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5:34 (목)
'부당해고' 의혹 제주도립요양원, 엇갈리는 증언... "진실은?"
'부당해고' 의혹 제주도립요양원, 엇갈리는 증언... "진실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7.05 19:3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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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요양원 부당해고 의혹 들여다보기 <1>

요양원 노동자 '부당해고' 주장, 요양원은 '아니'라고 한다?
-노동자 측, "정년 전, 부당해고" 의혹 제기
-도립요양원, "계약 만료에 따른 통보일 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도립노인요양원(이하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가 협의한 인사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요양원 측이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관련해서 요양원과 노동자 양측은 각각 다른주장을 펼치고 있다.

요양원은 '인사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사조치를 했다 말한다. 노동자는 '노사 단체협약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어겼다' 증언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각자의 입장을 <미디어제주>가 알아봤다.

 

진실1: 계약직 노동자는 정년 때까지 일하고 싶어했다

제주도립노인요양원에 '부당해고' 문제를 제기하는 중인 이익선 씨. 그는 요양원의 시설관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 씨의 오른쪽에는 심인요양원 박숙희 요양보호사가 있다. 그 또한 요양원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 주장한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서술해본다.

요양원에서 시설 관리 업무를 맡아 하던 이익선 씨(이하 ‘이 씨’)는 1956년 12월 20일생이다. 1년 단위로 요양원과 근로계약을 맺으며 일을 해왔다.

그리고 기자가 요양원과 노동자 양측에 확인해본 결과, 현재 요양원 일반 직원의 정년은 기존 62세에서 65세까지 확대된 상태다. 이들이 협의한 ‘노사 단체협약’에 의해서다.

노사 단체협약은 이들이 2020년 5월 체결한 약속이다. 정년과 관련한 인사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본인이 근무를 원하는 경우 65세까지 1년 단위로 계약한다”라는 조항인데, 아래 내용을 참고하자.

제주도립노인요양원과 노동자들이 협의해 체결한 '노사 단체협약' 중 일부.
당초 이익선 씨는 노동자 대표로 협의 과정에 참여, "모든 직원의 정년은 만 65세로 하며, 퇴직 시점은 만 65세가 되는 연도의 12월 31일로 한다"라는 조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위 결과로 최종 협의됐다.

위 규정에 따르면, 이 씨는 최대 2022년 12월 19일까지 근무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보자. 그가 만 65세가 되는 날은 2021년 12월 20일. 이에 그는 이날이 도래하기까진 1년 단위 근로계약으로 계약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이 씨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6월 8일이라서, 보수적으로 해석한다면 2022년 6월 7일까지가 정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년에 따른 퇴임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또 이에 대해 요양원 측은 "만 65세 미만까지"를 정년으로 본다. 이 씨의 정년이 2021년 12월 19일이라는 해석이다.

이처럼 정년 시기와 관련해선 각자의 입장마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정한 정년(만 65세) 시점, 이 씨의 경우 2021년 12월 19일이 도래하기 전,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 씨에 따르면, 그는 계약 연장을 원했다. 하지만 2021년 5월 10일자, 요양원장 직인이 찍힌 ‘근로계약만료 통지서’를 받게 된다. 이 통지서에는 "2021년 6월 7일 자로 근로계약만료를 통지함. 계약기간 (2020.06.08~2021.06.07)"이라고 나와있다.

이에 이 씨는 2021년 6월 7일을 끝으로 요양원 출근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익선 씨가 제주도립노인요양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근로계약만료 통지서'.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지금 쟁점이 된 '정년의 기한'에 대한 부분은 원칙적으론 정규직, 기한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기간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어 ‘정년제도’ 자체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60세 이상 정년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또한 논란의 여지는 있다. '기간제 근로자라도 정년 적용을 받는다'라는 전제 하에 내려진 판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실2: 제주도립노인요양원 측과 노동자 주장 엇갈리다

여기까지가 기자가 취재한 사실관계 부분이다.

이제부터 이 씨와 요양원 측의 말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우선 요양원 측 입장이다.

