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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리 선인장 마을 답사 및 논의
월령리 선인장 마을 답사 및 논의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1.1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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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0년 10월호] COMMITTEE
김태성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연구위원회 위원/㈜티에스에이건축사사무소

필자는 2016년부터 제주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중인데, 2018년 1학기 5학년 졸업설계가 ‘지속가능한 제주형 마을 건축환경 만들기’였고, 그 대상지로 월령리 선인장마을이라는 곳이 선정되었다. 이때 박정근 교수님과 같이 출강중인 김세지, 홍광택 건축사와 동행하여 처음 이 마을을 접하게 되었다. 필자도 제주가 고향이지만 월령리 선인장 마을은 한번 가 본적 없는 작은 마을이었고 굉장히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제주 돌담과 태평양을 건너온 선인장과의 공존의 풍경이었다. 당시 유난히 열정적이었던 제주대학교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하여 여러 번 가보게 되었는데, 그때 느꼈던 생각들이 제주건축연구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했을 때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고, 학생들과의 대화와 또 다른 건축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넓은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2020년 여름 또다시 이 마을을 답사 하게 되었다.

 

월령리 마을의 역사

제주도 내에서 월령리는 한라산을 기준으로 북서쪽에 위치한 한림읍에 속해 있으며, 한림읍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월령리는 본래 검은돌로 덮여있는 곶자왈 지대였다. 그래서 예부터 마을 땅을 이르는 말로 ‘감은질’ 혹은 ‘거문질’로 불려왔다. 새까만 현무암이 많은 곳이어서 ‘거문질-검은 길’로 불렸던 것이다. 마을 원로인 양창부(90) 옹은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로 그 뜻을 설명한다.

“온통 검은 빌레와 돌무더기로 덮여있는 곶자왈 지대에 들어와 돌들을 걷어내는 작업으로 밭과 집터를 마련했다”

월령리는 이렇게 삶의 터전 대부분이 마을 사람들이 돌 무더기를 걷어내며 이룩한 터전이다. 월령리는 제주인의 개척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 돌담과 선인장의 공존

월령리의 선인장은 멕시코가 원산지인 선인장이 쿠루시오 난류를 타고 열대지방으로부터 밀려와 월령리에 자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해안가뿐만 아니라 마을 안에도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이는 낯선 선인장이 제주 마을 사람들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결국 이 마을의 정체성을 이루게 된 것을 보여준다. 한림 월령리는 제주의 대표적인 선인장마을이 되었고, 선인장 열매를 통한 주소득원으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제주의 관광자원으로도 의미가 있다.

선인장이 제주의 돌담과 만나서 마을의 풍경을 이룬다. 선인장은 제주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며, 해류를 따라 씨앗이 넘어와 제주의 토착돌과 이렇게 만나고, 이렇게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제주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풍경의 과정이 현재 제주의 상황과 묘하게 교차되며 “제주의 풍경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물음을 하게 된다. ‘원래 제주의 것만 소중하다면 선인장은 다 치워버리고 제주 돌담만 남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공존하면서 서로의 조화로움이 더 훌륭한 제주의 풍경이 되었다’.

 

답방의 시작

연구위원 5인이 마을 동측 입구에 약간 방치되어 있는 느낌의 야외음악당 앞에서 만났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과 그 한계가 느껴진다. 이어 마을길을 걸으며 제주 돌담과 선인장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풍경을 만난다. 마을길을 걸으며 담론이 이어졌다.

제주돌담과 선인장의 공존의 풍경.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붕과 돌담과 선인장
제주돌담과 선인장의 공존의 풍경.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붕과 돌담과 선인장

분명히 이 마을 풍경은 제주의 마을 풍경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새마을운동의 슬레이트 지붕과 최근의 지붕재료들이 섞여 있고, 담장은 마을벽화사업의 흔적들이 혼재되어 있어 그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풍경의 배경이 되는 제주의 자연과 나무, 돌담이 없다면 제주의 풍경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고, 이 변화되는 흐름속의 풍경도 결국 제주의 풍경이라고 여기는 필자의 주장도 있었다.

제주 타 마을처럼 주요 장소에는 퐁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마을 커뮤니티의 주 장소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2018년 제주대학교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꼽은 이 마을의 중요한 커뮤니티 공간은 월령점방이라는 곳이다. 커뮤니티 장소도 시간과 변화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고민하면 안된다. 다시 걸으며 과거 물이 귀했던 시절 주민의 커뮤니티의 중심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통을 답방하였다. 이곳 역시 장소를 되살려보려는 주민들의 노력의 흔적과 그 한계가 느껴졌다.

