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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 임성재, 마스터스서 亞 최고 성적 내다
제주 출신 임성재, 마스터스서 亞 최고 성적 내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11.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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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태어난 21세 임성재, 첫 출전에 준우승
최경주의 기록 경신하며 亞 최고 성적으로 '우뚝'
티샷 후 타구 방향을 바라보는 임성재.  [사진=마스터스 제공]
티샷 후 타구 방향을 바라보는 임성재. [사진=마스터스 제공]

 

2004년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이하 마스터스). 아멘 코너(11·12·13번홀)의 시작인 11번홀(파4), 최경주(50)는 두 번째 샷에서 '샷 이글'에 성공했다. 아멘 코너 역사상 세 번째 '샷 이글'이자,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 아이는 자신의 부모에게 "저도 최경주 선수처럼 마스터스에서 플레이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16년이 흘렀다. 2020년 마스터스. 최경주를 보고 자란 아이가 2위로 마스터스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바로 임성재(22).

1998년 3월 30일 제주에서 태어난 임성재는 6세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중·고교 시절 마스터스 출전을 꿈꾸며 충남 천안시에서 골프를 배웠다. 2014년 16세의 나이로 국가대표가 됐다. 2015년에는 한국과 일본 퀄리파잉 스쿨(큐스쿨)을 통과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꿈을 펼치기에 아시아는 좁디좁았다. 2017년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부 격인 웹닷컴투어(현 콘페리투어) 큐스쿨을 통과했다. 이후 2승을 거두며 웹닷컴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덕분에 2018~2019시즌 PGA투어에 합류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매슈 울프,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아널드 파머 어워드(신인상)를 수상했다.

신인상을 받고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무관'이라는 수식어가 끊임없이 괴롭했다. 톱10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려도 한 방이 부족해 트로피를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연습벌레라는 별명처럼 우승을 향해 끊임없이 연습했다. 끈기의 사나이는 결국 PGA투어에서 첫승을 거뒀다. 올해 3월 혼다 클래식(2019~2020시즌)에서다. 6언더파 274타로 매켄지 퓨즈(캐나다)를 한 타 차로 누르고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 우승을 기반으로 PGA투어 메이저 대회이자, '명인 열전'이라 불리는 제84회 마스터스(총상금 1150만 달러·약 127억2590만원) 출전권을 획득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 도착한 임성재는 "마스터스 출전을 꿈꾸어 왔다. 어릴 때부터 최경주 선수가 출전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첫날 4위에 올랐다. 둘째 날도 6위로 선두권을 유지했다.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가 놀랐다. PGA투어에서 근무하는 추아 추 치앙 이사가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드디어 아시아인 우승자가 탄생할 것 같아"라고 들떴다.

무빙데이라 불리는 3라운드 공동 2위에 랭크됐다. 소름이 돋았다. 대망의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가 16일(한국시간) 열렸다.

임성재는 한국인 최초로 마스터스 챔피언 조에 편성됐다. 선두인 더스틴 존슨(미국), 나란히 공동 2위에 오른 애브라함 앤서(멕시코)와 함께 아웃코스로 출발했다.

임성재는 2번홀(파5)과 3번홀(파4) 두 홀 연속 버디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선두였던 존슨은 상대적으로 흔들렸다.

6번홀(파3)과 7번홀(파4)에서는 긴장했던 탓인지 이번 대회 주 무기였던 쇼트 게임이 말을 듣지 않았다. 6번홀에서는 짧은 퍼트(1.2m)를 놓쳤고, 7번홀에서는 벙커 샷을 실수했다. 그러나 심기일전했다. 이어진 8번홀(파5) 중간 거리 퍼트를 떨구며 1타를 만회했다.

전반에서 1타를 줄인 임성재는 10번홀(파4)부터 12번홀(파3)까지 3홀 연속 파를 기록했다. 아이언 샷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린에는 올랐으나, 깃대와 먼 거리에 공이 떨어지면서 긴 거리 퍼트가 남았다. 후반 첫 버디는 아멘 코너 마지막 홀인 13번홀(파5)에서 나왔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날린 공이 깊은 러프로 들어갔다. 레이업에 이어 깃대를 정조준했다. 그린에 오른 공은 부드럽게 구르며 홀 방향으로 향했다. 짧은 퍼트가 남았다. 버디.

임성재는 15번홀(파5) 두 번째 샷이 그린 넘어 해저드로 향했지만 직전에 멈췄다.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상황. 침착한 어프로치로 버디를 잡았다. 이후 그는16번홀(파3)부터 18번홀(파4)까지 파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쳤다.

최종 4라운드 결과 임성재는 버디 5개, 보기 2개를 엮어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캐머런 스미스(호주)와 나란히 공동 2위에 올랐다. 우승한 존슨(20언더파 268타)과는 5타 차가 났다.

결국, 임성재는 그린 재킷을 입지 못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플레이를 보고 자란 최경주의 기록(3위)을 경신했다. 그야말로 '위대한 한 발자국'이었다.

한국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쓴 임성재는 "생애 첫 마스터스 출전이다. 목표는 예선 통과였다. 1·2라운드 상위권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공동 2위로 마무리해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기뻐하며 "코로나19로 패트론(마스터스 갤러리)이 없어서 긴장이 덜 됐다. 그래서 라운드를 플레이하면서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소식을 들은 최경주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는 "(임)성재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마스터스 아시아 최고 기록을 경신해서 기쁘다.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 더스틴 존슨. [사진=마스터스 제공]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 더스틴 존슨. [사진=마스터스 제공]

 

티샷을 날리는 타이거 우즈. [사진=마스터스 제공]
티샷을 날리는 타이거 우즈. [사진=마스터스 제공]

 


한편, 존슨은 와이어투와이어(나흘 연속 선두)로 우승했다. 그가 기록한 20언더파는 마스터스 최저타 우승이다. 통산 24승(메이저 2승)을 쌓았다. 생애 처음 그린 재킷을 입은 존슨은 눈물을 보였다. 그는 "꿈을 이루었다. 어릴 때부터 마스터스 우승을 꿈꾸며 살아왔다. 정말 놀랍다"고 눈물을 닦으며 "마음속으로는 조금 의심했지만,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출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1언더파 287타로 공동 38위에 머물렀다. 그는 이날 12번홀에서 발목이 잡혔다. 총 10타를 치며 7타(셉튜플 보기)를 잃었다. 이 기록은 자신의 PGA투어 한 홀 최다 타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종전 기록은 199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나온 9타였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시즌과 상관없이 4대 메이저 우승)을 노렸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5위에 그치며 실패했다.

마스터스를 우승하겠다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2언더파 286타)는 굴욕을 당했다. 63세인 베른하르트 랑거(독일·3언더파 285타)에 한 타 뒤졌다. 두 선수의 나이 차이는 무려 36살로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다.

한국 선수 중 강성훈(33)은 3언더파 285타로 공동 29위, 김시우(25)는 2언더파 286타로 공동 34위를 하며 대회를 마쳤다.

 

아주경제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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