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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 이정민
  • 승인 2021.01.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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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학과 겸임교수)

제주시의 변명, 너무 옹졸하다!

#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 비공원시설사업을 통해서라도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세 번째 기고가 나가니 시청 담당자들이 볼멘소리가 들린다. 중부공원과 오등봉 공원은 올해 8월이 일몰 예정 시점인데, 공원 용지 매입과 공원시설 조성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 민간의 도임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도시의 허파인 공원을 없앨 수는 없다는 태도다.

과연 그럴까? 제주도는 도시계획시설 일몰에 대비해 토지보상비로 공원 용지 8,878억 원, 도로부지 5,855억 원 총 1조 4,728억 원을 지방채로 발행해 조달하기로 했다.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은 폐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특례사업을 통해서라도 도시공원은 반드시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 제주시는 공원조성을 게을리했을 뿐이다!

도시공원이 일몰될 것이란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행정은 뭘 했는가? 그냥 손 놓고 있다가 일몰 시점이 다가오자 부랴부랴 움직이는 꼴이다. 2020년 1월 30일에 우선협상자가 선정됐다. 비공원시설사업을 결정할 때 ①도시공원 전체 면적이 5만㎡ 이상일 것, ②해당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되지 아니할 것, ③비공원시설의 종류와 규모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건친 건축물 또는 공작물일 것, ④조례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 이 네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과연 이 가운데 경관 훼손과 관련된 것은 아직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그런데도 서두르는 이유가 단순히 2021년 8월에 중부공원과 오등봉 공원이 일몰될 예정이라 그런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주시의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중앙공원, 오등봉 공원이 계획된 배경부터 알아야 한다. 1996년 제주시도시기본계획에 행정타운 등 일부를 수용하는 중앙공원(현 시민복지타운 일원) 계획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으로 이 중앙공원은 공원에서 제외하고, 이를 대체하는 공원으로 오등봉공원, 서부공원, 중부공원, 동부공원 등이 계획됐다. 제주시장은 2005년 12월 30일 오등봉 공원, 서부공원, 중부공원 조성계획 결정사항을 고시했다. 오등봉 공원 교양시설은 박물관을 제외하곤 대부분 조성된 상태다. 나머지 시설은 15년 동안 그냥 방치했다. 중부공원과 서부공원은 조성계획 고시 이후 한 번도 공사가 진행된 적이 없다. 동부공원은 2019년에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공급촉진지구로 지정했을 뿐이다. 아무리 예산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제주시장이 공원조성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 왜 민간특례사업을 서두르는 것일까?

그런데 왜 하필이면 늦게 시작하느냐는 것이 문제다. 건설업체는 박근혜 정부시절 택지개발사업을 줄였기 때문에 H건설 등 중견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지을 공공택지가 부족해졌다. 이들은 공원 용지에 민간특례 사업을 통해서라도 안정적인 택지를 마련하고 싶은 것뿐이다.

지난 기고에서도 얘기했지만, H건설은 주식을 상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상장을 위해선 매출을 늘려야만 했다. 그런데 쉽게 아파트를 건설할 공공택지가 부족해진 것이다. 비공원시설사업을 통해서라도 도시문제가 발생하건 말건, 아파트를 공급하는 게 이 업체의 목표다. 제주시 외에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비공원시설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상장이다.

이에 맞춰 제주도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솔직히 제주도는 이미 공원조성을 위한 지방채 발행까지 도의회의 승인을 받은 상태에서 말이다. 도시공원이 해제되더라도 일부 토지를 제외하곤 난개발에 휩싸일 가능성 또한 낮은 상황이다. 난개발에 대비하기 위해 행정이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왜 제주도정과 제주시는 업체에 끌려다니고 있을까? 필자나 독자나 생각해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개발에 따른 이권밖에 남아있지 않다. 오등봉 공원은 얼마나 이권이 클 것으로 예상했으면, 참여한 업체들이 당선된 업체가 반칙을 했다고 행정심판까지 청구했을까?

진행되는 상황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일사천리다. 도시관리계획 입안・결정 절차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 인허가 속도전을 낼 때도 16개월 정도 걸렸다. 지금은 기본이 28개월에서 36개월이다. 36개월도 빠른 편에 속한다. 경관심의만 36개월 이상 받은 사례도 있다.

작년 1월 말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5개월 만에 도시관리계획(공원조성계획, 용도지역) 입안 관련 주민의견청취,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가 20일 만에 마무리됐다. 이는 법령에 규정된 최소한의 절차만 지켰을 뿐이다. 올해 6월까지 실시계획 인가 고시를 마무리한다는 것이 제주시의 입장이다. 전후좌우 보지 않고 전진만 하는 형국이다. 17개월만에 행정절차가 마무리된다. 원희룡 도정에 와서 이렇게 빨리 행정절차가 추진된 사례가 있는가? 왜 이 사업에 대해선 자본검증이나 제주미래비전계획을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

원희룡 지사는 2019년 12월에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말이 많았다. 아니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가상화폐에 관한 얘기 먼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도시계획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비대면으로 수렴할 수는 없었을까? 이미 플랫폼도 만들어져 있는데 말이다. 아직도 도시계획이 보안 사항인가? 전자공청회만이라도 진행했다면 그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에게 책임이 있을 뿐이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필자조차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보지만, 오등봉 공원, 중부공원 비공원시설사업에 관한 세부 자료를 구할 수조차 없었다. 일반시민들은 오죽할까?

