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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도 입 모아 말했다, "재밋섬 부동산 매입, 중단하라"
상임위도 입 모아 말했다, "재밋섬 부동산 매입, 중단하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2.26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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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문광위 임시회, 제주문화예술재단 업무 보고
상임위원들, 입 모아 "사업 중단, 원점 재검토" 의견 피력

“173억 규모 사업, 임의조직이 판단한 것부터 문제”
"재밋섬 건물 고집할 필요 없어, 나은 방안 있을 것"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6일 오전 10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392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임시회 자리.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도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추진해서 엄청난 혈세를 손해본 사업이 많습니다. 이 사업도 그렇게밖에 보여질 수 없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이 사업은 더 이상 늦기 전에 여기서 정리하는게 맞다, 정리해서 더 이상 이 논란은 없어졌으면 하는 겁니다.”

26일 오전 10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392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임시회 자리, 더불어민주당 박원철 의원(한림읍)의 발언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내용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업무 보고가 있던 이 날, 재단은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을 다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밋섬 부동산 매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의회 상임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업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밋섬 부동산 매입 중단을 요구한 의원도 있었다.

여기서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란, 삼도이동에 위치한 재밋섬 부동산을 100억원(세금 포함 약 113억)에 매입, 60억원의 리모델링비를 들여 공공 공연연습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단은 여기에 문화예술인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재단 사무실을 함께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과정마다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에 있다. 행정이 절차와 상식을 무시한 채 도의회 보고 없이 사업을 강행하다, 덜미를 잡혔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시점은 2018년 5월 15일 주민설명회 때였다. 하지만 계약금 2원, 계약파기 위약금 20억원 등 상식에서 벗어난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며 사업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는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로 이어졌고, 결국 감사위는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라는 주문을 하게 된다.

햇수로 4년째 멈췄던 사업인데, 올해부터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재단이 구성한 ‘타당성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가 재밋섬 건물 매입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단은 검토위 결정을 받아들였다며, 26일 상임위 업무 보고 자리에서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상임위는 2018년 당시 상임위원들과 비슷한 답을 내놨다.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모두 확보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사업이기에, 이쯤에서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호형 의원. 지난 10대 상임위에 이어 이번 11대 상임위에서도 재밋섬 부동산 매입 건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특히 지난 10대 상임위에 이어 이번 11대 상임위에서도 재밋섬 부동산 매입 건을 들여다본 박호형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일도2동갑)은 "10대 때 본 상임위에서 (재밋섬 건물 매입 건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차기 11대 상임위에 가서 논의하라고 했는데, 좀 화가 나는게 선거 기간 중에 (재단) 이사회가 (사업에 대한) 심의 의결을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어수선할 때, 사업이 물밑에서 진행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다시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이날 재단 업무보고는 사업 관련된 논란거리를 집중 추궁하는 자리가 됐다. 상임위는 지금이라도 재단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회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173억 규모 사업
법적 지위도, 근거도 없는 임의조직이 판단한 것부터 문제”

(위)안창남 위원장 / (아래) 오영희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우선 안창남 위원장(무소속, 제주시 삼양동·봉개동)은 재단이 의사결정의 근거로 제시한 검토위 관련 문제를 되짚었다.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이날 자리에서 재밋섬 부동산 매입 재추진 결정이 '검토위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토위가 재밋섬 부동산 매입에 문제가 없다 판단했고, 이에 따라 사업을 재추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안 위원장은 이 이사장의 답변이 ‘사업 재추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조목조목 법적 근거를 따져 물었다.

우선 안 위원장은 검토위가 법적 근거를 갖고 탄생한 조직이 아니라, 감사위 주문에 따라 구성된 ‘임의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적 근거 없는 임의조직의 판단으로 173억원 규모 사업이 결정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감사위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주문부터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기본적으로 행정이 의사결정을 좌우할 위원회를 구성하려 할 땐,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면서 “조례를 제정하던가, (기존) 조례에 맞게 (검토위를) 구성”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영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도 사업이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며, 재단의 ‘기본재산 관리 규정’ 위반 문제를 언급했다.

재단의 기본재산 관리 규정 제3조 1항에 의하면, 재단은 “기금 설치목적과 정관에 따른 재산의 정의 및 조성방법에 맞도록 성실하게 기본재산을 관리·운용하여야 한다”.

