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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 실제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애착’을 안기다”
“학교 공간 실제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애착’을 안기다”
  • 김형훈
  • 승인 2021.08.05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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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간, 이젠 ‘바꿈’이다] <2> 공간혁신사업이 준 것

학교 공간이 달라진다. 아니 달라지고 있다. 교육부의 2019학교 공간 혁신사업에 이어, 올해부터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추진된다. <미디어제주>는 학교 공간 혁신사업으로 바뀐 현장을 건축가들과 둘러보고, 미래학교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려 한다. [편집자 주]

학교 공간 혁신추진단 김태일 총괄기획가에게 듣다

12명 건축가들이 촉진자로 참가해 33개 학교 ‘변신’

“공간 혁신사업 끝나고 후속 프로그램 없어 아쉬움”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현재 진행중인 학교 공간 ‘바꿈’은 ‘학교 공간 혁신사업’이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조만간 끝난다. 그렇다고 학교 공간을 바꾸는 일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다. 좀 더 규모를 지닌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라는 이름을 달게 될 뿐이다.

‘학교 공간 혁신사업’이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제시하는 주요 키워드는 ‘수요자’에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 예산을 투입해온 교육당국이라는 ‘공급자’가 주인이 아닌, 실제 학교 공간을 사용하는 학생이 주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두 사업에 집약돼 있다. 더 나가서는 학생이라는 수요자에 학부모와 지역주민들도 학교라는 공간에 담아내려 한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을 담는 학교 공간은 미래지향적이다. 지금의 학교 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그럴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습 형태가 바뀌고 있으며, 학생수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시기이기에 학교 공간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봐야 한다.

우선 지난 201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학교 공간 혁신사업’이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학교 공간 혁신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학교 공간 혁신추진단’을 가동했다. 제주대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를 총괄기획가로 삼고, 여기에 제주 도내 12명의 건축가들이 촉진자로 활동하고 있다. 촉진자들은 학생들과 교류하며 학교내 바꿀 공간을 찾고, 건축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조를 짜서 모형을 만드는 등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건축의 맛을 촉진자를 통해 배웠다. 촉진자인 건축가들이 참여해서 공간 바꿈을 완료한 곳은 지금까지는 제주 도내 22개 학교이다. 한창 바꾸고 있는 학교 공간을 포함하면 모두 33개 학교가 된다.

제주대 김태일 교수가 '학교 공간 혁신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대 김태일 교수가 '학교 공간 혁신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학교 공간 혁신사업은 수요자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만들었다.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달이면 총괄기획가라는 업무를 마감하는 김태일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학교 공간에 ‘애착’이 생겼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평소 학교 공간을 보면서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기 손으로 그런 공간이 만들어지니 더 애착이 가죠. 어쩌면 당연합니다. ‘내가 만들었다’, ‘내 생각이 들어간 나의 학교’라는 개념을 학생들이 가지게 됐죠. 또한 학생들이 수업을 받으면서 불편을 경험하던 공간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한 순간 만족도가 높아지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학교 공간 혁신사업’은 매우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학교 공간 혁신사업은 수요자에게 ‘만족감’과 ‘애착’이라는 단어만 선물한 건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공간을 바라보는 눈이다. 김태일 교수는 그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건축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걸 학생들이 알게 됐죠. 학교 공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걸 도면으로 옮기고, 모형으로 만들면서 건축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됐어요. 학교 공간만 아니라 자기 집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고,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도 하게 됐다는 점이겠죠. 아쉽다면 학교 공간 혁신사업이 끝나고, 후속 프로그램이 없다는 겁니다.”

김태일 교수는 학교 공간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만 변화를 준 건 아니라고 한다. 촉진자로 활동한 건축가들에게도 이 사업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학교 공간은 특수성이 있어요. 일반 주택과는 다르잖아요. 학교 공간의 건축주는 수백명이나 됩니다. 학생도 있고, 학부모도 있고, 선생님도 있습니다. 학교 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수요를 파악하고, 요구 조건도 알아야 합니다. 건축가들은 거기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조정하고 지휘하는 건축가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물론 힘들겠지만 건축가들에겐 건축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를 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봅니다.”

학교 공간 혁신사업은 건축가들에겐 ‘돈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한정된 예산으로 일을 해야 했다. 김태일 교수는 그 점도 지적했다. 도교육청의 발주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학교 여건이 다른데도 예산이 똑같이 분배되는 문제점도 있었다.

“학교 공간을 바꾸려면 정말 의지가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학교가 아닌, 희망을 하는 학교의 공간을 바꿔줘야 하겠죠. 건축가들이 처음부터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학교 공간은 한창 변신중이다. 그 변화의 중심엔 ‘외부의 자극’을 빼지 못한다. ‘외부의 자극’을 유발시킨 이들은 촉진자로 불리는 건축가들이다. 그럼에도 학교 공간은 더 변화를 요구한다. 어떤 변화가 더 필요할까. 다음엔 이 문제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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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숲 2021-08-31 10:11:34
아이들이 편히 마음 붙일 수 있는 공간 ~제주 곳곳에 더 탄생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