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70여년 전 억울한 옥살이 2만6173일만 내려진 ‘무죄’
70여년 전 억울한 옥살이 2만6173일만 내려진 ‘무죄’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12.0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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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 등 수형 생활 김두황 할아버지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범죄 증명 없는 때 해당…무죄”
군사재판 아닌 일반재판 통해 징역살이 수형인 ‘첫 사례’
7일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두황(92, 사진 가운데) 할아버지가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7일 재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두황(92, 사진 가운데) 할아버지가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70여년 전 국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두황(92) 할아버지가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4.3 당시 군법회의(군사재판)가 아닌 일반재판에 의해 유죄가 결정되며 수형 생활을 한 피해자에 대한 재심 결정 및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7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1949년 11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은 선고받아 복역한 김두황 할아버지에 대한 재심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 할아버지는 단기 4281년(1948년) 9월 25일 성산읍 난산리 A씨의 집에서 공동으로 무허가 집회를 열고 '폭도'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것을 결의, 대한민국 정부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기도한 혐의로 당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9월 28일 오후 자신이 집에서 B씨 등 2명에게 좁쌀 1되(약 1.8ℓ)를 제공하면서 폭동행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날 재심에서 "공소사실의 범죄구성 요건 입증은 검사에게 책임이 있고 입증책임에 의해 증거조사를 해야 하는데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없고 무죄를 구형했다. 피고인(김 할아버지)의 변호인도 무죄를 주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에 무죄를 선고하겠다"며 "피고인은 무죄"라고 짤막하게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재판부는 선고한 뒤 일반적인 형사재판에서는 없는 '덧붙이는 말'을 내놨다. 재판부는 "덧붙여서, 이 사건은 의미가 있다"며 "앞서 본 것처럼 재심 대상 판결은 해방 직후 국가가 정체성을 찾지 못할 때 극심한 이념 대립 상황에서 갓 스물(20)을 넘긴 청년이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명목으로 갖다붙여 실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개인의 존엄성이 희생되고 삶도 피폐해져 92세 피고인은 그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며 오늘에 이르러 그 응어리의 크기도 가늠하기 어렵다"며 "오늘 선고가 남은 여생동안 한을 푸는 작은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또 김 할아버지를 향해 "할아버지, 무죄가 선고됐으니 (지난 세월의) 억울함을 푼 게 맞다"며 "앞으로 7일이 지나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무죄가) 확정될 것"이라고 판결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김 할아버지는 지난해 10월 22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고 올해 7월 13일 첫 신문재판을 거쳐 지난달 16일 검찰로부터 무죄를 구형받았다. 이날 무죄 판결은 재심 청구서 제출 후 412일 만이고, 징역 1년이 선고된 1949년 4월 11일로부터 따지면 2만6173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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