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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피해 부풀려진 하천정비 공사,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홍수피해 부풀려진 하천정비 공사,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1.03.3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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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 “천미천 절반 이상 이미 훼손 … 전면 재검토 필요”
천미천 하천 정비공사가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홍수 피해를 과도하게 부풀려 이미 절반 이상 훼손된 천미천을 파괴하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천미천 구좌지구 공사 현장의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천미천 하천 정비공사가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홍수 피해를 과도하게 부풀려 이미 절반 이상 훼손된 천미천을 파괴하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천미천 구좌지구 공사 현장의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의 무분별한 하천 정비공사로 인해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천 중 하나로 꼽히는 천미천이 절반 이상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1일 관련 성명을 내고 천미천 하천 정비공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도내 하천은 모두 143개로, 총 길이는 1907㎞에 달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구간이 하천정비 사업으로 크게 훼손된 상태로, 최근 5년간 공사 중이거나 계획중인 하천 정비 구간이 68.64㎞(제주시 19.68㎞, 서귀포시 48.96㎞)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환경운동연합이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결과 2016년부터 하천정비 공사가 계획되거나 공사 중인 하천이 29곳(제주시 15곳, 서귀포시 14곳)으로, 공사비는 3357억5500만원이 투입된 ㄷ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하천정비 공사에만 3000억원이 훌쩍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는 얘기다.

이 중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은 천미천의 경우 공사 구간이 길고, 생태계 파괴도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 길이 25.7㎞인 천미천은 도내 143개 하천 중 가장 길고 구조가 복잡한 하천이다.

한라산 1100m 이상 지점인 돌오름, 어후오름, 물장올 등지에서 발원해 제주시 동남부 지대와 조천읍, 구좌읍, 표선면, 성산읍에 걸쳐 흐르다가 표선면 신천리 바닷가 앞에서 긴 여정을 마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1861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천미천은 줄기가 가장 긴 복잡한 하천으로 묘사돼 있다.

이미 천미천에서는 그동안 하천 정비가 많이 이뤄지면서 아름답고 큰 소(沼)와 하천변의 숲, 그리고 기암괴석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여기에다 이번 천미천 하천정비공사 계획은 11.98㎞ 구간에 걸쳐 진행되며, 제주시와 서귀포시 구간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공사 구간이 3.98㎞, 서귀포시 공사 구간이 8㎞다. 두 곳 모두 호안 정비를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미천 구좌지구(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605 ~ 송당리 산 260)는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천미천 표선지구(서귀포시 표선면 1651 ~ 성산읍 신천리 948)는 토지 보상이 진행중인 상태로 이 두 곳의 공사 사업비만 431억2800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다 최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일대 2.08㎞ 구간의 천미천 정비계획이 포함된 제주시의 지방하천 하천기본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통과돼 천미천 전체 구간의 60%가 넘는 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공사를 준비중인 상태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천미천 하천정비계획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홍수 피해를 근거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40% 이상 공사 진척률을 보이고 있는 천미천 구좌지구의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업 목적을 기술해 놓고 있지만, 정작 홍수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평가서에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더구나 평가서에는 ‘하천의 환경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정작 하천 정비사업으로 인해 제주도 하천의 고유 기능과 원형이 훼손되고 있어 하천 정비사업의 목적과 맞지 않다는 부분이 환경운동연합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천미천 정비 명분은 미흡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근거 자료도 명확하지 않다”며 “천미천은 예전부터 침수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이미 하상 평탄화, 제방 건설 등 하천정비 작업으로 인해 원형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어 이미 구좌지구와 표선지구 사이에 2015년도에 준공된 125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제주 최대 규모의 성읍저수지가 폭우시 저류지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럼에도 이러한 내용도 산정하지 않고 홍수 예방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도 없이 피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또 400억원이 훌쩍 넘는 예산을 들여가면서 하천정비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묻지마 하천정비’이며 혈세 낭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천 정비 대상 구역인 천미천 구좌지구에 있는 대형 소(沼)와 울창한 상록활엽수립대의 모습. 하지만 하천 정비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호안 정비 과정에서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하천 정비 대상 구역인 천미천 구좌지구에 있는 대형 소(沼)와 울창한 상록활엽수립대의 모습. 하지만 하천 정비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호안 정비 과정에서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더구나 하천 정비과정에서 천미천의 웅장한 소와 양쪽의 상록활엽수림대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음에도 평가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저감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제주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하천으로 정평이 나있는 천미천의 절반 이상을 훼손하면서 얻는 도민의 이익이 뭐냐”고 하천정비사업의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물은 뒤 “근거도 미미한 홍수 피해 예방을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사의 명분인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정밀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천미천을 파괴하는 방식이 아닌 보전 방식을 통한 계획으로 전면 수정, 과도하게 부풀려진 홍수 피해를 근거로 진행되고 있는 도내 모든 하천 정비공사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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