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40여년 전 미국 입양 여성 제주서 아버지와 극적 상봉
40여년 전 미국 입양 여성 제주서 아버지와 극적 상봉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6.29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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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가족 찾아 무작정 입국 전국 돌아다녀
29일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도움 父 만나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젖먹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여성이 40여년 만에 우리나라를 방문, 경찰의 도움을 받아 제주에서 극적으로 아버지와 상봉했다.

29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남문지구대에서 김(Kim)모(46.여)씨가 40여년 전 헤어진 아버지 박모(81)씨가 만났다. 김씨는 1975년 7~9월 사이 태어난 것으로 추정(여권은 1974년생)되고 이듬해 1월 중순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에서는 김(Kim)으로 살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미국에서도 많은 고초를 겪으며 성장해 지금은 대학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간 자신의 가족을 찾고 싶어했고 3개월 전 우리나라를 찾았다.

김씨가 가족을 찾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전단지 일부.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김씨가 가족을 찾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전단지 일부.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김씨는 이후 자가 격리를 마친 뒤 자신이 만든 '전단지'를 쥐고 전국을 돌았다. 자신의 가족을 찾거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어 무작정 길을 나서 서울, 부산 등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광주에 있는 모 기관에서 가족(아버지)으로 추정되는 인적사항이 제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주로 향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제주시청을 방문했고, 시청 측이 가까운 경찰 지구대인 남문지구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 때부터 남문지구대 관계자가 김씨와 대화하며 '기억 속의 가족'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마침 김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동입양의뢰배경'에 남은 정보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자신이 태어난 경기도 소재 병원 이름과 엄마의 이름 등이 정보에 남아 있었다. 경찰이 여러 정보들을 이용해 조회하다보니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이 제주시 영평동에 거주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남문지구대 이창학 경감이 먼저 아버지 박씨를 찾았고 김씨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대화에 나섰다. 김씨가 가지고 있던 '전단지'의 사진도 보여줬다.

29일 상봉한 김씨(왼쪽)와 아버지 박씨.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29일 상봉한 김씨(왼쪽)와 아버지 박씨.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박씨는 대화 중 경기도 소재 산부인과에서 아내가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김씨의 휴대전화에 남은 정보 중 '엄마'의 이름이 박씨의 아내의 이름과 같은 점도 확인됐다. 박씨는 이 경감과의 대화에서 "당시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딸을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했다. 박씨는 아들들이 다른 지방에 있어 제주에서 혼자 살고 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눈 이 경감은 박씨를 순찰차에 태워 남문지구대에서 김씨와 만남을 주선했다. 통역을 사이에 두고 박씨와 김씨의 대화가 이뤄졌고 결국 김씨는 박씨의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아버지 박씨의 손을 잡고 울면서 "미국에서 생활하지만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고 딸의 손을 잡은 박씨도 눈물을 보였다. 김씨는 1주일 정도 머물다 미국에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감은 <미디어제주>와 통화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 앞뒤가 다 맞더라. 최종적으로 유전자 확인만 남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며 "우리(경찰)가 해줄 수 있는 게 여기까지지만 두 분이 잘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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