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공간을 바꾸자고 했어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공간을 바꾸자고 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7.05 16: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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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초, 5일 ‘학교공간 혁신사업’ 현장 투어 진행
학교공간 변화 이끌 건축가로 권정우 소장 참여
김영수도서관과 동광초 도서관 직접 둘러보기도
동광초등학교 도서관. 미디어제주
동광초등학교 도서관.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학교 공간의 변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학교 공간이 카페처럼 바뀌기도 하고, 그 공간에 들어온 이들은 좀 더 그 공간을 음미하고 싶어한다. 그만큼 학교 공간은 바뀌고 있다. 그런 흐름을 주도하는 건 다름 아닌 ‘학교공간 혁신사업’이다. 올해부터는 일도초등학교도 대열에 합류했다.

일도초는 제주시 도심에 있으면서도 아주 작은 학교에 속한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활력이 떨어졌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일도초는 공모 교장 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변화를 주려 했다. 학부모들이 움직였고 2019년 2학기부터 공모 교장이 일도초로 오게 됐다. 바로 지금의 고종희 교장이다.

공모로 일도초를 밟은 고종희 교장은 늘 바쁘게 움직인다. 학부모들의 말을 빌리면 ‘만나기 쉽지 않은 분’이다. 그만큼 학교를 훑고 다닌다. 그렇다고 학부모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지 않는다. 학부모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고종희 교장은 매월 한차례 학부모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학부모들은 교장과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교는 어떤 학교여야 하는지를 터놓고 이야기한다.

그런 결실이 학교공간 혁신사업이다. 올해부터 일도초에 관련 예산이 투입된다. 고종희 교장은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고 한다.

“2019년에 신산머루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를 해서 학교공간을 바꾸려고 추진을 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19를 맞았고 중단을 해야 했어요.”

그렇다고 사업 구상을 접지 않았다. 결국 올해 사업이 확정됐고, 어떤 공간을 만들지를 고민하게 됐다. 학교공간은 건축가도 함께하는 작업이다. 일도초는 김영수도서관과 제주교대부설초 등을 둘러보고 함께할 건축가로 탐라지예 권정우 소장을 낙점했다. 권정우 소장은 학교공간을 여러 차례 바꾼 경험도 있다. 일도초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맞아서일까, 권정우 소장은 일도초 학교공간 혁신사업의 퍼실리테이터(촉진자)로 참여하게 됐다.

퍼실리테이터는 참여자들의 마음에 품은 속내를 끄집어내야 한다. 막연한 ‘학교공간’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학교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현실로 만들도록 도움을 준다. 그런 활동이 5일 진행됐다. 일도초는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건축물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탐방을 가졌다. 학부모와 이날 김영수도서관을 둘러보고, 동광초등학교 도서관도 직접 관찰했다.

일도초 6학년 학생들이 동광초 도서관을 설계한 에이루트건축의 강정윤 소장(왼쪽에서 두번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일도초 6학년 학생들이 동광초 도서관을 설계한 에이루트건축의 강정윤 소장(왼쪽에서 두번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직접 둘러본 학부모들은 어떤 입장일까. 공모 교장이 오면서 학교의 변화도 바라보고 있다는 송정열 학부모회장도 이날 투어를 아주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교장 선생님이 오자마자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게 바뀌었어요. 학부모들과 힘을 합쳐 공간혁신을 하자고 했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어요. 오늘 현장을 둘러보니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아요. 일도초가 만들 공간은 아주 다를 겁니다. 4층이어서 뷰도 좋고, 바다도 보여요. 어떻게 나올지 너무 기대돼요.”

일도초 학교공간 혁신사업은 다양한 교육주체의 조합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외부의 건축가도 참여 주체로 나서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학생들은 6학년이다.

6학년은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아이들인데, 왜 6학년이 학교공간 혁신사업의 주체가 되었을까. 이유는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선물을 주고 싶어서다. 6학년이 졸업을 할 때, 그들이 중심으로 작업을 했던 공간에서 졸업식을 하자는 뜻이 모였다. 이날 투어에 참여한 6학년 학생들의 생각도 들어봤다.

“학생들이 마음껏 놀 수 있으면서 저학년도 안전하게 놀이를 하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놀이터 같은 공간요.”(6학년 김동호 학생)

“우리가 학교공간을 만든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해요. 너무 좋고요, 졸업을 하고 나서도 찾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6학년 고강준 학생)

여름에서 가을을 거쳐, 겨울이라는 서로 다른 계절이 바뀐다면 그들의 꿈은 현실이 된다. 그렇다고 시간이 넉넉한 건 아니다. 일도초가 바라던 꿈, 학생과 학부모가 꿈꾸는 기적과 같은 공간, 교육주체의 생각을 나누면서 꿈을 펼쳐놓아야 하는 건축가. 그들은 내년 1월초 졸업식을 미리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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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숲 2021-07-07 20:37:50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정서적 공간성이 살아있어야 할 것 같아요~~아이들과 부모가 주체가 된다니 ...생각만해도 꿈을 키우는 멋진 공간이 탄생될 것 같네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