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경찰 246억 투입 해안경계시스템 구축 ‘주먹구구’
제주경찰 246억 투입 해안경계시스템 구축 ‘주먹구구’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6.09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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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영상감시장비 안개 시 시정거리 짧아 감시 사각지대 우려
제주경찰청 선박정보 표시 기능 빠진 것 알고도 1단계 준공
감사원, 사각지대 최소화 ‘통보’·사업 관리 철저 ‘주의’ 촉구
4일 오전 명칭이 바뀐 제주도경찰청. © 미디어제주
제주경찰청.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경찰이 200억원 이상을 들인 해안경계시스템을 구축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능형 해안경계시스템 구축사업 관련 실태 점검' 감사 결과 보고서를 9일 공개했다. 감사원이 점검한 지능형 해안경계시스템 구축사업은 제주경찰청이 오는 2023년 9월 의무경찰제도 폐지를 앞두고 해안초소 경계인력 부족에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해안경계부대를 대체할 열영상감시장비(TOD)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2019년 9월부터 추진 중이며 사업비는 총 246억원에 이른다. 2019년 12월 A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3월 26일 현재 TOD 총 45대 중 12대(3단계 중 1단계)가 설치됐다. 3단계 마무리 시기는 오는 10월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제주 인근 해역은 해무와 안개 등으로 인한 기상변화가 심하고 안개 시 시정거리가 짧아 TOD 영상 화질 저하 등으로 감시 사각지대 발생이 우려됐다. 제주경찰청은 이에 따라 입찰제안요청서에 안개 등 악천후에서 TOD 영상 화질 개선 방안 제시를 명시했고 A업체도 시정 5km 미만 안개 발생 등 TOD가 실제 설치될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TOD를 사전 구축, 거리별 성능의 자체 검증을 제안했다.

제주경찰청은 또 관제요원의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TOD 영상전시화면상에 AIS, V-PASS, VHF-DSC 정보를 통합한 선박정보가 표시되도록 제안요청서에 명시했다. 'AIS'는 선박과 선박간, 선박과 육상 간 자동 송·수신 항해장비이고 'V-PASS'는 사고 발생 시 어선 위치 및 긴급구조 신호를 발신하며 어선 입·출항 신고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장치다. 'VHF-DSC'는 선박 조난 시 위치가 발사돼 신속한 구조와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한 통신장비다.

감사원은 제주경찰청이 '지능형 해안경계시스템 구축사업' 중 1단계(2020년 9월 28일 완료) 사업을 추진하며 해무 발생 등 저시정 상황에서 TOD 성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제안요청서에 TOD의 영상전시화면상 선박정보를 표시하는 기능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의 품목 및 수량을 누락하는 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제주경찰청은 A업체와 기술협상을 통해 맑음 및 흐림, 안개, 해무 등 협의된 기상조건에서 TOD 성능을 검증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월 15일과 같은해 2월 4일 맑은 날인 시정거리 23km 조건에서만 TOD 성능을 검증했다. '시정거리 23km 조건에서 15km 부근 선박과 5km 부근 사람 탐지'라는 제안요청서 성능 기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해무 발생 등 저시정 상황에서 TOD 성능의 경우 제주경찰청이 A업체의 검증 결과를 확인해 TOD 운용 요령 등을 마련, 해안경계작전을 수행해야 하지만 이마저 수행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제주경찰청은 1단계 사업을 준공, TOD 12대를 운용하면서도 지난 3월 26일 감사일 현재까지 A업체의 검증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 저시정 상황에서 TOD의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 해 감시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 등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삼사를 통해 A업체의 검증자료도 확인했다. 하지만 A업체는 제안 내용과 다르게 시정 5km 미만 상황에서 거리별 성능검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동영상이나 해무 개선 전의 영상자료가 없어 해무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등 TOD 운용 요령 및 해안경계작전계획 등을 마련하는데 활용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결국 제주경찰청이 저시정 상황에서 TOD가 선박 등을 식별할 수 있는 범위 등 구체적인 성능을 알지 못한 채 장비(TOD)를 운용해 해안경계작전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A업체가 납품한 TOD는 영상전시화면상 선박정보 표시 기능이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경찰청이 제안요청서에 선박정보 표시 기능의 구현에 필요한 하드웨어 등 장비 품목과 수량을 누락해 2019년 12월 해당 기능의 구현방안을 제외한 채 A업체와 기술협상을 마치고 같은해 12월 6일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제주경찰청은 뒤늦게 선박정보 표시 기능이 누락된 것을 알았지만, 지난해 9월 28일 1단계 준공처리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지능형 해안경계시스템 구축 사업'과 관련 해무 발생 등 시정 5km 미만의 저시정 상황에서 TOD의 거리별 성능 등을 확인해 감시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안경계작전계획 마련을 통보했다. 더불어 앞으로 사업 입찰을 실시할 때 제안요청서에 주요 기능과 관련한 장비 등의 품목과 수량 등을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사업 관리에 철저히 하라며 '주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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