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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미디어제주, 송년 기자방담' 모습은?
코로나가 바꾼 '미디어제주, 송년 기자방담' 모습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12.30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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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2020년 송년 기자방담 현장

2020년, 코로나19로 점철된 한 해다.

한 해 가까이 지속된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그 탓에 많은 이들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라고 생각하는 수 밖에.

2021년에는 부디 손에 손잡고 마스크 없이 마주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미디어제주> 기자들의 2020년 송년 기자방담 현장을 공개한다. 다만, 올해는 특별히 ‘비대면'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등장 인물
김형훈 편집국장 :
 <미디어제주> 기자실 대장, 온화함 속에 도사리는 예리한 안목이 특징.
홍석준 정치팀장 : 온화한 성격이지만, 묵직한 한 방이 있음. 곶자왈 사랑꾼.
이정민 사회부 기자 : 직책 따윈 거부하는 쿨함의 소유자. 차도남인듯 하지만, 정이 많음.
김은애 교육∙문화부 기자 : 미디어제주 막내. 요새 난개발 사업 파헤치기에 푹 빠져있음.

(좌)2019년 송년 기자방담 현장 / (우) 2020년 비대면 송년 기자방담의 PC 화면 갈무리.

 

*홍석준 님이 방을 개설했습니다.

*김은애 님이 입장했습니다.

석준: 김은애 기자, 내 목소리 잘 들리나?

은애: 네, 잘 들립니다. 그런데 저희 둘 뿐인가요?

석준: 그런 것 같은데…

*이정민 님이 입장했습니다.

은애: 정민 선배, 화면만 나오고 목소리 안 들리는데요?

석준: 정민 기자, 마이크 켰나? 한번 확인해 보게.

(5분 뒤)

정민: 아, 이제 들리나요?

*김형훈 님이 입장했습니다.

형훈: 이거 화상회의 접속하는 게, 대면 인터뷰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은데.

석준: 이제야 다 모였네요.

형훈: 비대면 기자방담은 제주에서 처음일 것 같은데. 접속은 힘들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괜찮은 방법인 것 같네.

정민: 그럼 일단 올해 이슈부터 하나씩 짚어보죠.

석준: 역시 단연 코로나 아닌가요?

형훈: 제주에 첫 확진자가 나오고, 8월 말 산방산 온천 발 확진자 나오기 전까지. 제주는 나름 청정지역으로 손꼽혔었지.

은애: 그래서 이상한 소문도 있었죠. 제주 사람은 코로나19에 안 걸린다고.

형훈: 맞아. 삼다수 덕분이다, 화산이 있어서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 8월 말 산방산 온천에서 집단 감염이 시작됐고, 게스트하우스, 진주 이·통장단 등 차례로 산발적 감염 사례가 나오다가. 12월 들어서 팍 터졌지.

정민: 12월 들어서 총 몇 명이나 발생했죠?

형훈: (12월 28일 송년방담 이뤄진 시점 기준) 311명.

정민: 11월까지만 해도 100명이 채 안 됐는데. 급증세를 보인 것이 진주 이·통장단 방문 이후 사우나발 감염이 아닌가 싶네요.

형훈: 이제 코로나가 어디서 감염됐다,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진자 수가 폭증한 상태인데. 인구 비례로 보면, 제주에 하루 30명대 확진자가 나왔다는 건, 서울 인구에서 5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수준이거든. 제주 20명 대면 서울 300명 수준이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주도의 조치가 약하긴 하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은애: 또 제주도는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해서, 같은 2단계라고 하더라도 수도권보다 조치가 낮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수도권은 2단계의 경우 카페 내에서 음료 섭취가 불가능하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한데. 제주도는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를 제외하면 카페에서 음료 섭취가 가능해요.

석준: 또 지난 주말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잠재적인 감염자,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무시 못 할 수준인 상황인 듯해.

형훈: 그래도 잘한 부분도 있지.

석준: 초기 코로나19 대응에서 공항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설치한 것은 잘했다고 봅니다. 칭찬받아도 좋은 사례죠.

정민: 상징적으로 돌하르방 마스크도,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요. 공무원, 경찰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고, 지금도 여전한 부분이고요.

석준: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좀 더 빨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하죠. 제주에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 2단계로 격상하기 얼마 전부터였거든요.

형훈: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코로나19 대응은 적절하게 했던 것 같아.

석준: 한편으로는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은애: 이번에는 코로나가 바꾼 우리들의 일상, 어떤 게 있었는지 얘기해볼까요?

정민: 마스크의 일상화가 가장 큰 부분이죠. 또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저녁 9시 이후에는 어두워진 거리. 그만큼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지만요.

은애: 제 주변에도 경영 악화로 결국 음식점을 폐업한 지인이 있어요. 안타깝죠. 이와는 별개로, 요즘 거리에 차가 줄어든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주말에도 차가 많지 않아서, 운전하기는 참 좋아졌어요.

석준: 단체 술자리가 없어진 점도 코로나 이후 바뀐 풍경이죠.

형훈: 관혼상제 문화도 많이 바뀌었지. 우리 집은 지난 추석 때 형제들 아무도 오지 말라고 해서, 각자 따로 보냈는데. 설 때도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고. 편하고 좋더라고.

은애: 제사 음식 준비하랴 명절 스트레스받는 분들 많은데.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다만, 모처럼 친척들이 함께 모일 기회가 없어진 점은 아쉽지만.

형훈: 앞으로 결혼식 문화도 변했으면 좋겠어. 가족들끼리 보내도록, 좀 작게.

