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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통한 도시 혁신과 지속가능 발전을 만드는 문화도시
문화를 통한 도시 혁신과 지속가능 발전을 만드는 문화도시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1.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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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0년 10월호] ISSUE
이광준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장

2020년 태풍, 홍수, 폭염 등으로 인한 기후위기의 일상화는 원거리 해외 여행객과 대형 지역 축제와 문화 이벤트로 관광객의 숫자에 의존하는 관광도시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고, 코로나19는 전통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왔던 기업들이 향후 어떤 위기에 직면할지에 대한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산업도시, 관광도시, 농업도시, 축산도시, 도농복합도시 등 모든 중소도시는 지역에 있는 생태자산, 문화자산, 인적자산에 기반해서 쇠퇴하거나 희망이 줄어드는 도시를 다시 회생하게 하는 ‘재생’의 철학과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제주도, 제주시, 서귀포시 또한 마찬가지이다. 농업도시, 양적 관광도시 이후의 새로운 도시발전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4차 산업혁명, 6차 산업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 시대…. 하드 인프라에 기반한 사회발전과 다른 사회적 인프라와 사회적 자본을 결합하는 문화도시 전략, 문화적 도시재생 방법론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문화수도 정책, 대한민국 법정문화도시, 서귀포시 문화도시를 통해서 문화적 도시재생 전략의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문화도시 1기와 2기 : 1985년~1999년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성공적인 정책을 살펴보면 그러한 정책이 요구되는 사회적 경제적인 이유와 목적에 부응하는 전략과 프로세스가 있다. 유럽문화도시, 즉 유럽문화수도 정책이 그런 경우이다. 유럽연합(EU)은 유럽경제공동체(EC)에서 정치적 경제적 공동체인 EU를 탄생시킨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체결하면서 문화를 EU의 공식적인 정책 영역으로 편입했다. 그 이유는 성공적인 유럽통합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의 증대가 필요했고 ‘문화’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역사적 시가지 보존과 재생이라는 전략을 담은 볼로냐 창조공간 2000을 통해서 볼로냐를 유럽문화수도 주요 사례로 만든 로베르토 그란디 EU 국제교류 담당

부이사는 1985년 시작한 유럽문화수도와 유럽 문화도시의 변화에 대해 3기로 나누어 설명한다. 1983년 그리스 문화장관 멜레나 메르쿠리(Melina Mercouri)의 제안으로 시작된 유럽문화도시(European City of Culture)는 초기 시행착오와 정착기를 거치고 1999년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s of Culture)로 명칭이 바뀌면서 현재까지 오고 있다. 2020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크로아티아와 아일랜드 2개 도시를 포함해서 현재까지 62개 도시가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었다. 유럽문화도시(European City of Culture)는 사업 초기부터 공모형 예산 지원 사업이 아니라 지정 제도로서 골격을 갖춰왔다. 유럽문화도시로 지정을 받으려면 6년 전 부터 시작해야 하고 여러 단계를 거치고 심사를 거쳐서 결정된다. 각 도시들은 사전 선정(pre-selection) 후 6년 동안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준비를 하고 이러한 과정을 거친 도시만 최종 선정(final seleciton)에 도전할 수 있다. 최종 선정 단계에서는 16개 문항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도시의 제안을 담아야 한다. 문화 프로그램, 조직, 재원, 도시인프라, 커뮤니케이션 전략, 평가 및 모니터링, 도시간 네트워킹 등으로 이루어진다.

유럽문화수도도 정책 초기에는 여러 차원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1기로 구분할 수 있는1985년~1989년 초기에는 그리스 아테네가 첫번째 유럽문화도시로 지정되었고 다음으로 이탈리아 피렌체,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독일의 서베를린, 프랑스 파리 순이었다. 이 도시들은 이미 유명한 관광도시였고 유럽문화도시을 통해서 관광도시로서 위상을 더 높이려는 계산이 있었다. 이 시기는 유럽에서 문화, 예술, 문화 정책과 예술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기이기도 했다.

1981년 프랑스에서 자크 랑(Jack Lang)이 문화부 장관이 된 이후로 국가 문화정책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자크 랑의 문화정책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넘어서서 문화예술교육 정책, 문화접근성을 확대하는 문화분권화 정책은 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일반 대중 뿐만아니라 소외계층까지 문화적 접근성 확대하는 것을 도시의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는 정책으로 추진했다.

