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도청 앞에 울려퍼진 깽깨갱~ 둥둥~
도청 앞에 울려퍼진 깽깨갱~ 둥둥~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10.1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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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신양리 주민의 분노와 행정당국의 미온적태도

깽깽~ 깨깨깽~ 둥~둥~ 두두둥~

15일 제주도청 앞에서는 꽹과리와 북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오후내내 울려퍼진 이 소리는 축제나 행사에서 흥을 돋우던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꽹과리와 북소리에는 말로 다 표현 못하는 신양리 주민들의 불만과 간절함이 가득 섞여 있었다. 바로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에 위치한 섭지코지 주차장 부지 매각 등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분노였다.

이날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섭지코지 사수 및 공공용부지 매각환원을 위한 제주도정 규탄대회'에서 신양리 주민들이 분노는 극에 달했다.

무엇이 신양리 주민들의 분노를 제주도청 앞까지 이르게 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섭지코지는 지난 2001년부터 영화, 드라마, 광고 등 홍보가 활발해지면서 관광객들이 늘어나기 시작, 지역주민들이 행정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상가를 신청하고 인근 부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섭지코지의 주차장, 상가, 해녀탈의장이 있는 6078제곱미터 부지를 개발사업자인 (주)보광제주에 팔아 관광객들의 자연경관 관람을 유료화 하면서 개발업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지적이다.

개발업체에 매각된 땅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신양리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적절한 주민동의 절차가 배제된 매각과정, 섭지코지 사유화 등도 신양리 주민들의 분노를 더하게 하는 이유다.

벼랑 끝에 선 신양리 주민들은 결국 이날 규탄대회에서 김태환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도청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대치,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신양리 주민들은 제주도청 앞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해 섭지코지 주차장 부지 매각과 해녀 탈의장 등 공공용 부지 매각에 대한 부당성을 호소했다. 결국 이날 저녁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에서 김 지사와 면담키로 하고 자진해산했다.

제주도당국은 이와 관련 국유지 매각에 일정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업체와 지역주민간 중재 조정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고, 신양리 주민지원하에 섭지지구 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8월 성산읍사무소에서 김 지사와 신양리 주민들의 첫 면담이 이뤄졌었다. 당시 김 지사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키로 약속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신양리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도청 규탄대회까지 이르게 됐다고 신양리 주민들은 설명했다. 15일 저녁에 이뤄진 김 지사와의 면담에서도 신양리 주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저녁 면담은 약 1시간여 동안 성산읍사무소에서 이뤄졌다. 김 지사는 면담에서 섭지코지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개발업체와 주민대표들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면담을 마친 신양리 주민들은 결과에 불만을 드러내며 격앙된 모습으로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이후에도 신양리 주민들의 입장은 강경해 보인다. 현재 6만8000명의 서명을 받은 신양리 주민들은 앞으로도 10만 서명을 받아 오는 10월 30일 이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고 신양리 마을에서 행해지는 행정행위를 중단하고, 주차장 부지 매각 문제 뿐만 아니라 섭지코지 개발 자체에 대한 철회까지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이사무소 폐쇄, 납세거부 운동, 등교거부 투쟁, 대통령 선거 보이콧 투쟁 등도 천명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섭지코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로 제주도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들 수 있다. 무게 중심이 신양리 주민보다는 개발업체에 쏠린 듯한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신양리 주민들에 대해 행정당국의 손길은 미약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제주도당국 이번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차선책이 아닌 최선책을 마련해 신양리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주민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극한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깽깨갱~ 둥둥~, 절로 흥이 나는 꽹과리와 북소리가 제주도청 앞에서 울려퍼지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미디어제주 취재부 / 문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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