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70여년 전 국방경비법 등 위반 4.3 수형 생존 피고인 무죄”
“70여년 전 국방경비법 등 위반 4.3 수형 생존 피고인 무죄”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12.21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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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21일 두 번째 재심 선고.
유죄 입증 책임 검찰 증거 제시 없어 “증명 안 돼”
“이념 대립 개인 희생…국가 존재 이유 생각해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70여 년 전 불법적인 군사재판 등으로 인해 옥고를 치른 4.3 수형 생존인에 대한 두 번째 재심에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21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묘생(92) 할머니 등 7명에 대한 재심 재판을 열고 피고인 모두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은 김묘생 할머니를 비롯해 김영숙(90) 할머니, 김정추(89) 할머니, 송순희(95) 할머니, 고(故) 변연옥(1929년생) 할머니, 장병식(90) 할아버지, 고(故) 송석진(1926년생) 할아버지 등 7명이다. 고 변연옥 할머니와 고 송석진 할아버지는 재심 청구 이후 사망했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이들은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군법회의)에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고 수형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적게는 징역 1년부터 많게는 3년까지 선고를 받아 전주, 목포, 안동, 인천에서 수형 생활을 했다. 당시 군·경에 체포돼 조사 과정에서 모진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

변호인은 재심 재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고 구국방경비법에 의한 공소제기 절차를 따르지 않아 (당시 재판이) 위법한 만큼 공소기각이 내려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고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공소사실 불특정과 70여 년 전 공소제기 절차 및 재판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추정은 되지만 모든 절차가 완전하게 잘못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검찰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하지 못해서 무죄를 구형했다. 이번 사건은 범죄를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라며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고 선고했다.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유죄가 선고되며 수형 생활을 한 제주4.3수형 생존인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무죄 선고가 내려진 21일 피고인 및 가족들이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 미디어제주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유죄가 선고되며 수형 생활을 한 제주4.3수형 생존인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무죄 선고가 내려진 21일 피고인 및 가족들이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재판부는 이날 "해방 후 20대 남여를 가리지 않고 이념의 굴레를 씌워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라며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개인이 희생됐고 자녀도 연좌제 피해를 입었다. 국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존한 피고인들에게는 여생 동안 평안한 삶이되길 바란다"며 "우리(후손)들에게는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없도록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이날 판결 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고인들은 재판부의 결정에 환영했다. 특히 선고 전 사망한 고 변 할머니의 딸은 "어머니가 평소 '나는 죄가 없다'라고 말씀하신 결말을 오늘에야 봤다"며 "죄 없는 어머니가 너무 고생했고 하늘에서나마 편히 쉬셨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지난해 1월 4.3 수형 생존인에 대한 첫 번째 재심 선고 당시에는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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