유럽문화수도 지도
유럽문화수도 지도

유럽문화수도 역사에서 1기와 2기를 나누는 기점에 영국의 글래스고 유럽문화도시가 있다. 글래스고는 석탄, 철강, 조선업의 도시였으나 산업구조 변화로 쇠퇴하고 있었고 1980년대에는 전체 주민의 2/3가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를 통해 도시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1년 동안 도시 전체에 걸쳐 문화 행사를 진행하였고 문화의 개념도 새롭게 확장하였다. 과거 글래스고의 영화, 몰락, 글래스고인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도 문화의 소재로 삼아 문화행사에 활용했다. 지역 예술가들을 적극 지원하여 문화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하도록 하였고, 낙후된 문화인프라도 새로 건립하여 문화생활 기반을 마련하였다. ‘Glasgow 1990은 포스트 산업도시를 준비하면서 낙후된 문화인프라를 새로 단장하고 문화관광도시로 가기 위해 문화를 채택하고 유럽문화수도를 통해서 재생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1990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문화전략의 성공 이후로 문화적 도시재생 전략의 효과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페인 빌바오시는 아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고, 유럽문화도시들 또한 성공적인 전략을 차용했다. 1991년부터 지정된 아일랜드 더블린, 스페인 마드리드, 벨기에 안트베르펜, 포르투갈 리스본, 룩셈부르크공국 룩셈부르크, 덴마크 코펜하겐, 그리스 테살로니키, 스웨덴 스톡홀름, 독일 바이마르 등은 인류학적 측면에서 폭넓게 문화를 정의하면서 예술, 의상, 전통까지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문화의 소재로 활용을 했다. 국제적인 홍보와 마케팅(전체 예산의 14%)에 기반한 도시 문화 행사 개최를 통해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에 도시들의 관심이 있었다.
 

유럽문화수도 3기와 현재 : 2000년~2020년

EU는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해서 매년 1개씩 지정하던 숫자를 탈피해서 새 천년 출발의 상징으로 9개 도시를 유럽문화수도로 지정하였고 이때 EU 유럽문화수도 집행위원회는 개최지 간 네트워킹을 강조하였다. 유럽 각 국가와 도시의 시민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기획이었다. 이를 위해서 처음으로 개최지 간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개최지 시민 혹은 문화기관 간 협력과 차세대 예술가들의 교류에 초점을 둔 문화와 정보의 공유를 위해 비영리기구를 별도로 설치 운영했다. 한 해 동안 전시, 음악회, 문화유산 재건 등 12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0년 이후로 개최지 간 네트워킹이 유럽문화수도 지정 과정에서 최종 심사의 주요 기준이 되었다. 2000년 이후로 유럽문화수도의 선정, 평가 기준이 체계적으로 제도화되는데 해당 회원국의 문화 종사자 및 도시간 협력 장려, 유럽 내 문화적 다양성 진작과 더불어서 개최지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의 참여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정착시켰다.

2000년 밀레니엄 이후 2001년부터 유럽문화수도 지정은 서유럽 도시 1곳, 동유럽 도시 1곳으로 2개 또는 1개를 최종 선정하여 동서 간의 지리적 균형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낡거나 버려진 건물의 지역의 재사용을 통해서 농업이나 제조업 기반 경제를 혁신적인 문화 중심 경제로 이동하거나 결합시키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성공한 유럽문화수도에서는 새로운 기업과 직업이 생겨났고 예술가와 문화생산자의 적극적인 참여, 기업의 후원이 이루어졌고 유럽의 많은 문화도시가 문화르네상스로 대변되는 국제적인 도시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유럽문화수도 정책은 선정 타이틀 뿐만 아니라 소정의 지원금을 상금 형식으로 유럽연합에서 지원한다.

2000년대에는 각 도시당 50만 유로(약 7억)를 지원하였지만 지원 규모가 안정적이지 않았고 행사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2007년부터는 개최지별로 최대 150만 유로(21억)까지 확대 지원했다. 문화적 도시재생 관점에서 실질적인 예산 구성의 상금은 미미한 편이어서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된 도시는 유럽지역개발기금, 유럽사회기금, 유럽구조개선기금을 통하여 도시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받고 문화적 재생을 추진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에 기반해서 자체 예산을 확보하였다. 또한 지역 사회의 폭넓은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려고 추진구조들을 혁신했고, 기업 후원과 협력을 통해서 추가 예산들을 마련했다.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도시의 1년 전체 예산에서 EU 지원 예산은 30%~40% 정도였고 나머지 60~70%는 자체예산, 기업협력 등으로 조달하였다.

