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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원도심을 이렇게 변화시켜 보면 어떤가요”
“제주시 원도심을 이렇게 변화시켜 보면 어떤가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12.0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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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5명이 참가한 제주 원도심 미래풍경 건축전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주최, 제주건축가회 주관으로 개최

127일부터 상생모루 1층서12일부터는 문예회관서

탑동, 무근성, 산지천, 지하상가, 종합시장 등을 키워드로

제주 원도심 미래풍경 건축 상상전의 젊은 건축가 5인. 왼쪽부터 양현준(건축사사무소 소현), 권정우(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오정헌(건축사사무소 오), 이창규(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백승헌(에스오디에이 건축사사무소).
제주 원도심 미래풍경 건축 상상전의 젊은 건축가 5인. 왼쪽부터 양현준(건축사사무소 소헌), 권정우(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오정헌(건축사사무소 오), 이창규(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백승헌(에스오디에이 건축사사무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가는 도시를 말하는 직업이다. 허허벌판에 등장하는 도시에도, 기존 도시의 삶 속에도 건축가들은 깊숙이 관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건축가들을 잘 몰랐다. 건축가들은 도시에 삶을 녹여내는 작업을 수없이 해오지만, 실제로 그런 활동을 하는지를 잘 봐오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7일부터 열리고 있는 건축전만큼은 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내 젊은 건축가 5인이 상상을 한 미래풍경을 통해 도시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주최를 하고,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가 마련한 ‘제주 원도심 미래풍경 건축 상상전’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건축가 이름을 걸고 작품을 내놓는 일은 많지 않다. 더구나 여러 명의 건축가들이 하나의 공간을 두고,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더 쉽지 않다. 그동안 제주도내에서 이런 건축전이 열리지 않았기에 더욱 반갑다.

원도심은 기억의 공간이다. 아주 오랜 기억이 묻혀 있고, 그 기억은 세습하듯 내려온다. 사람들이 원도심을 들르고, 답사를 하는 이유도 그런 기억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기억은 사라지기도 한다. 기억을 지닌 이들이 사라지거나, 그런 공간이 없어지면 기억과 함께한 모든 것도 사라진다. 때문에 원도심을 사람들은 중요하게 여긴다. 아주 오랜 기억을 붙잡고 싶고, 그 기억을 통해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원도심 미래풍경 상상전은 건축가 5인의 상상에서 비롯됐다. 참여한 5인의 건축가는 권정우(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양현준(건축사사무소 소헌), 이창규(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오정헌(건축사사무소 오), 백승헌(에스오디에이 건축사사무소) 등이다.

제주지하상가에 변화를 준 권정우 작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미디어제주
제주지하상가에 변화를 준 권정우 작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미디어제주

건축가 권정우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제목으로 제주지하상가와 횡단보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지하상가가 생긴 이후에 도로를 가로지르던 횡단보도는 사라졌다. 횡단보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하상가는 늘 걸림돌이다. 건축가 권정우는 문제해소를 위해 중앙로사거리 밑의 땅속 공간을 밖으로 끄집어낼 것을 건축전에서 제시했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중앙로사거리를 오가는데 지장을 받지 않고, 지하상가는 더 활성화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탑동 복원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양현준 작 '미래로의 귀환'. 미디어제주
탑동 복원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양현준 작 '미래로의 귀환'. ⓒ미디어제주

탑동에 대한 기억을 지닌 이들에겐 ‘먹돌’이 생각난다. 매립 이전 탑동은 먹돌과 관련된 낭만적 풍경이 가득하다. 건축가 양현준은 ‘미래로의 귀환’이라는 주제를 통해 과거의 일부를 복원하고, 그야말로 상상 가능한 미래도시를 꿈꾸려 한다. 그는 공중에 뜬 도시를 그리고 있다. 예전 먹돌과 조간대를 복원시키고, 그 땅만큼을 공중에 띄워서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그림을 건축전에 담았다. 도시가 공중에 매달릴 수도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이미 그런 미래를 만들려는 의도는 시도되고 있다.

산지천 주변 변화를 통해 도심의 적층과 보행, 소소함을 꺼낸 이창규 작 '시간 속을 거닐다'. 미디어제주
산지천 주변 변화를 통해 도심의 적층과 보행, 소소함을 꺼낸 이창규 작 '시간 속을 거닐다'. ⓒ미디어제주

건축가 이창규는 ‘시간 속을 거닐다’는 주제를 정했다. 그는 제주시 원도심 지도를 그려본 경험을 살려서, 산지천 주변을 삶과 연계시켜 보려 했다. 원도심은 기억이 ‘적층’된 도시이며, ‘보행’ 환경은 좋지 않다. 걷는 도심을 만들고 소소한 즐거움도 주겠다는 계획이다. 문예회관으로부터 바닷가로 이어지는 산지천 일대에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주변에 가치 있는 건축물을 사들여 공공성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산지천 중간중간에 보행다리도 만든다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실천 가능한 작업이지 않을까.

종합시장이 있던 의신학원 터에 광장을 만들어 변화를 주자는 오정헌 작 '파스텔 시티'. 미디어제주
종합시장이 있던 의신학원 터에 광장을 만들어 변화를 주자는 오정헌 작 '파스텔 시티'. ⓒ미디어제주

건축가 오정헌은 ‘파스텔 시티’를 제안했다. 예전 ‘근고기’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 중앙로에 있는 종합시장. 원래 종합시장은 제주 첫 중등학교였던 ‘의신학교’가 있던 곳이고, 나중엔 오현중·고등학교가 들어서기도 했다. 지금은 공터로 남겨진 이곳을 풍요의 광장으로 만들고, 대지를 재조직하자는 구상이다. 아울러 이웃한 산지천도 변화를 시킬 경우, 제주시 원도심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과 전혀 다른 무근성7길을 꿈꾸는 백승헌 작 '탈주-기계'. 미디어제주
지금과 전혀 다른 무근성7길을 꿈꾸는 백승헌 작 '탈주-기계'. ⓒ미디어제주

제주북초 인근에 줄서듯 들어선 술집거리.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변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건축가 백승헌은 ‘탈주-기계’라는 제목으로 무근성7길에 변화를 주자고 말한다. 술집을 운영하는 이들은 원주인은 아니며, 단지 세입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업종변환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유목민이듯, 입주자에게도 기회를 주고, 여기를 찾은 이들에게도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주자고 말한다.

5명의 건축가가 만든 건축전은 제주시 원도심에서 일어날 변화를 미리 점쳤다. 탑동, 무근성, 산지천, 제주지하상가, 종합시장 등 원도심 각각의 키워드를 통해 예측 가능한 도시재생의 실마리를 이번 건축전은 보여준다.

건축전에 참가한 건축가 권정우는 “건축가들이 사회와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젊은 건축가들이 미래 제주건축의 주역으로서 참여하는데 이번 전시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제주건축가회 문석준 회장은 “건축가들이 지닌 재능을 외부와 소통하는 기회가 됐다. 젊은 건축가들이 제안한 작업을 통해 원도심에 대한 방향성도 고민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건축전은 오는 11일까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상생모루 1층에서 열리며, 12월 12일부터 17일까지 장소를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로 옮겨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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