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쉬면서 바다를 보고 하늘도 감상하는 학교가 있어요”
“쉬면서 바다를 보고 하늘도 감상하는 학교가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6.0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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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초, 2일 옥상의 버려진 공간에 ‘달빛정원’ 오픈
건축가 참여하는 공간혁신 프로그램에 학생들 주축
쉬는 시간은 쉼터, 수업시간에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57학급, 1547명 규모의 초등학교. 이 정도의 초등학교는 ‘거대학교’로 불린다. 지역 개발 이전만 하더라도 아주 작은 학교였다가, ‘작은’ 대신 ‘거대’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학교가 돼버렸다. 바로 외도초등학교의 모습이 그렇다.

학교는 계속 커지고,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은 작아지고. 외도초는 그런 고민을 털어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외도초는 지난해 꿈길, 사랑길, 나눔길이라는 맨발 걷기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아이들이 숨 쉴 공간을 찾아냈고, 2일 드디어 옥상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문을 연 공간 이름은 ‘달빛정원’이다.

‘달빛정원’은 옥상의 쓸모없던 공간이었다가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달빛정원’의 데크 언덕에 오르면 바다가 보인다. 가볍게 앉아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꽃이 만발한 화단은 ‘달빛정원’과 바깥의 경계를 이룬다. 하늘엔 손에 잡힐 듯 벌집 모양의 지붕이 반긴다.

외도초 옥상에 마련된 '달빛정원'. 쉼터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외도초 옥상에 마련된 '달빛정원'. 쉼터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외도초 '달빛정원'에서 꽃을 바라보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외도초 '달빛정원'에서 꽃을 바라보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달빛정원’은 학교공간 혁신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구상을 하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공간을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6학년(지금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됐다. 25명의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었고, 다양한 생각을 쏟아부었다. 학생들을 곁에서 지원한 이는 에스오디에이 건축사사무소 백승헌 대표였다. 일명 촉진자로 불리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그는 학생들을 자신이 구상하는 방향으로 끌지 않고, 학생들의 생각을 최대한 모아서 실현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기울였다.

“구상은 학생들이 했어요. 저는 학생들의 생각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쓸지 생각을 이끄는 것이었어요.”

아쉽게도 건축가 백승헌 대표와 함께한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떠나버렸다. 공간을 구성하고, 후배들에게 공간을 넘겨준 셈이었다. 5학년 때는 공간혁신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은 6학년이 되고 나서, 이 공간을 새롭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6학년 학생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이름 찾기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달빛정원’은 만들어졌다. ‘달빛정원’이라는 이름은 현주연 학생의 작품이다.

“달빛은 어두울 때 모든 사람을 지켜줘요. 모든 사람을 비춰준다는 의미를 ‘달빛정원’에 담았어요. 제가 지은 이름이 학교에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달빛정원’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고층에 있는 아이들이 1층에 내려갔다가 올라오다 보면 쉬는 시간은 별 의미 없이 지나간다. ‘달빛정원’은 그런 의미에서 고층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겐 쉼을 제공해준다. 쉬는 시간 이외에는 학습공간으로 변한다. 그만큼 ‘달빛정원’은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6학년인 전교어린이회장 진연수 학생으로부터 ‘달빛정원’의 의미를 들을 수도 있었다

“여기는 안쓰는 공간이었어요. 쉼터로 쓸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더구나 하늘과 좀 더 가까워서 높은 곳의 공기도 마실 수 있어요.”

2일 문을 연 '달빛정원'. 학부모들도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미디어제주
2일 문을 연 '달빛정원'. 학부모들도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미디어제주

외도초는 82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이다. 외도 지역이 변하면서 학교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만큼 공간도 좁아졌지만, ‘쓸모없는’ 공간을 찾아내서 ‘쓸모있게’ 만드는 역할을 교직원과 학생들이 해내고 있다. 맨발로 걷는 길을 만들었던 외도초 이금남 교장은 ‘달빛정원’을 어떻게 바라볼까.

“막혀있던 공간이었죠. 복도에서 이 공간을 바라볼 때마다 속상한 공간이기도 했어요. 절대 접근이 불허된 그런 공간이었거든요. 그러나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쉼터로 만들어냈어요. 외도초는 땅에서 맨발로 만나는 공간이 있고, 이젠 하늘을 만나는 쉼터도 가지게 됐어요.”

‘달빛정원’은 학부모들에게도 기대감을 주고 있다. 2일 옥상을 개방한 날, 학부모들도 ‘달빛정원’을 직접 둘러봤다. 외도초에 세 명의 자녀를 보낸다는 김정현 학부모회장도 기쁜 마음 가득이다.

“지금 코로나19 시기여서 안에서만 학생들이 활동하는데, 힐링하는 공간이 필요해요. 내부공간이 아니라 바깥공간에서 활동을 하면 더 좋겠죠. ‘달빛정원’이 그런 곳인데, 꽃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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