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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1.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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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학과 겸임교수)

① 비공원시설사업 경관조례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없다!

2020년 11월 2일 원희룡 지사가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한 ‘송악선언’을 송악산에서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일부 언론에선 이 선언이 대권행보를 위한 정치적 발표에 불과하다고 폄훼하기도 했다. 신축년 새해 인터넷신문기자협회와의 신년 대담에서 도지사는 “조례 등을 제·개정하여 송악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악선언 논란이 있던 와중에 오등봉공원 토지소유자들이 비공원시설사업의 문제점을 언론에 발표했다. 언론 보도 이후 제주시장은 관련 사업자들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과연 이런 행정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사업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경관과 관련된 사항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수립한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2015)’의 내용을 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보고서 186페이지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도록 하겠다.

5.4.3. 높이

  • 오름의 하부경계선으로부터 1.2km(풍경으로 인식하는 거리의 한계) 이내 구역 구조물의 높이는 오름 높이의 3/10 이하로 함

- 오름의 대상 : 전체 오름

  • 하천의 경계(도로경계 혹은 제방경계)선 기준 45도 사선에 의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
  • 2층 이하, 8m 이하의 구조물은 행위제한에서 제외

‘경관계획’과 ‘경관관리계획’은 ‘경관법’에 근거해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수립한다. 경관계획은 도시계획의 부문별 계획 가운데 하나다. 이 말은 도시계획 절차를 지켜 수립할 때만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부공원은 사라봉과 알오름 경계에서 1.2킬로미터 안에 모두 포함된다. 즉 사업시행 우선협상대상자는 아파트 15층을 계획하고 있다. 이 높이는 45미터에 달하는데, 오름 하부경계선과 사라봉 정상과의 고도차이는 70미터에 불과하다. ‘경관 및 관리계획’에 맞게 아파트 층고를 계획한다면 최대 7층까지밖에 할 수 없다. 오등봉공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오등봉, 민오름 하부경계에서 1.2킬로미터 안에 아파트 건축예정부지가 계획되어 있다. 오등봉공원은 하천변을 따라 아파트 단지가 계획됐고, 오동봉은 하부에서 정상까지 높이차가 5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4층이하의 공동주택도 건축하기 힘든 곳이 오등봉공원이다. 오등봉공원은 한천 주변을 따라 남북 선형으로 길게 지정된 곳이다. 15층이 가능하려면 최소한 하천경계로부터 45미터를 떨어뜨려야 한다. 이 원칙을 지키면 중부공원 782세대, 오등봉공원에 1,429세대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사무위임에 따라 제주시장이 담당)은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일까? 원래 이 사업은 2021년 8월까지 사업인정고시를 받지 못하면 도시계획시설 일몰 대상이 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 관여해 움직이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이런 의구심을 떠나 지금 제주도는 2020년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용역에서 존치되는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을 위해 지방채까지 발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립했다. 비공원시설사업이 불가능하면, 토지를 수용해서라도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럼 제주시가 이처럼 ‘경관 및 관리계획’에 맞지 않는데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에 있었다.

이 조례 ‘제18조(건축물의 경관심의) 제2항 제3호 다’목에 “오름의 경계로부터 1.2킬로미터 범위에서 건축물 높이가 오름 비고의 10분의 3을 초과하는 건축물”은 경관심의 대상이지만, 도시지역과 취락지구에선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맞는 규정일까?

‘경관 및 관리계획’은 경관관리계획을 통해 제주도 경관을 보전·관리·형성하여 아름답고 쾌적한 제주도 특성이 나타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계획에 근거해 경관지구를 지정할 수 있고, 그 관리는 ‘국토계획법’ 제37조에 규정된 경관지구에 준해 관리해야 한다. 즉, 도시계획의 부문별 계획으로서 경관계획을 의미한다.

이 계획에 따라 경관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맞게 건축제한 또한 가능하다.

그럼 ‘경관 및 관리계획’에서 정한 원칙은 ‘경관법’ 및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에 의한 경관위원회에서 탄력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경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완화 혹은 강화해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경관조례에서 ‘도시지역과 취락지구는 제외’라는 단서 조항 때문에 경관심의를 통해 완화 혹은 강화할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렸다.

혹자들은 경관 관련 사항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재량행위이기 때문에 경관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규정에 없는 일을 사업자에게 하도록 하는 것은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경관조례 제22조 규정에 근거해 경관위원회의 자문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럼 심의대상인 것을 자문받아 처리하는 것이 합당한가? 이건 합리적이지 못한 일이다.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금이 가는 일일 뿐이다.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 사업은 경관조례를 개정해 경관위원회의 심의를 받기 전까지 추진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런 절차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절차상 하자다. 절차상 하자는 무효인 행정행위가 된다. 지금이라도 경관조례를 개정하고, 경관심의를 받은 후 비공원시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제주도정의 신뢰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일 뿐이다.

1부를 마치면서 제주도 당국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비공원시설사업이 과연 송악선언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가? 2부에서는 도시계획 참정권 차원에서 비공원시설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이정민 칼럼

이정민 칼럼니스트

1989.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입학
2002.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과(공학박사)
1995. 국토연구원 연구원
2003.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원
2004∼2006. 2011. 제주대학교 시간강사
2006∼2014.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2020~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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