정민: 저는 뿌린 게 있어서… 곤란한데…

형훈: 뿌린 게 있어도 안 받으면 되지.

정민: 그 정도 재력은 안 되어서…

(일동 웃음)

은애: 이번에는 환경 문제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코로나19도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정민: 올해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이 있었는데. 내용을 보면 상식적인 수준이라, 말 그대로 선언에 그친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습니다.

석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이미 영향평가 부결시킨 사안인데, 그걸 한번 더 얘기하는 것뿐이었고. 곶자왈 관련 용역도 계속 발표를 늦추고 있죠. 국립공원 확대 지정과 맞물려 있는 사안인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요. 국립공원 확대 지정의 경우 원 지사 공약이기도 하지만, 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데요. 주민 반발로 공청회도 무산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주민을 설득하고 해야 하는데. 주민 반발한다고 발을 빼는 모양새죠.

형훈: (원 지사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그런 걸 선제적으로 나서서 해줘야지. 송악선언처럼 (논란이) 다 정리된 뒤에 나중에 얘기한다고 효과가 있겠나. 송악선언보다는 제주선언을 해서 10년,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석준: 비슷한 걸 하긴 했습니다. 제주미래비전선언이라고. 청정과 공존 이야기를.

정민: 그때 중산간 이상 개발 안 한다고 했었죠.

형훈: 근데 안 되잖아. 다 개발되고.

은애: 중산간이라는 기준도 모호한 것 같아요. 곶자왈의 기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허울뿐인 선언만 계속하고 있는 게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막상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나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 같은 수백억 예산의 도로공사는 자꾸 하고 있고.

석준: 그래도 제주미래비전선언은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전개하고 있고, 제동을 건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정민: 전임 도정과 다른 목소리를 내긴 했는데. 도민 의식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거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죠.

형훈: 원 지사 이야기하니까, ‘선거법 위반’ 얘기도 안 할 수가 없는데.

정민: 원 지사의 ‘선거법 위반’ 공판 현장에 있던 기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검찰이 두드린 소리만 요란했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재판 현장에서 검찰이 40~45분가량 ‘원 지사가 왜 유죄인가’에 대해 그렇게 설명을 해 놓고. 재판부에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으니까요. 결국 최종 9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는데, 검찰이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은애: 원 지사는 동종전과가 있기 때문에 가중처벌 요인이 성립하지 않나요? 이런 부분도 고려가 된 결과인가요?

정민: 당시 원 지사의 기부행위가 원 지사 당선에 영향을 미친 바가 거의 없고, 그다음 선거도 기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부분이 고려된 것 같은데. 피자는 107명에게 65만원 상당 기부한 거라 금액 자체도 소액이고. 죽 판매도 한 세트에 3~4만원으로 열 세트 홍보해준 거라. 경제적 혜택을 받도록 해준 것이 미비하다는 판단인 거지.

형훈: 어쨌거나 이번 판결로 원 지사는 2번 이상 동종 전과를 갖게 됐네. 재판 하니까 또 생각이 나는데. 4.3수형인 재판은 이제 완전히 해결이 난 건가?

정민: 4.3생존수형인 관련 2차 재심 결과까지 나왔는데요. 2차 재심에서 무죄가 나왔고요. 사실 법률적으로 큰 실익은 없지만, 재판부가 과거 내렸던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만들어진 점은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석준: 이제 남은 건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이지?

정민: 그렇죠. 지금까지 무죄 결과가 나온 상황을 보면,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도 결국 공소기각이나 무죄까지 나오지 않을까요? 내용은 비슷하니까요.

은애: 끝으로 제2공항 이야기도 해 보죠.

석준: 내년에 여론조사가 계획되어 있는 상황인데.

정민: 5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건데. 도민 조사에서 결론이 나오면 찬반 단체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하니, 과정에 부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결과를 문제 삼으면 안 되겠죠.

석준: 다만, 성산읍 주민에 대한 별도 여론조사를 마련한 것이 어떤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닌가 싶네. 혹 도민 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나오더라도, 성산 지역에서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오면. 국토부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명분이 서는 셈이니까.

은애: 저도 그 부분이 우려되더라고요. 어떤 선택을 하건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

형훈: 그러게. 굳이 나눠서 할 필요 없이 도민 조사로 하면 깔끔할 수 있는데.

석준: 제2공항 여론조사 방법은, 원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합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정질문 때 그렇게 이야기했었죠.

은애: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자, 그럼 이쯤에서 그러면 모두 한마디씩 하고 마무리 지을까요? 먼저 국장님부터.

형훈: 올 한해 코로나 시국에 도민들, 대한민국 국민들, 전세계 사람들. 고통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해 주셔서 고맙고, 내년에 더 밝은 모습으로 보길 기대합니다.

석준: 한해 마무리 회의를 이렇게 비대면으로 하니, 코로나 상황에 조금씩 달라지는 문화를 보여주는 듯한데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에는 아예 재택근무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겠는데.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미디어제주>도 고민을 해야겠어요. 모두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민: 코로나 시국이 빨리 끝나서 우리 일상이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 같고요. 사회부 기자로 경찰청, 법원 다니며 새삼 느꼈는데, 공정한 사회. 바른 사회, 상식적인 사회가 어서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은애: 개인적으로 환경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 한 해였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환경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지만. 막상 관련법에는 허점이 많아 난개발이 이뤄지기 쉬운 상황인 점은 여전한 것 같아요. 내년엔 적어도 사업 구간 쪼개기 수법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지 못하는, 관련법 개정이라도 이뤄졌으면 합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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