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7:49 (목)
“학교 공간은 획일화된 어제의 모습이 아니랍니다”
“학교 공간은 획일화된 어제의 모습이 아니랍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11.1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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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단 전문적 학습공동체, 현장 답사하며 공간 이해
권정우 소장과 김영수도서관, 부설초, 성산중 등 답사
“건축가와의 협업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환경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학교 공간이 변하고 있다. 기존 학교 틀을 바꾸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학교는 교사들의 공간을 중심으로 좌우로 학생들의 공간이 차지하는 구조, 복도를 따라 죽 이어진 교실 공간. 어떤 학교는 가운데 현관을 두고, 좌우 대칭형을 고수하는 곳도 있다. 학교는 이래야 한다, 교실은 이런 구조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은 곳이 학교였다. 마치 불문율처럼 그랬다.

학교 공간이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오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확장시켜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면서였다. 새로운 사람은 건축을 이야기하고, 공간을 말하는 건축가였다. 제주도내 각급 학교에 건축가들이 투입되고, 이들이 교육주체와의 협업을 통해 학교 공간을 바꾸는 일을 해오고 있다.

건축가가 학교 공간을 바꾸는 일에 투입된 것과 아울러 교사들도 공간을 변혁시키는 주인공이 되자며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교장단 전문적 학습공동체’였다.

지난 9일은 학습공동체 3개 동아리(서로달빛, 더해밀, 소소모)에 속한 교장들이 제주도내 학교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공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답사를 가졌다. 이날 답사는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권정우 소장이 함께했다. 권정우 소장이 직접 손을 댄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제주교대부설초, 성산중학교를 둘러봤다. 또한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섭지코지의 ‘유민미술관’과 마리오 보타의 ‘아고라’를 보면서 건축감각도 익혔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장들이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에서 권정우 소장의 설계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장들이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에서 권정우 소장의 설계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영수도서관은 ‘2020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탄생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설계를 했던 권정우 소장은 “관덕정 주변 도시재생 일환으로 방과후 아이 돌보미 사업을 하겠다면서 노인회관의 공간을 활용하라고 하더라. 그러나 그 공간보다는 제주북초의 김영수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관사와 창고동, 도서관은 따로였으나 이를 합치자고 제안을 했다. 또한 지역에 개방하는 프로그램도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학교 공간을 지역에 개방하는 게 가능할까?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건축가와 당시 학교장 등의 의지가 모였다. 현재 김영수도서관은 학교의 공식 일정이 끝나는 오후 5시 이후와 주말엔 주민들에게 개방된다. 김영수도서관엔 책을 기증한 이들의 이름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권정우 소장은 “김영수도서관은 학교공간을 밖으로 열어둔 곳이다. 기증자 명단을 새겨둔 건 기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간임을 말하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제주교대부설초는 도서관을 새로 꾸미고, 활용되지 않던 공간을 재탄생시켰다. 이 역시 권정우 소장이 설계를 지휘했다. 복도와 복도가 마주하는 ‘사이공간’을 활용, 아이들의 쉼터로 만들었다.

권정우 소장은 “아이들이랑 워크숍을 하면서 공간을 탐색했다. 이런 활동은 아이들에게 공간을 이해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게 바로 사용자 참여 설계이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절충을 하게 되는데, 그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길이 된다”고 설명했다.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권정우 소장이 9일 부설초 도서관에서 아이들이랑 협업을 하며 느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권정우 소장이 9일 부설초 도서관에서 아이들이랑 협업을 하며 느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학교공간을 바꾸는 일은 기존의 틀을 깨는 일에서 시작한다. 생각이 변해야 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서로달빛’ 동아리에 소속된 외도초 이금남 교장도 이 점을 강조했다.

이금남 교장은 “인간이 공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공간이 인간의 사고를 규정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의 물리적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수용적이어야 한다”면서 “뜻있는 건축가들과의 협업으로 학교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학생들이 이런 작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학교를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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