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5:57 (화)
한 쪽에선 심고, 한 쪽에선 자르고... "정책 실효성 의문"
한 쪽에선 심고, 한 쪽에선 자르고... "정책 실효성 의문"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2.2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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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도심 속 나무 심기 사업 공모
한편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 중

한 쪽은 파괴, 한 쪽은 복원... "눈 가리고 아웅?"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로 사라질 소나무 숲을 올려다봤다. ⓒ미디어제주
서귀포도서관 앞, 소나무숲.
도심 속에 가꿔진 작은 숲이지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심 속 자투리 땅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공모한다 밝히고 있지만, 막상 도내 곳곳에 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대규모 개발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업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도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숲속의 제주 만들기 500만그루 나무심기(3차년도)’사업의 일환으로 ‘도심 내 나무 심을 자투리 땅 찾기 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사업 취지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는 연간 35.7g(에스프레소 1잔)의 미세먼지를, 1ha의 숲은 경유차 27대가 일 년 동안 내뿜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는 공기 내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며 산소를 공급하는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또 보도자료에는 이런 문구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나무를 계속적으로 심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을만한 부지가 필요한데, 주민이 참여하여 그간 보이지 않았던 노는 자투리 땅을 함께 찾아 함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신청기간은 2월 26일부터 3월 31일까지. 신청 대상 토지는 주차장 등 공유지, 마을공한지(빈공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및 소규모 다세대 가구다.

개인주택 및 개인정원 부지내, 묘지, 밭·과수원 등에 조경수 목적으로 식재하거나 기타 공모사업 취지에 적합하지 않는 부지 등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단다.

그러면서 문경삼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보전국장은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미세먼지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작은 땅부터 녹색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숲속의 제주 만들기의 성공적 추진를 위해서는 온 도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제주도가 이같은 나무 심기 사업으로 "도심 속 나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피력하고 있지만, 막상 한편에서는 행정 주관의 대규모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다. 심지어 사라질 위험에 처한 도심 속 숲도 있다. 서귀포도서관 앞, 소나무 숲이다.

현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구간 중 서귀포학생문화원 바로 앞을 지나, 소나무숲을 베어야 하는 구간.
현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구간 중 일부 구간만 확대해 표시한 사진.
도심 속 소나무숲이 도로 계획 구간에 포함되어 있어, 사라질 위험에 놓였다.

이밖에도 도심은 아니지만, 천연기념물인 녹나무 자생지 인근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도로공사도 있다.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진입도로 개발공사다.

교량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 옆에는 천연기념물 원앙이 서식한다. 서귀포 시민들의 상수원인 강정천 상류 지역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인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공사로 인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겠다 밝히지만, 문제는 공사 자체로 끝이 아니라는 것.

도로가 완공된 후, 이곳을 지나들 차량이 내뿜는 유해물질로 훼손될 환경. 그리고 도로 주변으로 들어설 상업 시설로 인한 환경 훼손도 우려해야 한다.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현장 한편에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이 부러져 나뒹굴고 있다.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 현장 한편에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이 부러져 나뒹굴고 있다.

이처럼 '나무의 소중함'을 피력한 28일자 보도자료와는 정 반대의, 자연 파괴가 우려되는 대규모 도로공사가 제주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도심 내 자투리 땅에 나무를 심기 이전에,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도로공사부터 다시 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자투리 땅'에 아무리 새 나무를 심어봤자 환경 파괴가 병행된다면, 사업에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다.

12월 9일, 시추공사를 위해 준비 중인 '해군기지 진입도로' 현장 모습.<br>
2020년 12월 9일, 시추공사를 위해 준비 중인 '해군기지 진입도로' 현장 모습.

강정마을 인근에서 거주하며, 해군기지 진입도로 개발사업을 수년 모니터링해왔다는 엄문희 씨는 제주도의 도심 속 나무 심기 사업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제주도가)한 쪽에서는 혈세를 들여 자연 파괴를 서슴치 않으면서, 나무를 심는 사업을 별개로 또 한다고 들었다"면서, "도정 정책의 기조가 도대체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이라는 건 일관성이 있을 때 실효성이 있는 것"이라며 "한 쪽에서는 심고, 한 쪽에서는 자르고... 제로섬게임도 아니고, 도는 이같은 상반되는 정책을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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