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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교육시스템과 건축사자격제도의 상관성
건축교육시스템과 건축사자격제도의 상관성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11.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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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0년 5월호] 이슈
박정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들어가는 말

모든 역사가들은 세계가 전근대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산업혁명이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건축도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진화의 방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신기능과 용도의 건축물이 생겨났으며 수천년동안 건축물의 구조를 담당하던 외피는 대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철, 유리, 콘크리트 등의 새로운 재료 개발로 조적내력벽이 아닌 기둥과 보로 뼈대를 이루는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같은 새로운 구조시스템이 개발되어 건축물 외피가 구조로부터 해방되는 전기를 가져왔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00년이 조금 넘는 혁신적인 시대였다. 하지만 21세기의 건축인들은 19세기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건축인들이 만들어낸 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건축을 하고 있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21세기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의 4차산업혁명시대로 사회학자들은 19세기 산업혁명 그 이상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각 분야가 4차산업혁명의 커다란 물결 속을 선도적으로 리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미래의 건축환경을 이끌어갈 건축사를 육성하기 위해 기성 건축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깊은 성찰과 방향을 잡아야 할 때이다. 이에 필자는 교육현장에서 예비 건축인을 교육·양성하는 입장에서 4차산업 혁명시대의 변화하는 건축환경에 대비하는 대한건축학회의 역할과 건축 교육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4차산업 혁명시대의 대한건축학회

본론에 앞서 필자의 학회 활동을 요약·기술해 보면 지난 1991년 대한건축학회 정회원으로 학술 발표대회 논문 발표를 통해 첫 학회 활동을 시작한 이후 2016년부터 2년간 ‘대한건축학회 제주지회장’ 재임시 대한건축학회 역사상 70여 년만에 최초로 제주에서 ‘춘계학술대회(2017 건축도시대회 제주)’ 개최에 일조하였다. 2018년부터 학회의 대표적인 학술 활동인 학술논문집(대한건축학회연합 논문집)을 총괄·운영하는 ‘논문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였으며, 2020년 2월 ‘39대 대한건축학회 회장 및 부회장 선거’에서 부회장(연구3담당)으로 선출되어 향후 2년간 건축교육분야 등을 주관하며 교육·학술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4차산업 혁명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의 건축교육과 건축인으로서의 방향을 이끌어야 하는 대한건축학회의 역할과 활동이 그 어느 시기보다도 중요하다. 국내 유일의 종합건축학술단체인 대한건축학회는 건축의 진보와 건축기술의 혁신을 위해 1945년 한국 건축계의 선구자들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건축 관련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25,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이하는 대한건축학회는 21세기 현대인의 사고체계, 생활양식, 국제정세 등에 따라 변화하는 건축 환경속에서 학회설립 목적과 지향점을 재고하고, 그에 따른 능동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기존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전시킨 ‘VISION 2030’을 수립하였다.

대한건축학회가 자체평가한 주요 문제들은 ‘세부전공별 전문학회와의 관계 설정’, ‘본부와 지회간의 정보 공유 및 역할 분담’, ‘건축학과 건축공학간의 별도 인증 등에 따른 건축교육시스템 개선’, ‘건축사 자격제도의 방향제시’, ‘회원에 대한 학회의 서비스 개선’, ‘건축의 지속가능성’, ‘건축정책 및 미래사회 공헌’ 등 말 그대로 개선 또는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학회의 현황 및 제반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VISION 2030'은 단기 및 중장기로 구분한 액션 플랜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며 이는 향후 건축 미래세대를 위한 튼튼한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다. 이에대한 건축학회가 자체평가한 문제 중 필자가 앞으로 학회에서 주관해야 하는 미래세대의 건축교육 시스템과 건축사 자격시험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축교육 시스템과 건축사자격제도

미래 건축세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교육이라는데 건축인의 대부분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교육계는 서로 통합하고 상생하며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야 할 이때 건축인증 시스템과 연관된 건축사자격제도 문제로 심각한 논쟁을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39대 대한건축학회 회장 및 부회장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중 하나가 건축(공)학 교육인증 시스템과 건축사 자격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을만큼 향후 건축계를 이끌어갈 세대를 위해 현명하게 풀어야 할 난제이다.

국내 건축학교육시스템은 국제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하여 2002년부터 최소 5년제 학부 학위 또는 2년제 이상 대학원 건축학 전문학위 교육과정으로 개편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건축사법에 의한 건축사 자격제도는 취득 조건으로 인증받은 교육과정 이수와 최소 3년 이상의 실무 수련 기간을 적용하여 시행하고 있다. 건축관련 학과에 전문대학교 이상 연간입학자(2018년 기준)는 약9,952명으로 그 중에 건축학(5년제) 72개교 2,605명(26.2%), 건축공학(4년제) 77개교 2,954명(29.7%) 건축학(4년제) 20개교 728명(7.3%) 그리고 전문대 3,665명(36.8%)이다. 2019년 말에 건축예비사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서 2020년부터 전문대 이상의 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약 75%는 향후 건축사자격시험 조건인 건축실무수련이 법적으로 불가하다.

이에 건축교육학 비인증 학교에서는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건축사 시험 응시 기회조차없는 배타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인증 학교에서 주장하는 건축사 자격제도의 주요 문제점으로는 건축학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등의 건축선진 국가에서도 건축사자격시험 응시자격으로 인증학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제 학위자도 인정하고 있는데 국내는 오히려 배타적으로 운영한다는점, 기존의 건축사 수련제도를 없애고 국제적인 인증교육제도를 폐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국내 건축산업 전반의 생태계와 안정성을 파괴하고 있는 점, 국제적인 건축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인증학위 졸업생이 매년 2천명이상 배출되는데, 인증학위 졸업생이 건축사 자격을 획득하고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사례에 대한 실효성 문제 등을 꼽고 있다.

이에 건축교육학 비인증학교에서는 건축학 관련 다양한 학제를인정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건축사법의 실무수련 규정이 다양한 교육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4·5년제 또는 인증·비인증 건축교육학제 졸업자들에 대해 실무수련기간을 차별화 적용하는 방안 또는 건축사 자격을 국제건축사(5년제)와 국내건축사(4년제)로 이원화하는 방안 등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학교육 시스템과 건축사 자격 시험제도 개선 문제는 건축사 예비시험제도가 폐지된 올해부터 더욱 심각하고 열띤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5년제 건축학인증학교와 비인증학교와의 상생방안뿐만 아니라 대한건축사협회 등 유관 건축단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상호협력 체계의 구축과 소통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맺는말

미래세대를 위한 제주건축계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지역 건축 3단체가 각각의 정체성에 따른 본질적 역할수행과 함께 도내 건축관련 학과들과 산학간 상부상조의 자세로 소통과 협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공공건축가 제도가 또다른 모습의 옥상옥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미래세대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비옥한 제주건축 토양을 일구고 알찬 씨앗을 뿌려 제주건축이 한단계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공공건축가들이 짊어진 무게인 것이다. 이와 함께 건축 3단체가 15년째 개최하고 있는 ‘제주건축문화축제’는 타지역 건축단체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제주건축인들이 지속적으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필자가 제주건축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어 그동안 선후배 건축인들이 다져놓은 협력과 소통의 토양을 더 비옥하게 일구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할 것이다. 제주의 건축 미래세대를 위해 !

이처럼 건축교육 시스템과 건축사 자격시험제도 개선문제도 제주건축계처럼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의 대안을 찾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라 안팎으로 모두가 힘든 이 때, 모쪼록 건축인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미래세대를 위해 큰 마음으로 소통·협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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