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우리가 살았던 모습은 진정한 공동체문화”
“우리가 살았던 모습은 진정한 공동체문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11.16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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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마을신문 달그리안 ‘섬에서 태어나 바람이 되다’展
11월 30일까지 ‘우도섬마을생활사박물관’에서 보여줘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섬사람. 그들의 삶은 뭍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풍토가 다르기에, 삶도 다르다. 어쩌면 섬사람들은 뭍사람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더 강했는지 모른다.

우도. 제주도의 동쪽 끝에 있는 섬이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지금은 개발이라는 광풍이 우도를 휩쓰는데, 예전 우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남긴 사진으로 그들의 삶을 엿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섬에서 태어나 바람이 되다’라는 이름을 단 전시회다.

우도마을신문 달그리안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섬에서 태어나 바람이 되다' 전시.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우도마을신문 달그리안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섬에서 태어나 바람이 되다' 전시.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이 관람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전시회는 지난 1일부터 열렸다. 우도면이 주최하고, 우도마을신문 ‘달그리안’이 주관하고 있다. 벌써 보름을 훌쩍 넘겼다. 전시회는 11월 30일까지여서 며칠 남진 않았다. 이번 전시는 ‘김석린진사역사공원 우도섬마을생활사박물관 개관기념전시’라는 이름을 달았다. 김석린은 19세기에 우도에 처음 정착한 인물로 기록된다. 어쩌면 그로부터 우도라는 역사는 시작된다. 김석린진사역사공원은 3채의 건물을 두고 있으며, 우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섬에서 태어나 바람이 되다’ 전시회 시발점은 우도에 사는 이들의 앨범에 담겼던 사진을 꺼내는 작업부터였다. 고이 모신 사진, 벽에만 늘 걸렸던 사진, 혹은 꺼내놓고 싶지 않은 사진, 공유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전시회를 찾으면 우도 사람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보인다. 전시는 탄생으로부터 시작해 유년, 배움, 청춘, 잔치, 삶, 가족, 노년 등의 주제별로 사진을 묶어서 보여준다. 예전엔 첫돌을 ‘돐’이라는 글자로 표현했다. 그 흔적이 사진에 묻어난다. 우도의 주흥동 청년들은 입춘만 지나면 연극으로 하나됨을 표현했다. 연극이 끝나고 나서 찍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전 여학생의 모습은 양갈래머리였다. 그 모습도 고스란히 사진에 담겨 있다. ‘의리’를 강조하는 청년들은 술김에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단기 4294년 ‘술취한 하루’라는 사진속 글이 와닿는다.

1960년대와 70년대 청춘들은 왜 그리도 춤에 열광했을까. 지금도 열광했지만, 당시 청춘들은 들판과 계곡이 그런 장소였다. 우도봉과 돌칸이는 바로 우도의 청춘 남녀들이 찾는 장소였다.

달그리안 김영진 대표기자는 “우도의 옛 모습을 돌아보는 전시를 통해 우리가 결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려고 사진전을 기획했다. 전시를 통해 우리가 보존해야 할 공동체문화의 가치를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섬에서 태어나 바람이 되다’는 사라져가는 우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일환이다. 우도 생활사 아카이브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달그리안 마을기자로 활동하는 강윤희씨는 “보고간 이들이 입으로 입으로 전시회를 알리고 친구가 친구를 데려오고, 부모를 모시고 전시회를 오기도 한다”며 “옛 사진 하나로 소통이 되는 자리가 됐다. 기억이라는 건 우도사람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도 전시회를 보고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한다”고 말했다.

기억은 공유된다. 기억은 공감을 끌어낸다. 오직 한 사람만의 기억으로 알았으나,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겐 ‘공유되는 기억’이다. 우도마을신문 달그리안의 노력으로 진행되는 아카이브 작업. 다음엔 어떤 걸 들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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