커뮤니티 중심공간이었던 월령점방(사진 왼쪽)과 커뮤니티 중심공간이었던 월령물통
커뮤니티 중심공간이었던 월령점방(사진 왼쪽)과 커뮤니티 중심공간이었던 월령물통

마지막은 제주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선인장 군락지와 이를 친환경적으로 조망 및 정비하기 위해 2008년 조성된 해안변 목재 산책로를 돌며 답방을 마무리했다. 살짝 떠 있는 목재데크를 이용하여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고 보행만 가능하도록 설치되었다. 파란 하늘과 바다, 검은돌과 목재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제주의 해안변들과 비교하여 커다란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현대건축 바라보기

마을을 답사하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현대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바다풍경을 사유화하고픈 욕구로 미어켓처럼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건축물들이다. 지형과 마을풍경의 흐름은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이 구조물들이 얼마나 풍경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고,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 고민하는게 우리의 과제이다.

이와 반대로 2018년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선정했던 우수사례 2곳도 답사해 보았다. 지랩건축의 ‘월령 선인장’이라는 렌탈하우스는 제주의 돌담과 마을의 경사지붕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제주마을의 다른 건물보다 더 제주스럽다. 재미있는 공간은 안쪽으로 숨겨놓았고, 외부는 제주의 마을과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대응한다. 스튜디오 어싸일럼(김헌)의 ‘문워크’라는 렌탈하우스는 해안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제주의 돌을 표현한 마감과 형태로 해안변 풍경과 어울림을 고민한 흔적이 훌륭하다.

 

제주풍경을 대하는 자세

많은 분들이 제주건축은 건축의 창의성과 건축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정도로 과하게 제어하려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왜 제주도는 과하게 건축을 제어하려고 하는가? 법과 원칙에 맞으면 되는데 왜 법에도 없는 제주도만의 잣대를 가지고 억누르는지 모르겠다” 주로 이러한 주장이다. 필자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그 이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 번째는 풍경의 기억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그 풍경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건축과 풍경이 만나서 조화로움을 이루는 아름다움으로 더 좋은 풍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논리도 이해는 되지만, 우리(제주사람)는 한정된 섬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그 풍경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연에 대한 존중이다. 제주는 척박한 땅이다. 이 척박한 땅에서 자연에 대한 존중 없이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거센 바람과 거친 땅과 돌에 순응하고 살아온 DNA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개발과 확장의 자세가 우리의 땅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제주건축에 대한 담론

월령리를 답사하고 제주건축의 방향성에 대한 담론이 이어진다. 제주 건축의 주요한 2가지 화두가 있다면 하나는 ‘지역성을 반영한 건축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며, 또 하나는 ‘사람과 자연, 세대와 세대, 문화와 문화의 공존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월령리의 선인장과 마을의 공존을 답방하고 느끼는 점은 “변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축이 지역성을 가진 건축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과거의 것에만 집착하는 것, 또는 재현하는 것이 제주의 지역성을 추구하거나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제주의 풍경이라는 과거의 그 풍경도 사실 변화되어지는 과정 속의 풍경이다. 현재의 제주의 풍경도 미래에는 제주의 지역성이 될 것이다. 집착이 아니라 제주라는 곳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그 올바른 방향성을 찾는 고민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건축이 제주의 지역성을 고민하는 건축인의 자세이다.

 

제주 건축사의 역할

제주의 풍경을 만드는 이가 누구인가?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등 거장의 건축물들도 구석구석 차지하겠지만 결국 다수의 건축은 지역건축가에 의해 계획되고 이들의 건축적 수준이 그 지역 도시풍경의 수준으로 연결된다고 보면 지역건축사의 역할이 보인다. 제주의 건축이 양적인 성장 시기는 지났다고 다 같이 느끼고 있다. 지금은 제주건축의 질적인 성장을 더욱 고민하여야 할 때이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이제 제주의 자연과 사람의 공존, 제주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공존, 이러한 공존의 건축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한다. 이러한 고민들이 각각 건축작품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품들이 함께 어우러져 제주건축의 기본풍경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 제주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들을 보면 작가주의 도외 건축사들의 작품과 별개로 도외의 대형 건축사사무소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의 건축사들은 인력과 기술력의 부족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관심이 적다. 그러다 보니 제주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제주건축사는 제주 풍경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제주 자연환경에 대한 본능적인 존중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개발사업의 경우 행정에서는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 지역건축사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고, 제주건축사들은 지역의 도시, 자연환경과 건축이 만나는 부분에 대하여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필요할 때이다.

 

연구자료 제공 : 제주대학교 20181학기 황민재, 유창혁, 양다은, 김미향, 강민리, 최승빈, 강민수, 이가연, 고은영, 강창민, 이상훈, 안용겸, 고명신, 고명선, 이연실, 추인호, 윤슬기, 손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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