또 2항에 따르면 “기본재산 운용에 따라 발생한 이자 수입은 재단관리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 있다”.

오 의원은 이러한 규정을 들며 “기본재산에서 이자만이 운영 경비로 사용될 수 있는데, 재단은 기본재산 자체를 재밋섬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각종 조례 및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오 의원은 재단이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 추진에서 “법과 행정절차”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재밋섬 건물일 필요 있나,
170억원이면 더 크고 넓은 부지에 신축도 가능해”

문경운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주차난에 허덕이는 지역에 입지한 재밋섬 건물. 재단은 해당 건물과 예술공간 이아를 연계해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의회는 비판적이다.

문경운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된 것 아닙니까”라며 운을 뗐다.

그의 말에 재단 측 답이 없자, 문 의원은 “(사업 내용을) 숨겨서 급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재밋섬 건물을 (처음부터) 타겟으로 삼을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안건 별로 검토를 해봐야죠”라고 말했다.

위치와 장소 등 아트플랫폼 건물이 들어설 만한 입지를 여러 곳 선정해 놓고, “과연 어느 곳이 우리 제주문화예술인들한테 적합한 장소이고, 위치인지. 활용할 수 있는 (건물 및 입지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세세히 검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어 문 의원은 이승택 재단 이사장을 향해 물었다. “이사장님 같으면, 그 건물 그 돈 주고 매입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다.

문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이라면, 외에 더 넓은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새로 지을 것 같다면서 “170억원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승택 이사장은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외곽지 매입) 검토를 해봤는데, 적정한 시설이 가능한 토지는 10억~15억 사이로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 그는 건물을 짓는 부분은 “최소한 300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금액적인 부분에서 지금의 방안이 더 낫다고 판단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문 의원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검토한 내용을 문서화한 것이 있는지” 따져 물었고, 결국 이 이사장의 발언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안창남 의원은 “답변 중에 두루뭉술하게 지나가면 안 된다”면서 외곽 지역 자연녹지구역을 2000평 가량 매입할 시, 6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사실을 짚었다. 건물 신축비를 포함해 100억~150억이면 충분히 더 넓고 좋은 아트플랫폼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재단 측에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답변하시면 됩니까, 답변을 정확하게 하세요”라며 “그렇게 의회가 엉터리로 회의 진행합니까, 모르겠으면 차후 답변하겠다고 했어야지. 경고합니다”라며 정확한 자료와 사실을 근거로 답변할 것을 재단 측에 주문했다.

 


“재밋섬 부동산 매입,
철수할 땐 과감히 철수해야”

박원철 의원. (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재밋섬 부동산 매입 절차를 아예 그만두라는 발언도 나왔다.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의 발언으로, 상임위 또한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원철 의원은 자신이 이전엔 “재밋섬 매입과 관련해서 호의적”인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사업 내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재단이 “행정적으로 전혀 준비가 안 되어있음에도 무조건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보이며,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숙론 없이 부동산 매입 절차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정말 이 공간(재밋섬 부동산)이 필요한 것인지 △제주에 이를 대체할 공간이 정녕 없는 것인지 “검토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업을 그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승택 재단 이사장이 “부족한 부분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하자, 박 의원은 “철수를 할 때는 과감히 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상임위 논의를 거쳐 의결을 통해 이 사업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을 안창남 위원장에게 요청했고, 안 위원장은 동의를 표하며 “논의를 거쳐 가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상임위가 재단 측에 대놓고(?) “사업을 아예 철수하라”는 입장을 전하며, 재단 입장에서는 남은 2차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이 쉽지 않게 됐다. 도민을 대표하는 기구인 의회 입장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했다가, 이후 건물 운영비 등 예산을 받지 못해 곤욕을 치르게 될 심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기본재산을 특별회계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으로 2018년 당시 재밋섬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사업이 잠정 중단되며 재산 운용계획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이전처럼 '국장 전결'로 100억원을 승인하는 것은 여론상 어렵고, 원희룡 지사 입장에서도 말 많은 사업 예산을 다시 한 번 승인해주기 쉽지 않을 터.

이에 재단 입장에서는 조례나 정관을 수정해 기본재산을 재단 사업비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도의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사업 강행이 쉽지 않은 판국이다. 

재단이 지난 2018년 때처럼, 의회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할지. 이번엔 의회 의견을 받아들이게 될지. 제주 문화예술계의 시선이 모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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