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타당성' 뒷받침위한 질문들로 가득
제주특별자치도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위원장 고일문)가 내년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월정수당 기준으로 18%가량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도민의견 수렴'을 명분으로 해 실시하는 여론조사마저 인상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월정수당 18% 인상안을 잠정 마련한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는 23일부터 제주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 내외를 대상으로 전화인터뷰를 통해 잠정 결정액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이 조사는 (주)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되며,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 최종적으로 인상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23일 미디어제주가 입수한 '도의원 의정활동비 지급 수준관련 제주도민 여론조사' 계획을 보면 여론조사의 질문내용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극히 상실하고 있는데다, 오히려 '인상'에 대한 타당성을 도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실제 설문조사 내용은 크게 4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두번째 질문과 세번째 질문은 질문내용 자체가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두번째 질문내용에서는 "제주도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에서는 도의원들에게 연간 지급되는 의정활동비를 올해 4139만원에서 내년에는 10.1% 인상된 4557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는데, 이같은 잠정 인상안은 올해 전국 광역 시.도의회 의정활동비 평균 4684만원보다 적은 액수입니다"라는 전제를 두고, 현재의 잠정 인상 금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다.
즉, 현재 지급되고 있는 의정활동비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질의가 빠진 채 막바로 다른 시.도보다 '적게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후, 이번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인상안에 대한 소개에 있어서도 월정수당의 전년대비 인상률에 대한 질의가 아니라 총액차원의 질의가 되어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또 세번째 질문에 있어서는 "도의회 의원에게 지급하는 의정비를 인상할 경우,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참신한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과 지방의회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로 짜여져 있는데, 이 질문 역시 의정비 인상이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참신한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이라는 긍정적 측면만 강하게 부각시킨 후 내놓는 질문이어서 '인상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질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설문내용 구성으로 인해 이번 여론조사가 인상안에 대한 도민들의 전반적 의견을 묻는다기 보다는 오히려 인상의 타당성을 갖추기 위한 조사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
#'진희종 제주진단'에서도 여론조사 공정성 상실 비판
이와관련, 23일 KBS 제1라디오 '진희종의 제주진단'에서도 여론조사의 타당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진희종 진행자는 이날 방송에서 "여론조사를 할 때 설문내용이 판단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전국 평균보다 낮다, 인상할 경우 활성화에 얼마나 될 것으로 보이느냐 등 여론조사 설문인지 여론조작 설문인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26일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는 이번 여론조사를 토대로 인상여부를 판단 한다는데 주목하겠다"며 "참고로 제주도는 다른 지역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의회비 비중이 두배 가까이 많다고 한다. 차제에 의정비 인상이 아니라 의회 구조조정 논의가 먼저 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는 지난 17일 회의 끝에 내년 의정활동비를 총액기준으로 올해 4138만원보다 10.1%가 인상된 4556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행정자치부가 결정한 연 1800만원(월150만원)과, 월정수당은 2756만원(월229만7000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월정수당 2338만8000원(월194만9000원)보다 18% 가량 인상한 것이다.
의정비 인상에 대한 최종확정은 26일 이뤄진다. <미디어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