35년 동안 유럽문화수도 또는 유럽문화도시를 통해서 도시재생 및 도시브랜딩에 성공한 도시의 특징은 ‘지식 사회, 창의성, 문화계획, 지역과 시민의 폭넓은 참여’를 유럽문화수도 행사와 사업을 통해서 만들었다. 문화적 도시재생, 문화적 발전 전략을 채택한 도시는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이벤트나 행사의 개최가 목적이 아니라 기관/조직/협회의 파트너십을 만들고, 지역 문화자원과 창의적인 인력의 연결을 만들었고, 지속가능한 재원 조달과 운영 조직을 가진 주민이 참여하게 하여 국제적인 행사를 새롭게 만든 도시가 성공했다. 유럽문화수도 정책은 지역의 다양한 그룹과 시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서 오래된 건물이나 공간이나 버려진 자원들을 재사용해서 농업도시, 산업도시를 혁신적인 문화중심 도시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직업과 기업을 만들어냈다. 성공한 유럽문화수도의 키워드는 지역의 문화자원, 창조성, 혁신적인 문화기획, 폭넓은 지역 기업과 시민참여였다. 유럽문화수도 정책의 성공은 다양하게 벤치마킹되어 1997년 아메리카 문화수도를 시작해서 2000년 아랍문화수도,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수도, 대한민국의 문화도시 지정 제도(법정문화도시)로 이어지고 있다.
 

지정 제도로서 법정 문화도시 : 2015년~2020년

국내에서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경주역사문화도시, 전주전통문화도시, 동아시아 문화도시, 문화의달 사업 등이 진행되어 왔다. 유럽문화수도 정책의 영향이 있었지만 대규모 하드 인프라 사업 중심의 문화도시 사업들은 운영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이에 대한 성찰 속에서 지역문화진흥법 제정과 더불어 지정 제도로서 ‘문화도시’를 준비하였다. 유럽문화수도 정책을 벤치마킹한 문화적 재생, 문화를 통한 도시혁신을 지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지정 정책은 2018년 12월 10개 예비도시를 선정하고, 2019년 12월말 1차 7개 도시를 법정문화도시를 지정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광역시도 보다는 중소도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문화도시로 지정하고 있고, 지역과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 시민주도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있다. 민관협치와 민민거버넌스가 기초가 될 때 정책의 일관성과 예산의 안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고 도시의 활력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020년은 대한민국 법정 문화도시 사업의 원년이다. 기존의 여러 부처 사업이 부처 기조에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맞추었다면 문화도시 지정 제도는 지역에 맞게 각각의 색깔대로 문화전략을 선택한 배경과 방향을 제시하고 중앙정부는 5년 동안의 계획을 승인하는 문화분권에 기반한 제도이다. 그래서 1차연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7개 도시(서귀포, 부산영도구, 포항시, 천안시, 청주시, 원주시, 부천시)가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는 의미는 문화도시 사업이출발점에 있다는 뜻이다. 유럽문화수도 추진 절차를 떠올리면 사전 선정에서 최종 선정까지의 6년의 기간의 시작점과 같을 수도 있다. 각 도시는 5년 동안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야 하고 시민주도로 민간 거버넌스 중심으로 추진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2020년 현재 제주시를 포함해서 13개 도시가 예비도시로 선정되어 2020년 말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준비 중이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공간적 측면에서 문화예술 기관에서 다양한 공연, 전시,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게 하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생활문화권 단위에서 확대하고, 공적 문화공간의 사용시간을 증가시키고, 공공 건축물과 문화경관을 통해서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가치를 생성하려는 중장기 기획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농업도시, 산업도시, 관광도시를 새롭게 혁신할 수 있는 창의적인 다양한 인력의 유입,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의 선택적 유입을 만들 수 있는 클러스터로서 공공-민간-학교-연구소의 협력이 일어나야 한다. 사회적 측면에서 주민들의 인문적 교양의 증대와 비폭력적 대화의 증가,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적 인식, 지역의 다양한 소모임과 공동체 활동의 증대, 범죄의 감소와 안정감의 증가 등의 효과가 있다.
 

