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골든아워 놓쳐서 생명 잃게 할 수 없다”
“골든아워 놓쳐서 생명 잃게 할 수 없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2.23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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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제주한라병원에 제주권역외상센터 구축
외상전문팀 상시 대기, 다발성 외상환자의 첨병역할
“지역병원과 지자체 등 함께하는 체계 확립 필요”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권역외상센터. 지난해 3월 제주한라병원에 문을 열었다. 제주권역외상센터는 대형 교통사고는 물론, 공사현장 추락사고 등으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수많은 중증외상환자를 살려내는 산실이다. 제주권역외상센터는 어떤 일을 할까.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장기내부 출혈 및 다발성 골절 등을 당한 중증외상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 및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여기에는 외상환자를 위한 전용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 및 외상전용 의료장비, 그리고 외상세부전문의, 외상간호사, 코디네이터 등 전문 인력을 두고 24시간 365일 가동된다. 즉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을 줄이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곳이라는 뜻이다.

‘예방가능한 외상사망’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 중 적절한 병원에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었던 사망사고”고 정의내리곤 한다. 우리는 그런 사망사고를 많이 목도해왔다. 권역외상센터 설립은 곧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을 낮추고 중증외상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게 된다.

외상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하는 모습. 제주한라병원
외상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하는 모습. ⓒ제주한라병원

국내에서 권역외상센터가 도입되기 이전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50%(1999년 기준)를 넘는 수치가 보고된 바 있으며, 외상센터를 도입키로 할 무렵에도 30%(2012년 기준)에 이르렀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수치였다. 특히 미국의 최상위 레벨 1 트라우마센터(Level 1 Trauma Center)들은 이미 2000년 초반에도 2~5%대의 한자리 수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을 보고 하고 있던 터라 그 격차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은 레벨 1(Level 1)부터 레벨 5(Level 5)까지 5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외상센터가 있으며, 레벨 1이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갖추고 중증외상센터 중 최종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의 모델이 바로 ‘레벨 1 트라우마센터’이다. 이 센터는 일반 병원에서 수익성 때문에 구비하기 버거워하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고, 전문의료진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는 지난 2013년 개설되기 시작했으며, 제주를 포함해 모두 17개가 있다. 물론 효과를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부터 전국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을 집계(비공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5년에 30%대였던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은 2017년에 19.9%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완다. 특히 권역외상센터가 개설된 지역의 경우 최대 15.9%까지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이 감소했다. 이는 권역외상센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증외상환자는 대부분 다발성, 즉 신체내 여러 부위를 다쳐서, 골든아워를 지키지 못해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부 장기 출혈이 있으면 재빨리 수술이나 혈관조영술 등으로 지혈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른다. 다행히 권역외상센터는 언제든지 응급 수술이 가능한 외상전문의들로 이루어진 외상팀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처치가 가능하다.

외상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 제주한라병원
외상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 ⓒ제주한라병원

특히 중증외상환자는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다발성 골절과 장기출혈 등 사망위험이 높은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수차례의 수술과 고가의 치료장비 이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증외상환자가 엄청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정부는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받을 경우 암과 같은 중증환자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 산정특례를 적용해 치료기간 30일 이내에는 진료비의 5%만 부담하도록 해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올해부터 제주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현민 센터장은 “권역외상센터를 공식 개소한 이후 단 한 명의 중증외상환자도 놓칠 수 없다는 각오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며 “닥터헬기 도입을 비롯해 지자체와 소방구조대, 지역병원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체계적인 지역외상체계가 수립될 때 가장 높은 수준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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