요양원 측은 “(이 씨에게) 계약 만료로 통보를 했다. 정년보다도 계약 만료에 대한 통보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도래해 이를 통보했고,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이 위법사항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용덕 제주도립노인요양원장은 사실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본인(이익선 씨)이 1년 계약을 해서, 거기(근로계약서)에 사인(서명)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 씨도 1년 단위 계약 내용을 알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거라 크게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김 원장은 김 씨 측에 계약 연장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가 만 65세가 되는 2021년 12월까지) 추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김 씨에게 계약 연장을 제안한 결과,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씨는 김 원장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 씨는 “처음부터 김용덕 원장이 계약연장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가 계약만료사실을 통보 받은 것은 지난 5월 10일. 그는 곧장 사측에 이의제기를 했단다.

이 씨는 “내가 지금 만 64세니까, 만 65세까지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요양원 측에 전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 원장이 부임할 때, 만 65세까지는 계약 연장을 해준다고 그랬어요”라며 구두 약속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녹음 파일도 가지고 있다면서.

이 씨의 말에 따르면, 그는 ‘계약연장’을 희망했지만, 요양원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 더는 계약 연장이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씨가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1년 단위 계약 연장이 어렵다면, 만 65세가 되는 12월까지만 계약 연장을 시켜달라”고 사측에 제안하기도 했단다. 이것이 노사 단체협약에 따른 정년 기준이라, 당연히 들어줄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응답하지 않았단다.

결국 이 씨는 '부당해고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의 사정을 노동부에 제소했다.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을 살피는 중이다.

끝으로 이 씨는 “노동부 제소 이후에서야 요양원 측으로부터 제안이 왔다. 12월까지 근무하게 해주겠다는데 이걸 제가 지금 시점에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거절했습니다. 제가 법의 판단으로 당당하게 복직돼야 앞으로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들이 저와 같은 일을 겪게 되었을 때, 제 사례를 선례로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격 없는 의사한테 처방을 안 받겠다(뒤늦은 요양원 측의 계약연장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이 그의 선택이다.

 

진실3: 요양원 직원 47인, "해고된 노동자 복직 청원해"

이 씨에 대한 부당해고 의혹은 곧 요양원 전체가 알게 됐다. 그리고 이 주장에 임직원 상당수가 동의를 표한 바 있다.

모 직원에 따르면, “95% 이상이 이 씨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며 복직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사에서 제보 직원 신원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증언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 제보자 색출 등 발생 가능한 직장 내 갑질 방지를 위함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들이 직접 서명한 청원서를 보내왔다. ‘도립요양원 직원들의 청원서’라는 제목으로 5월 11일자 요양원 측에 전한 청원이다.

청원서에는 총 47명의 요양원 내 종사자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다. 참고로 요양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요양원 정원은 53명이다. 여기서 인사권자 1명(원장)과  최근 이 씨 대신 신규 채용된 시설관리 직원을 제외하면 51명이 된다. 즉, 51명 중 47명 노동자가 이 씨의 복직을 청원한 것인데, 비율로는 약 92% 정도다.

이에 청원서 내용 원문 및 사진 일부를 첨부한다.

<2021.05.11. 제주도립요양원 직원 일동이 요양원 측에 보낸 청원서 내용 일부>

“도립요양원에서 모범적으로 일하시는 시설관리인 이익선 선생님이 계십니다. 제일 먼저 출근해서 해마다 잡초 깎기 및 모든 물품의 수리를 미루는 법이 없이 바로바로 해결해 주십니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노력해서 년 간 3000만 원 정도, 도립요양원 운영 재정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봉투를 1800만원 이상 후원자를 찾아 후원해주시고 우리 도립요양원을 위해 애쓰시는 분이십니다. 사무국장과 원장은 본인들의 권한이라며 계약직이라고 ‘계약완료통지’를 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도립요양원에 꼭 필요하신 분이라고 대다수 직원들의 의견을 면담하면서 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견을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요?”