105개 마을이 만드는 노지문화 서귀포 :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생태×생태문화도시

대한민국 최남단 도농복합도시 서귀포는 아직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마을문화, 공동체문화가 잘 남아있다. 3개 생활문화권으로 대정권, 서귀권, 정의권으로 나눌 수 있고, 각 생활문화권은 대정읍, 안덕면, 중문, 신서귀, 서귀, 남원읍, 표선면, 성산읍 등 8개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선시대 대정현과 정의현을 기준으로 하면 대정, 안덕, 중문, 신서귀는 대정현에 속하지만 근현대의 중문관광단지, 신도시와 혁신도시 개발로 전통적인 농어촌 공동체 기반 읍면단위와 다른 동지역이 되어서 따로 나눌 수 있다. 3개 생활문화권, 8개 지역은 105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된다. 읍면단위 76개 행정리와 동단위 29개 자연마을을 합쳐서 105개 마을이 모여 도농복합도시 서귀포시를 이룬다.

서귀포시는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사업(문화도시)에 선정되어 2015~2018년 4년 동안 시민공모사업들을 추진해왔다. 2018년 서귀포시 문화도시추진협의체는 문화도시TF를 구성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의 예비문화도시 신청을 하고, 2018년 12월 예비문화도시 10개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때 문화도시 조성계획은 노지문화, 생활문화 아카이빙과 문화접근성 확대에 초점이 있었다. 1년여 준비를 하며 조례에 기반을 둔 서귀포시 문화도시추진위원회을 구성하고, 민간위탁으로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도 개소하였다. 2019년 12월 최종발표시 노지문화를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융합하는 미래문화자산으로 하여 문화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만드는 문화도시 서귀포의 비전과 목표,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문화 서귀포 :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생태×생태문화도시’를 제시하였고 최종 선정되었다.

문화도시 서귀포의 비전 슬로건인 ‘105개 마을이 가꾸는 문화도시 서귀포’의 정책적 함의는 도농복합도시 서귀포는 105개 마을의 집합체로서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 전략을 통해서 105개 마을에 있는 노지문화(자연 환경에서 빚어낸 삶의 문화)를 아카이빙, 디지털화, 콘텐츠화하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공통의 주제나 문화 요소을 기반으로 공동의 문화적 기획을 통해서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만들자는 의미이다.

문화도시 서귀포 비전의 부제인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생태×생태문화도시’의 정책적 함의는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융합하는 다양한 문화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건축가, 디자이너, 문화기획자의 창조적인 인력의 양성과 유입과 활동을 통해서 생태적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문화적 창조력에 기반해서 혁신적인 생산양식을 만들려는 기획이다. 영국의 글래스고우가 산업도시에서 문화관광도시로 변화했다면, 서귀포시는 관광도시에서 생태문화도시로 도시패러다임을 혁신하는 과정에 있다.

문화도시 서귀포의 비전과 목표는 여섯 가지 문화적 전략이 구현되어야만 가능하다.

첫번째는 타자에 대해서 환대하고 문화다양성을 포용하고 삶의 격이 있는 시민력이다. 문화도시의 비전을 유지하고 심화시켜가는 시민주도 거버넌스를 만드는 시민 정신이다. 서귀포시 문화도시 추진위원회와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를 추진 주체로 해서 민민거버넌스로서 문화도시 문화원탁, 문화거버넌스로서 문화기획 워킹그룹을 형성하고 문화 자원활동, 문화 시민 클럽, 문화 기부와 후원, 시민평가단 등을 통해 지역 단체와 기관의 폭넓은 참여와 마을 주민의 참여를 만들 수 있는가가 가장 기본이다.

두번째는 지역문화력과 문화공동체 재생이다. 노지문화를 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조사하고 아카이빙하고 디지털화하고 미래문화자산화하여 지역문화자원에 기반한 문화경제의 기초를 만든다. 노지문화 아카이빙, 노지문화 콘텐츠 발굴, 노지문화 보물창고 조성 사업으로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융합하는 보존적 재생의 과정을 통해서 장소와 건물과 사람을 만든다.

세번째는 도시의 문화를 생산하고 혁신하는 창조력이다. 창의적인 인력이 만드는 창의적인 활동력이다. 예술가들의 활동성을 높이고 창의문화인력이 성장하고 유입될 수 있는 문화공유공간을 창출하고 워킹그룹을 통해서 실질적인 기획과정의 주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서귀포 시민들은 문화도시 워킹그룹, 마을문화농부, 문화기획자, 문화돌봄 활동가, 문화디자이너, 생태문화여행 기획자로서 성장하고 청년문화기획자와 창의혁신 사회적기업 조직이 생성된다.

