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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에서 무죄 선고받았지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받았지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1.03.26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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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간첩사건 피해자 강광보씨 “다른 분들 명예회복도 도와달라” 호소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지원 정책간담회’ 개최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서슬 퍼런 군사정권 당시 조작간첩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간담회가 26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 주최로 열린 이날 정책간담회는 전날 제39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조작간첩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 제정 필요성을 역설한 강성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 을)이 주관한 자리였다.

조작간첩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가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강광보씨가 26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 무죄 선고 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조작간첩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가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강광보씨가 26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 무죄 선고 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조작간첩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려 옥고를 치렀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강광보씨가 직접 토론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겪었던 고문 피해와 후유증을 생생히 증언한 강씨는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하기 직전 다시 발언 순서가 주어지자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완전한 명예 회복”이라고 호소했다.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긴 했지만, 지금까지 정부나 직접 자신을 고문했던 수사관으로부터 한 번도 진실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직접 꺼낸 것이었다.

고문으로 인해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의 재활 치료와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저는 무죄를 받았지만 지금도 곳곳에 무죄 선고를 받지 못한 분들이 많다”면서 “정작 피해 당사자는 돌아가시고, 그 가족들도 제주를 떠나 육지에서 살고 있거나 외국에 나가 있어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분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힘들게 얘기를 이어갔다.

국가폭력 기억공간 ‘수상한 집’의 변상철 사무국장은 2006년 천주교인권위원회 자료를 인용, 전체 조작간첩사건 109건 중 37건이 제주 사건이라는 점을 들어 “비율로 보면 34%, 제주도 인구가 전국 인구의 1% 가량이라고 한다면 인구 대비 엄청난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주 지역 조작간첩 사건의 경우 대부분이 일제강점기 당시 징용되거나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했던 교포와 4.3사건 전후로 일본으로 건너간 분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던 교민들이었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피해자들이 전기 고문과 각목 끼우기 등 고문에 따른 후유증 때문에 어깨와 무릎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피해자들의 힘든 상황을 소개했다.

더구나 자녀와 친척들까지 취업‧결혼 피해로 이어지고, 오랜 감옥 생활로 인해 자녀와 관계 회복이 힘들거나 알콜중독, 가정 폭력이 발생하는 등 가족들에게도 후유증이 미치고 있다면서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그는 남영동 대공분실이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재탄생한 사례를 들어 조작간첩 사건의 피해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 등 건립 지원과 함께 교과과정이 인권교육의 한 내용으로 조작간첩 사건이 함께 다뤄져야 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놨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도 “피해자들에 대한 생활보조금이나 치료비 지원 뿐만 아니라 이 분들이 재심 청구와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기관에서 직접 나설 수 없다면 변호사회나 민변을 통해서라도 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이상봉 위원장은 “이 분들을 조작간첩으로 몰아간 것은 4.3 때문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이라면서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간첩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가 거의 사라졌는데, 오늘을 계기로 본질적인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며 “조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법률적인 문제까지 고민해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26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특별자치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26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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