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21년여 만에 실마리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쟁점은
21년여 만에 실마리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쟁점은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8.2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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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완성’ 여부·살인교사 혐의 입증 관건
해외 체류 기간 ‘범죄 처벌 도피 목적’ 밝혀야
경찰 “‘자백’ 뒷받침 증거 확보 진실 규명 최선”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1999년 11월 5일 오전 제주시내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이승용 변호사 살인(피살)사건의 피의자가 지난 18일 경찰에 검거됐다. 사건 발생 21년 9개월여 만이고, 일수로 따지면 7958일만이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밝히지 못 한 내용을 2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경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행 과정과 향후 쟁점 등을 살펴본다.

1999년 11월 5일 발생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용의자 A(55)씨가 지난 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 미디어제주
1999년 11월 5일 발생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용의자 A(55)씨가 지난 18일 경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개요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은 1991년 11월 5일 제주시 소재 제주북초등학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고 이승용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숨진 이 변호사의 몸에는 수차례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숨진 이 변호사는 정장 차림에 코트를 입고 있었고 현금이 들어있던 지갑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흉기는 치명적인 부위에 흔적을 남겼고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 출혈로 추정됐다.

이 변호사는 차량 밖에서 누군가의 흉기에 찔려 차량 안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운전석과 차량 밖에 핏자국이 이어졌고 이 변호사의 손엔 차량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제주경찰은 이 변호사의 사망 사건을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고 수사를 개시했다.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7개 팀 40여명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용의 선상에 오른 인원만 수십 명에 이른다. 하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전단지를 배포하고 현상금도 1000만원까지 내걸며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진전된 결과를 얻지 못하고 1년 뒤 수사본부를 해체하며 미제 사건으로 남겼다.

지난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2020년 6월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미제사건' TV 방송으로 실마리 찾다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은 발생 20여년만인 지난해 6월 새 국면을 맞게 된다. 지난해 6월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신이 이 변호사를 살해하는 것을 '교사'했다는 A(55)씨가 나타난 것이다.

A씨는 방송에서 자신이 조직폭력배 조직원으로서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 B씨에게 범행을 교사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쓰인 흉기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자신이 '살인교사범'이라는 것이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시 주요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은 인물이다.

방송을 접한 제주경찰은 장기미제사건인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지난해 7월 1일 A씨를 입건하고 올해 4월에는 체포영장을 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A씨는 올해 6월 23일 캄보디아에서 차량으로 이동 중 현지 경찰에 의해 불법체류자로 검거됐고 8월 5일 추방이 결정됐다. 이후 송환절차가 진행됐고 지난 18일 인천공항에 도착, 공항에 대기하던 제주경찰에 검거됐다.

제주경찰은 A씨를 붙잡은 뒤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을 통해 제주법원에 청구된 A씨의 구속영장은 21일 실질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1999년 11월 5일 발생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용의자 A(55)씨가 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 미디어제주
1999년 11월 5일 발생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용의자 A(55)씨가 지난 18일 제주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 미디어제주

▲쟁점은 공소시효와 실체적 진실

1999년 11월에 벌어진 살인범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2014년 11월 공소시효가 완성(만료)됐다. 1999년 5월 대구에서 발생한 김태완(당시 6)군 황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발의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015년 7월 24일 국회를 통과하며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은 개정 법 시행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A씨가 해외에 머문 기간이 '공소시효 중단'에 포함되고 그 기간이 8개월 26일 이상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A씨에 적용한 '살인교사' 혐의 입증 여부도 관건이다. 애초 이번 사건의 재수사가 시작된 단초가 방송에서 A씨가 한 '말'(자백)때문이고, 이를 토대로 살인교사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말'만 있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으면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A씨의 범행 입증을 위해서는 '동기'도 필요하다. 살인교사를 했다면 '왜 했는지', 그리고 배후 또는 윗선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 그렇지만 A씨가 지칭한 두목과 B씨는 모두 사망한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이 어떻게 입증해 나갈지도 관심이다.

4일 오전 명칭이 바뀐 제주도경찰청. © 미디어제주
제주경찰청. © 미디어제주

▲제주경찰의 입장은

제주경찰은 A씨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할 만 하니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큰 쟁점인 '공소시효'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A씨가 범행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해외를 오갔고 그 기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출국 목적이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면 공소시효 중단 대상이 아니다.

경찰 측은 A씨의 입.출국 과정에서 '도피' 목적으로 볼만한 여지가 충분하고 설명했다. '제주 변호사 피살 사건' 때문이 아니라 다른 범죄 때문이라도 '도피' 목적이라면 같이 공소시효가 중단된다고 강조하며 A씨에게 별도 혐의가 있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 기간도 9개월 이상이어서 공소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살인교사' 혐의 입증에 있어서도 A씨의 '자백'만이 아니라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혐의 입증에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동기 및 배후(윗선)에 대한 점은 경찰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방송을 보고 A씨의 범행 관련성을 인지했고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며 "본인은 공소시효가 끝난 것으로 알고 방송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들도 있고 법원에 들어간 (구속)영장에 있다. 구체적으론 알려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입증이 쉽지 않은 사안이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8일 붙잡혀 제주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경찰 호송차에 탄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용의자 A(55)씨. © 미디어제주
지난 18일 붙잡혀 제주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경찰 호송차에 탄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용의자 A(55)씨.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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