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어린이 작가와 어르신 작가들이 탄생했어요”
“어린이 작가와 어르신 작가들이 탄생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12.1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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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계자연유산마을, 그림책을 품다’ 프로젝트
김녕초 아이들은 그림책을, 어르신은 사진집 출간
‘김녕마을과 그림책’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전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만장굴. 어떻게 표현을 하면 좋을까. 우선 그 굴은 땅속에 있다. 아주 넓고 길다. 세상에서 가장 길다고 하던가? 하여튼 만장굴에 대한 느낌은 서로 다르다. 그렇다면 만장굴이라는 세계유산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어린이들은 어떻게 표현을 할까.

용암이 흘러간다. 스며든다
붉은 용암이 검정색 돌로 굳어가고 있다.”
용암이 동굴을 뚫는다. 용암이 더욱더 흘러 점점 큰 동굴이 되어간다.”
뭔가 들어있을 것 같은 뜨겁고 신비한 곳.”
밖은 용암, 안은 시원한 물방울.”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만장굴.”
어두움이 주는 선물. 물이 뚜 뚜 떨어지는 소리도 좋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용암이 흐르고 구멍이 뚫렸다. 커다란 동굴이 탄생했다.”

김녕초등학교 학생들이 표현한 만장굴이다. 세상이 열리는 당시의 이야기가 있고, 마그마 상태의 용암이 막 뭍으로 튀어나온 느낌도 있다. 어느새 용암이 굳고 나서 만장굴이 만들어진 뒤의 느낌도 보인다. 만장굴은 마냥 어두운 곳이 아니라 친근할 수도 있다는 표현도 들어있다.

이런 표현을 한 이들은 김녕초 6학년 학생 모두이다. 김녕초는 만장굴을 품에 지닌 땅에 있다. 이 학교 6학년 학생들이 그들의 느낌을 마음껏 그림과 글로 표현하며 그림책을 만들었고, 그 과정을 담아낸 기획전도 하고 있다. 바로 (사)제주도서관친구들이 기획·진행하고 있는 ‘2020 세계자연유산마을, 그림책을 품다’ 기획전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으로 이뤄지는 기획전은 ‘김녕마을과 그림책’이라는 주제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전시실에서 한창 열리고 있다.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작가로 이름을 남기게 된 김녕초 6학년 학생들. 미디어제주
자신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작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 김녕초 6학년 학생들. ⓒ미디어제주

김녕초 6학년 학생은 모두 17명. 학생들의 그림과 글은 모두 20차례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정승각 작가가 아이들을 도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달고 살았다. 일상생활이 그랬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이 곧 마스크였다. 이번 기획전은 세계자연유산 이야기만 담을 계획이었으나, 마스크도 하나의 소재로 삼았다. 코로나19 세대들에겐 마스크도 생활이 되었기 때문이다.

윤혜령 어린이는 <답답함이 잘려나갔다>라는 제목을 단 그림책을 냈다. 김녕에 있는 만장굴과 조수웅덩이 등을 그림책에 표현을 했지만, 마스크를 그만 쓰고 싶은 욕망도 그림책에 담았다.

양유나 어린이는 <바다거북>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양유나 어린이는 “내가 책을 냈다니, 믿기지 않는다. 첫 책이어서 자랑스럽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귀한 졸업선물을 받은 김녕초 6학년 어린이들. 그들의 이름에 단어 하나를 더 붙이게 됐다. 다름 아닌 ‘작가’이다.

제주도서관친구들이 기획한 '세계자연유산마을, 그림책을 품다' 프로젝트는 올해로 2번째이다. 김녕초 학생들이 올 한해 열정을 들인 작품 원화와 그림책이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전시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도서관친구들이 기획한 '세계자연유산마을, 그림책을 품다' 프로젝트는 올해로 2번째이다. 김녕초 학생들이 올 한해 열정을 들인 작품 원화와 그림책이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전시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녕마을과 그림책’ 기획전은 어린이만 있지 않다. 어르신도 이번 기획전에 참가했다. 프로그램은 달랐다. 어린이는 그림책을 만들고, 어르신은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는 ‘꿈꾸는 청춘 카메라’라는 이름의 추억 만들기였다. 여기엔 사진가 고현주 작가의 도움이 컸다.

70대와 80대 어르신들. 카메라를 잡아본 기억은 흐릿하다.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셔터를 눌렀다. 초점은 맞지 않지만 그들만의 생각이 인화되어 세상에 나왔다. 카메라로 자신의 손을 찍어 보고, 숫자를 찾아서 찍기도 했다. 사진만 찍는 건 아니다. 사진에 담긴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70·80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어르신들은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던 일상의 나날을 박차는 새로운 경험에 벅찼다.

권영전 어르신은 자신의 손을 찍고 다음과 같은 글을 붙였다. “손아 너무나 고맙다. 언제나 나를 도와주고 사랑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나의 삶을 항상 도와주는 내 손.”

제주도서관친구들은 지난해부터 세계유산마을을 대상으로 이런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선흘2리, 올해는 김녕리, 내년엔 또 다른 어린이의 이야기와 어르신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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