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04 (금)
조사 시점에 따라 도시재생 활성화 기준도 ‘들쭉날쭉’
조사 시점에 따라 도시재생 활성화 기준도 ‘들쭉날쭉’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6.29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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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제대로 되고 있나] <2> 경직된 도시재생법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활성화 지원 법률

대규모 개발 이뤄진 지역의 옛 마을 보존은 취약

조천읍은 2018년 해당 지역이었다가 올해는 제외

자손대대로 공동체를 지켜온 마을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그런 마을은 개발의 유혹도 견디며 그들의 공동체를 일궈왔다. 때문에 우리는 예전 제주사람들이 살던 문화를 그나마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공동체를 향해서 ‘그대로 있어달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그 마을에도 개발 바람이 닥칠테고, 그 개발 바람은 공동체의 파괴를 부를 수도 있다.

지금 진행되는 도시재생을 들여다보면 너무 경직돼 있다. 공동체를 꾸준히 이어온 마을을 제대로 지켜줄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도시재생법)은 옛 마을 보존엔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기획에서 지적했듯이 도시재생은 행정동 단위로 쇠퇴기준을 매기고 있다. 만일 수백 년간 공동체를 이어오던 마을 인근에 수천 세대의 개발이 진행되는 경우를 그려보자. 그렇게 될 경우엔 수백 년간 이어온 마을은 도시재생 지역에 포함될 수 없게 되어 있다. 새로운 건축물이 무한정 늘어나면서 낡은 건물 비율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우선 도시재생법에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을 어떻게 지정하는지 들여다보자. 법은 ①인구가 현저히 감소하는 지역 ②총사업체 수의 감소 등 산업의 이탈이 발생되는 지역 ③노후주택의 증가 등 주거환경이 약화되는 지역 등 세 가지 요건 가운데 2개 이상 충족돼야 활성화지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도시재생법에 따라 ①의 경우는 최근 30년간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서 20%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거나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한 지역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된다. ②의 경우인 사업체 수는 가장 많았던 시기와 비교해서 5% 이상 감소했거나 최근 5년간 3년 이상 연속으로 총사업체 수가 감소한 지역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된다. 총족요건 ③에 해당하는 노후주택은 준공된 후 20년 이상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조건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정동이 넓어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졌을 때이다. 물론 앞서 지적처럼 수백 년간 공동체를 이어온 마을은 법에 명기된 ①~③의 요건을 채우기가 어렵다.

제주시 동지역 외곽은 최근 개발 바람으로, 도시재생 활성화 지구 선정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삼양동은 삼화지구의 등장으로 인구도 늘고, 사업체 수도 늘어난 건 물론, 낡은 건축물 비율도 줄었다. 외도동은 연동과 노형의 팽창으로, 도심지가 커진 형국이다.

최근 주민들이

사진 위는 2018년 도시재생 전략계획. 당시 조천읍이 쇠퇴기준을 충족했으나, 올해 발표에서는 신축 건축물 증가로 쇠퇴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화북동도 이 기간만큼 신축 건물이 늘어났다. 미디어제주
사진 위는 2018년 도시재생 전략계획. 당시 조천읍이 쇠퇴기준을 충족했으나, 올해 발표에서는 신축 건축물 증가로 쇠퇴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화북동도 이 기간만큼 신축 건물이 늘어났다. ⓒ미디어제주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화북동은 어떨까. 화북동은 2000년대 들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삼화지구가 포함돼 있다. 화북동인 경우 ①~③의 요건 가운데 인구는 해당되지만 나머지는 관련이 없다. 산업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노후 건축물은 50% 기준에 0.45% 모자란 49.45%의 비율을 보였다.

화북동인 경우 100년 넘은 건축물도 있고,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 활성화의 해당 사항은 되지 못한다.

특히 인구 변동이나 산업체 변동, 노후건축물 변동은 조사 시점마다 차이를 드러내곤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18년에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할 당시는 지금과도 다르다. 조천읍은 당시엔 쇠퇴기준 2개 이상을 충족시켜서 활성화 지역에 포함이 됐으나, 이번 조사는 1개만 충족시키며 대상에서 탈락됐다. 조천읍은 2018년 조사 당시 노후 건축물 비율이 51.1%였으나, 도시재생 계획이 변경되면서 이번 조사에서는 신축 건축물 증가로 노후 건축물 비율은 48.66%로 떨어졌다.

화북동도 2018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노후 건축물의 비율이 낮아졌다. 2018년 노후 건축물 비율 55.3%에서 현재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조사 시점에 따라 도시재생 지구 선정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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