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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만 ‘억울한 누명’ 벗은 90대 할아버지 “정말 봄이 왔다”
70여년 만 ‘억울한 누명’ 벗은 90대 할아버지 “정말 봄이 왔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12.07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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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제주법원 재심 재판서 ‘무죄’ 김두황 할아버지
“따뜻한 봄이 왔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기쁜 날이다”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국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재심을 통해 70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김두황(92) 할아버지가 자신의 심정을 '봄'에 빗대, 기쁨을 나타냈다.

김두황 할아버지는 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에서 자신에 대한 재심 재판 결과 무죄를 선고하자 재판부에 "고맙습니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할아버지에 대한 무죄 선고는 재심 청구서 제출(2019년 10월 22일) 412일 만이고 징역 1년이 선고된 날(1949년 4월 11일)부터 따지면 2만6173일만이다.

7일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두황(92, 사진 왼쪽 두 번째) 할아버지가 지인들과 함께 제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7일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두황(92, 사진 왼쪽 두 번째) 할아버지가 지인들과 함께 제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 할아버지는 1949년 4월 11일 미 군정청 법령 19호 위반 및 구형법 77조 내란죄 위반 등을 이유로 당시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목포교도소에 수감됐다. 김 할아버지의 혐의는 1948년 9월 25일 오후 성산읍 난산리 A씨의 집에서 같은 마을 주민 6명과 공동으로 무허가 집회를 열어 대한민국정부의 계획 방해를 기도했다는 것이다. 사흘 뒤인 9월 28일 오후에는 자신의 집에서 B씨 등 2명에게 좁쌀 1되(약 1.8ℓ)를 제공, 폭동행위를 방조했다는 것도 있다.

이듬해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김 할아버지의 당시 나이는 스물한 살. 스물한 살의 청년이 내란죄로 재판을 받아 목포교도소에 수감된 것이다.

재심 재판부(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도 이때의 상황에 대해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 덧붙이는 말을 통해 "해방 직후 국가 정체성을 찾지 못할 때 극심한 이념 대립 상황에서 20세를 갓 넘긴 청년에게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명목을 갖다 붙여 실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할아버지의 변호인은 재판부의 덧붙이는 말에 대해 "재판부가 아닌 사법부의 뜻으로 해석한다"고 하기도 했다.

7일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두황(92) 할아버지가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7일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두황(92) 할아버지가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 할아버지는 법원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감사하다, 성산읍 난산리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70여 년 전 재판을 받던 때를 회상하며 "나는 70여 년 동안 힘들게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김 할아버지는 '무죄 선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말 봄이 왔다"고 표현했다. 또 "무죄 판결이 났다. 따뜻한 봄이 왔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기쁜 날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봄이 왔다"는 표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3추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 말이기도 하다.

한편 김 할아버지와 재판을 도운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가 목포교도소 수감 당시 아직까지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탈옥 사건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김 할아버지는 다행히 목숨을 건져 수형 생활을 마친 뒤 집으로 왔는데, 다시 예비검속에 걸렸다. 이 때 '경찰 영웅'에 선정된 고(故)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의 결단으로 목숨을 구했다. 1949년 1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모슬포와 성산포에서 경찰서장 생활을 한 고 문형순 서장은 제주4.3과 6.25예비검속 당시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군부의 명령에 "부당하다"고 맞서 주민 수백 명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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