고 있구나',' 도의원이 정말 필요한 존재구나' 체감할 수 있는 정치활동을 하겠다. 화북동이 제주시 동부지역의 중심지역으로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기질 수 있도록 개선사업 등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