#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이전에 경관위원회를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실시계획인가를 ‘국토계획법’을 준용하지 않고 ‘주택법’ 사업계획 승인에 따른 인・허가 의제로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주택법’에 따른 사업계획시행 승인을 받으면 ‘국토계획법’에 의한 도시계획시설사업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경관법’엔 ‘주택법’에 따른 주택건설사업은 사업계획 승인 전에 경관심의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결국, 경관심의를 받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경관영향저감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경관법’에 의한 경관심의까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담당 공무원이 경관조례를 ‘도시지역과 취락지구에선 오름주변 높이 10분의 3과 하천변 앙각 45도를 적용받지 않고, 경관심의 대상도 아니’라고 하는 것을 들으면서 필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라고 하지만, 특별자치도 조례가 개별법령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관위원회 심의는 피할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 또한 개정해야 한다. 조례개정, 경관위원회 심의 등을 고려하면 2021년 6월 말까지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 요식행위로서의 환경영향평가 진행!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가운데 비공원시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조사가 가장 최악일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시 현황조사는 주로 문헌조사와 개략적인 탐방조사로 갈음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는 이와 달리 세부적인 탐방조사가 요구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문제를 간략히 인용하겠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팔색조와 긴꼬리딱새를 대상으로 둥지조사를 수행해 번식 여부 제시’, ‘탐문조사 시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 맹꽁이 서식이 조사된 바, 맹꽁이 서식현황 제시’. ‘애기뿔소똥구리는 약 500m 이격된 지역에서 발견됐지만 사업부지 내에도 초지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서식 가능성 조사 제시’토록 명시돼 있다. 팔색조와 긴꼬리딱새는 여름철새로 각가 4월~7월, 5월~8월 시기에 관찰되고, 맹꽁이는 장마철에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애기뿔쇠똥구리 역시 여름철이 조사의 적기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관련 내용이 빠져 있어, 환경부 영산강유형환경청이 이런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봄, 여름 조사해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탐방조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주민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답변을 제주시장이 작성했는데, “환경영향평가시 문헌조사를 추가 조사하여 맹꽁이를 포함한 법정보호종의 서식여부를 추가적으로 확인할 계획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서식지 조사는 탐문조사가 기본인데, 문헌조사로 한다는 것은 봄과 여름 추가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문헌조사로 서식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답변은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라 형식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고 제주시가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건설업체의 이권개입인가? 아니면 공공복리 증진인가?

제주도는 지방선거를 한 번 치르고 나면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지금 제주도나 제주시가 진행하는 비공원시설사업의 행정절차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다른 사업에 비해 사업예정자에게 너무나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H건설이야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외형을 확대해야 아니 그렇다고 치고, 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제주도 업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업체들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운동했던 사람들이라면 도시계획이 추구해야 할 공공복리는 사라지게 된다. 특정인의 이권을 위한 도시계획은 도시를 병들게 할 뿐이다.

필자는 이런 필자의 생각이 틀렸기를 바랄 뿐이다. 틀렸다 하더라도 아파트 건설사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아파트 분양사업은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공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원희룡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2022년까지 임대주택 1만호 공급하는 것을 공약했다. 그럼 비공원시설사업부지에 분양주택 말고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옳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2019년말 기준으로 납부한 법인세가 222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이 많아 법인세도 많이 납부한 것은 사실이다. 개발공사가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적자가 발생하는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 법인세 납부액 또한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민간 건설업체가 분양을 위주로 공급하는 아파트 건설에 목을 매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도시의 주인인 시민을 무시하는 도시계획은 시민에게 행하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폭력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토지주의 반대가 단순한 보상차원의 저항이 아닌 도시계획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과정을 보이는 것이 이상한 것이 결코 아니다.

다음 기고에서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 여부’를 다루고 싶지만, 구체적인 계획안을 구할 수 없어서 이에 대해선 생략하기로 하겠다. 하지만 개략적으로 이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중앙공원은 공원에서 가장 표고가 높은 곳에 아파트 단지가 계획되어 있다. 연삼로에서 도청 방면으로 향하면서 매일 아침 보이는 아파트 단지의 모습은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줄 뿐이다. 오등봉 공원 또한 마찬가지다. 오남로에서 바라보는 아파트의 모습 또한 절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아파트 단지가 도시 전체의 경관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관 훼손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공익적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

다음은 비공원시설사업의 마지막 기고다.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전공자로서 자세가 아니다. 비공원시설사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이정민 칼럼

이정민 칼럼니스트

1989.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입학
2002.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과(공학박사)
1995. 국토연구원 연구원
2003.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원
2004∼2006. 2011. 제주대학교 시간강사
2006∼2014.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2020~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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