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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성폭행’ 재판, 유전자 재분석·휴지 증거능력 쟁점
‘20년 전 성폭행’ 재판, 유전자 재분석·휴지 증거능력 쟁점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6.14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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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14일 50대 피고인 3차 공판 속행
다른 강력범죄 징역 18년 복역 중 2001년 사건 추가 기소
‘분석’ 미흡 DNA 재분석하며 20개 유전자좌위 ‘동일’ 결과
변호인 “‘휴지뭉치’ 위법 수집 DNA 감정서 역시 위법” 주장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20년 전 디엔에이(DNA) 증거로 과거 성폭행 사건 피고인이 된 남성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증인 신문을 통해 사건이 발생한 2001년 당시 유전자 분석과 2019년 재분석의 차이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고 범행 현장에 남아있던 ‘DNA가 묻은 휴지 뭉치’의 증거 능력도 쟁점이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파장 장찬수)는 1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50대 한모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속행했다. 한씨는 2011년 3월 서귀포시 소재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한씨는 다른 지방에서 강간 등의 180여건의 강력범죄로 2009년 5월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 이번 사건이 추가 기소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과거 유전자좌위 분석이 미흡했던 1800여개의 DNA를 재분석하며 2001년 3월 서귀포시 가정집 성폭행 사건에서 수집된 DNA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한씨의 DNA와 동일하다는 결과를 얻어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올해 3월 2일 기소됐다.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모(51)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2001년 3월 서귀포시 소재 가정집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에 관한 재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이날 재판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연구관 A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A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0년 이상 유전자 감정 업무를 해온 인물이다.

검찰은 2001년 3월 범행 현장에서 찾은 휴지뭉치에 남은 DNA가 한씨의 것과 동일한지, 그리고 2001년 당시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변호인은 오래된 증거물의 변질 여부 등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이에 대해 “2001년 DNA 분석은 성별을 제외, 유효한 유전자 좌위가 4개 정도에 불과 했지만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20개 좌위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개 좌위가 같다는 것만으로 동일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20개 자리가 같다면 같은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이번 사건의 DNA 증거 보관에 대해 “영하 80℃에 냉동보관했다. 정상적으로 잘 보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다른 연구원이나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의 DNA를 교체하거나 훼손 가능성 여부에 대한 질문엔 “이 사건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씨의 것과 동일한 DNA가 묻은 휴지뭉치 역시 공방의 대상이 됐다. 변호인 측은 휴지뭉치가 유류물이거나 피해자 소유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적법한 압수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고, 이를 기초로 한 DNA 감정서 역시 위법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에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휴지를 버리고 갔다면 유기물로 봐야 하는 게 아닌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검토 및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다음 달 12일 오후 이번 사건에 대한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에서는 서증조사와 쟁점 사항에 대한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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