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비 심의를 맡고 있는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가 구색갖추기에 나선 듯, 알송달송한 행보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는 지난 17일 두번째 회의에서 내년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월정수당 기준으로 18%가량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행정자치부에서 책정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4557만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의정비 총액 4139만원에 비해 10.1% 오른 것이다.
심의위원들이 의정비를 인상시켜주는 것으로 잠정 결정하자 이에대한 논란도 많다. 무엇보다 의원들에 대한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한 후 의정비 인상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심의위원회가 23일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여론호도용' 내지는 인상의 명분을 억지로 만들어주려는 작위적 행위에 다름없다.
이 조사는 (주)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되는 것으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 최종적으로 인상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제주가 입수한 '도의원 의정활동비 지급 수준관련 제주도민 여론조사' 계획을 보면 여론조사의 질문내용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극히 상실하고 있는데다, 오히려 '인상'에 대한 타당성을 도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이번 여론조사는 크게 세가지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첫째, 의정비 인상과 관련한 질문이 모두 4가지인데, 가장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현재 지급되고 있는 의정활동비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빠져있다.
두번째, 질문자체가 인상하는 것이 타당하는 듯한 논리의 전제가 깔려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다. 두번째 질문내용의 경우 "제주도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에서는 도의원들에게 연간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를 올해 4139만원에서 내년에는 10.1% 인상된 4557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는데, 이같은 잠정 인상안은 올해 전국 광역 시.도의회 의정활동비 평균 4684만원보다 적은 액수입니다"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는 듯한 전제를 달고 '현재 잠정 인상된 금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노골적인 유도질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번째 질문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도의회 의원에게 지급하는 의정비를 인상할 경우,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참신한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과 지방의회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다.
이 질문은 의정비를 인상하면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참신한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과 지방의회 활성화가 된다는 점을 묵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말로 어느 모로 보나 이번 여론조사는 '작위적 결과'를 도출해 내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여론조사를 할 때 설문내용이 판단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전국 평균보다 낮다, 인상할 경우 활성화에 얼마나 될 것으로 보이느냐 등 여론조사 설문인지 여론조작 설문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이러한 작위적 데이터를 갖고 오는 26일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 3차 회의를 열어 최종 확정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될법한 얘기인가. 심의위원회의 이번 여론조사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도민여론을 호도할 개연성을 갖게 한다.
정말 진심으로 의정비를 올려줘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 '작위적 유도질문' 일색의 여론조사를 집어치우고, 제대로 된 의정활동 평가 속에 의정비 인상의 타당성을 도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의정비 인상 필요성에 대해 제기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일 수 있으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여론조사에 있어 '작위적 결과'를 도출시키려는 것은 공공의 이익과 거리가 있는 자가당착임을 심의위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