네번째는 지속성을 만드는 문화경제력이다. 노지감귤이 자라는 왓, 밧이나 야채와 채소를 키우는 우영팟처럼 새로운 문화적 전환으로 만드는 다양한 문화텃밭 즉 문화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문화플랫폼은 물리적 공간, 경관적 장소, 디지털 공간일 수도 있다. 마을의 유휴공간이 문화공간으로, 감귤밭이 팜파티의 장소, 마을목장이 힐링센터, 마을여행의 정보를 접하는 마을문화공간과 같은 물리적 공간, 노지문화 콘텐츠의 스토리 플랫폼이자 공공-기업 협력 디지털 플랫폼, 문화경관이 좋은 장소에서 제주의 재료와 공예와 디자인이 결합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게 하는 문화오일장 등이다.

다섯번째는 문화적 공간재생이다. 서귀포에는 마을마다 10개 정도 마을회관, 게이트볼장, 방문자센터, 동회관과 퐁낭앞 등 다양한 공간이 있다. 활력과 재미를 함께 만드는 기획자와 운영자가 있고, 그것을 지지하고 향유하고 기부하고 후원하는 문화시민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문화운영체계를 만든다. 창의혁신 사회적 기업이나 문화조직이 성장하고 다양화하고 마을 주민들의 문화권과 문화적 경험은 확대되는 윈윈 전략이다. 문화적 재생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인력을 예비 운영 주체로 형성하고, 공간을 탐색하고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융합한 운영 모델을 제안하고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운영한다.

여섯번째는 생태적 상상력이다. 기후위기 시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양극화 시대,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융합해서 오래된 미래를 미래문화 자산으로 만드는 생태적 문화적 기획이다. 플라스틱 제로상점, 에코스마트시티, 원도심 문화보존과 정원문화, 패시브하우스, 그린스쿨하우스, 그린뉴딜 공동체자산화, 문화뉴딜 공동체자산화 등등 나와 타자가 연결되어 있고, 생태적 관계망을 건강하게 하는 다양한 문화적 기획이 그것이다.

문화도시에서 지역의 폭넓은 참여를 만들고 시민 주도성을 확대하려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질문하고 답하고 의제를 만들고 진단을 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 서귀포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에서 민관협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추진하는가?

- 예술가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시민들과 함께 도시의 다양한 요소를 혁신하게 하는가?

- 도시의 다양한 시민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적 틀이 있는가?

- 문화도시를 통해 시민들의 문화활동이 증대하고 도시의 창조지수가 높아질 수 있는가?

- 마을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높이면서도 105개 마을의 공통성을 창출할 수 있는가?

- 마을이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융합한 보존적 재생으로 마을발전 계획을 세우는가?

문화적 도시재생,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이러한 질문에 서귀포 시민, 전문가, 행정, 의회가 함께 대답을 해야 하고 공통의 평가기준을 가져야 가능하다. 문화적 재생, 문화적 전략을 통한 도시재생에서 기본은 실질적인 문화거버넌스의 형성이다. ‘문화도시추진위원회’가 문화적 재생과 문화적 도시발전 전략에 대해서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고 토론하는 민관협치 거버넌스로서 역할을 하고,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는 행정의 하부조직이나 행정과 민간의 전달체계 중간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이 협력하고 시민력을 축적하는 허브로서 파트너십을 통한 사업 추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도시 워킹그룹을 통해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도시의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건축가와 디자이너와 예술가와 기술자가 도시 안에서 창의적인 실험과 혁신적인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창의성이 발현되는 일하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다. 다양한 시민들의 문화권과 문화예술생태계를 담는 문화도시 문화원탁을 통해서 도시의 의제를 만들고 민관이 함께 도시 정책의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단계까지 간다면 서귀포 문화도시는 성공할 수 있겠다. 폭넓은 시민의 참여를 통해 일어나는 실패를 인정하는 다양한 실험을 도시와 마을 곳곳에서 진행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가 생태적 보존력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적 가치 창출을 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생태×생태문화도시의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수도이자 62개 유럽문화수도와 교류하는 세계적인 생태문화도시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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