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보따리를 아시나요? 우리의 기억이 담겼잖아요”
“보따리를 아시나요? 우리의 기억이 담겼잖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1.26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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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주 작가, 4·3 두 번째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Ⅱ>
디아스포라 삶을 사는 제주인 4·3을 보따리 풀듯 펼쳐
제주국제화센터 발간…작가와의 대화 등도 곧 선보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누구나 방랑객이 된다. 뿔뿔이 흩어졌다가 정착을 하곤 한다. 어찌 보면 인류의 삶이 그렇다. 오랜 기간 떠돌다가 정착한 민족들도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디아스포라’는 그런 인류의 삶을 말한다.

제주 사람들에게도 ‘디아스포라’는 있다. 특히 현대의 삶 속에 디아스포라는 가득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가기도 하고, 물질하던 해녀들은 한반도 곳곳에 정착했다. 비극적 사건인 4·3도 디아스포라를 불러냈다.

디아스포라는 흩어짐이고 씨뿌림이기도 하다. 예전에 어머니들이 들고 다니던 ‘보따리’는 그런 행태의 상징물이 아니던가. 고현주 작가가 그런 보따리를 세상에 가져왔다. 그의 두 번째 4·3 사진집인 <기억의 목소리 Ⅱ>다. 사진집은 ‘제주여성의 보따리를 통해 본 제주 4·3과 디아스포라’라는 부제를 달았다.

작가는 4·3의 굴레를 벗어나 일본으로 떠난 제주인을 찾으려 했다. <기억의 목소리> 첫 사진집에서 해보지 못한 걸 두 번째 작품집에 담아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일본으로 떠남을 허락지 않았다. 작가는 대신 부산 영도로 떠나서 정착하며 디아스포라의 삶을 사는 이들을 추적했다. 고현주 작가는 안순실 유족을 통해 4·3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번 사진집은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이어, 그 기억을 간직한 제주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사진집의 보따리를 풀면 비녀가 나오고 염주도 나온다. 엽서와 사진도 있다. 결혼하며 챙겨온 혼수품과 버선, 첫 아이의 삼신상 위에 얹었던 멩실도 사진집에서 만날 수 있다.

고현주 작가가 ‘보따리’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방랑과 유랑, 이동의 상징물인 보따리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했다. 등 뒤에 부착하면 책보가 되고, 아기를 싸면 아기 포대기가 되고, 이불을 싸면 이불보가 된다. 귀중하면 귀중한 대로, 하찮으면 하찮은 대로 보따리는 그렇게 우리 삶의 기억들을 아로새긴 채 등에, 손에, 머리 위에 몸의 한 부분처럼 있었다”고 쓰고 있다.

작가는 또한 “코로나19로 해외 전시와 세미나가 아쉽게 취소됐다”면서도 “앞으로 ‘기억의 목소리’ 사진집을 국내외 전시할 계획이다. 영문으로도 만들어 해외에 4·3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심경도 밝혔다.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Ⅱ>는 지난해에 이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사)제주국제화센터(대표 송정희)가 발간했다. 사진집과 관련된 북콘서트와 작가와의 대화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집 문의는 제주국제화센터(☎ 064-727-7790, 010-8661-567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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