제주도립노인요양원 직원들이 이익선 씨의 복직과 함께 내부 인사 관련 문제를 사측에 건의하며 전달한 청원서 내용.
이익선 씨의 복직을 바라며 청원서에 동의 서명한 제주도립노인요양원 직원들. 총 47명의 서명이 있다.

청원서를 기자에게 전달한 모 직원은 이 씨가 출근시간(오전 9시)보다 2시간 가량 일찍 와서 혼자 요양원 내 잡초를 깎거나, 위급환자 이송을 돕거나 했던 사실을 안다. 이 씨야말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 했던, “요양원에 꼭 필요한 인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 직원은 “총 3차에 걸친 (사측을 향한) 설득에도 이 씨의 계약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1차로 요양원 팀장급 직원들이 원장과 면담을 했고, 2차로 원장과 제주의료원장에게 위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들 직원은 3차로 전 직원 조회 시간에 공개적으로 건의하기도 했는데, 사측으로부터 “다른 곳에서도 계약기간 끝나면 (해당 노동자는) 다 (내)보낸다”라는 답을 받았단다.

끝으로 그는 요양원의 관리감독 주체가 애매한 점을 문제 삼았다. 도에서 만들었지만, 제주의료원에서 운영 업무를 맡고 있어 관리감독의 주체가 모호해졌다는 거다. 도의 관심도가 낮으니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복지기관’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7월 5일 제주도청 앞. 제주도립노인요양원과 심인요양원에 부당해고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규탄하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와 관련, 7월 5일 오전 11시에는 제주도청 앞에서 관련된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제주지역본부(이하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함께하며 성사된 이번 회견에서는 제주도립노인요양원과 심인요양원 두 곳에의 부당해고 의혹이 거론됐다.

제주도립노인요양원의 경우 앞서 서술한 이익선 씨의 사연이고, 심인요양원은 박숙희 요양보호사에 대한 내용이다.

박숙희 요양보호사는 2년 전 64세 나이로 입사해 올해 5월 31일 해고됐다.

박 씨는 심인요양원이 기습적으로 노동자 동의를 얻어 정년 축소(만 70세 > 만 60세)를 감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정년 축소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 변경사항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며, “빨리 서명하라고 (사측이) 해서 바쁜 업무 중에 잘 보지 못하고 서명했다. 정년 축소에 대한 동의서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사항이 담긴 내용이라면, 사측은 이를 노동자에게 성실히 설명해줄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정년 축소를 감행했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노동자 및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두 곳 요양원에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돌봄노동 공공성 강화에 제주도가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부당해고'에 대한 요양원 노동자의 주장을 사측은 '부당해고가 아닌, 계약 만료에 의한 통보'라 말한다.

하지만 이익선 씨의 경우 분명 정년(단체협약을 통해 정한 최대 근무가능 시일)이 도래하기 전, 본인이 계약 연장을 희망함에도 불구하고 약 6개월(최대 1년 6개월) 가량 조기 퇴직하게 됐다. 

그에 대한 인사를 부당해고로 볼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할 근거인 노동자와 사측(요양원)의 증언이 조금씩 다른 상황이다. 

이에 기자는 해결방안을 제주시와 제주도 관계부서에 각각 문의봤다. 그들도 뾰족한 방법이 없단다. 인건비(직원 월급)가 건강보험관리공단 예산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인사'와 관련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말 그럴까. 기사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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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더럽다 2021-11-22 20:38:58
갑질이더럽다

태양 2021-07-10 23:03:19
어느쪽 입장에서든쉽게납득이가는 내용
잘 읽었습니다~
이어지는 기사가
기다려집니다

ㄱㄴㄷ 2021-07-10 18:19:49
노동자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시고 정의를 위한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Lj 2021-07-10 14:06:04
나이듦,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이 작은 소망마저
거부당한 현실로 많이 아프실 거예요.

"나이 들어가지고 구질구질하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서 어찌 조용히 집에 있을 수 있을까요?

고밉습니다.
따스한 글을 써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