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일수록 확장 예산을 해서 제주 경제를 이끌어가야”
“후반기 첫 행감, 출자출연기관 방만한 경영 개선 요구에 초점”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도의원 출마하려고 해도 자기 동네에 가서 먼저 얘기하고 하는데, 당연히 도민들한테 이번에 도전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하겠느냐? 밖에 돌아다니면서는 다 나오겠다고 하면서 동네 사람들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으면 이건 도의적으로 안되는 거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최근 대권 도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를 겨냥해 작심해서 내놓은 비판의 말이다.
좌남수 의장은 <미디어제주> 창간 16주년 기념 대담을 위해 지난 2일 의장실에서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동네 정치인’으로서 이같은 충고를 건넸다.
내년 제주도의 재정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확장 예산을 해서 제주 경제를 이끌어가야 한다”면서 확장 예산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도에서 작업중인 예산안을 보니까 4조7000억 정도인데 저는 이것도 적다고 했다. 올해 당초 예산이 4조8000억 정도였는데 그 이상을 가져오라고 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지금 당장 춥고 배고픈데 후세를 위해 빚을 낼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4.3특별법 통과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섰던 전국 순회일정에 대해서도 그는 “17개 시도 중 경북, 대구, 부산 등 3곳을 제외한 14곳 광역의회는 모두 본회의에서 4.3특별법 개정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면서 “안되면 한 번 더 다녀오겠다. 이번 기회에 못하면 영원히 못할 거다”라며 4.3특별법 개정안을 관철시키는 데 더욱 힘을 쏟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
다음은 좌남수 의장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Q. 제11대 제주도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되신 후 3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후반기 첫 행정사무감사가 모두 마무리됐는데 이번 행감을 통해 의회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짚어주십시오.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코로나로부터 도민안전을 지키고, 피폐해진 민생문제 우선 해결, 경제 활력으로 제주를 살리는 정책 행정사무감사로 실시됐다.
우선 이번 행감에서는 출자출연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주관광공사가 개점 4년 만에 267억원에 달하는 손실로 시내면세점을 철수하는 등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점이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서 감사위원회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감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원희룡 지사가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개인적인 휴가 일정으로 서울 마포포럼에서 ‘대권 출마’를 선언한 사실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2007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도로 이관된 특별행정기관의 지난 14년 간 운영에 따른 과제와 전국 꼴찌 수준의 제주 청렴도, 제주형 뉴딜정책 관련 정책과제 발굴 여부와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문제, 개발과 보존 문제, 교통 및 상하수도, 쓰레기, 행정 사각지대의 소외된 이웃 문제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항을 집중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행정사무감사 기간이 10일인데 비해 피감기관이 너무 많아 현미경처럼 현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Q. 제주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토론회와 현 제주공항 활용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쟁점 토론회까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도와 의회가 도민 의견수렴방안을 협의해야 할 차례인데요. 도 집행부에서는 주민투표나 공론조사보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의장님은 도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그 이유를 함께 말씀해주십시오.
우리 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제주도가 마련한 ‘현 제주공항 확충’에 대한 끝장토론이 마무리됐다. 제2공항 갈등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토론회였다.
보조 활주로의 ‘효율성’과 ‘안전성’에 가치, 소음문제, 장래 제주항공수요 예측치 등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지만, 토론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우리 도의회는 제2공항 갈등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진행된 ‘끝장토론’이 마무리됨에 따라 주민투표나 여론조사 등 올해 안에 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Q. 최근 원희룡 지사 도내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이른바 ‘송악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이번 원 지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향후 도내 개발 사업에 대한 도의회 역할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십시오.
원희룡 지사가 ‘송악선언’을 통해 제주의 핵심가치를 키우는 청정과 공존을 위한 대규모 개발을 제한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번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에 그칠 염려도 크다고 본다.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개발사업과 향후 투자유치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없다.
고용 확대와 마을 소득을 위해 개발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 와서 개발을 하지 않겠다면 찬성과 반대 주민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Q. 의장님께서 취임하신 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대응, 제주형 뉴딜 정책을 발굴하는데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함께 하면서 도와 의회가 협치 복원의 첫 단추를 꿴 부분에 대해서는 도민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계신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도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많은데, 가장 시급하게 도와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극복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연일 발표되는 제주지역 경제지표를 보면 우려가 크고, 장기화될수록 더 걱정이다. 생산과 소매 판매는 물론 건설 수주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소비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양극화 현상도 시급히 해결돼야 하며, 특히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
‘재정절벽’ 속에 도와 도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경제와 민생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재정확대 기조의 예산안이 마련되고, 재원 문제 등은 우리 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렵고 소외된 분들의 복지시책도 꼼꼼히 챙기도록 노력하겠다.
Q. 최근 헌법재판소에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도의회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그리고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교육의원 존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의장님의 개인적인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헌법재판소는 9월 24일 제주참여환경연대가 2018년 4월 제기한 교육의원 관련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제66조 제2항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심리하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10년 이상 시행된 제도를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은 뚜렷한 명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제주가 교육자치의 선도 모델로 도입한 교육의원 제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돼 최후까지 남아 있다. 지금까지 운영돼 온 교육의원 제도가 교육자치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연구는 물론, 전 도민의 입장에서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인식들을 확인하는 작업들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객관적이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절차를 통해 제도의 유지나 폐지를 논하는 것이 합리적인 과정이라고 본다.
Q. 원희룡 지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요. 행정시장 직선제는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행정구역 개편은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우선 행정구역 개편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장님 생각은 어떠신지, 행정구역을 개편한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하기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이 사실상 2번이나 좌초됨에 따라 제주특별법 개정이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것이 행정구역 개편이다.
현재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음 지방선거가 2년 앞이기 때문에 행정구역 개편 또한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지금 행정구역 개편안은 지난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에 제시된 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4개 구역으로 나누는 안이다. 하지만 이 4개 구역안은 기존 서귀포시와 제주시로 구분되어 있던 지역을 하나의 동제주시, 서제주시로 묶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주민 정서가 고려되지 못한 점이 있고, 인구 편차도 크다.
다른 방법을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한 3개의 행정구역 조정안 등 지역적 정서와 인구 편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민 의견을 종합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최근 원희룡 지사의 중앙 정치 행보가 더욱 잦아지고 있고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는데요. 원 지사의 최근 행보와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지사의 대권행보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원 지사는 대권 도전 결심이 서면 도민들에게 먼저 알리겠다고 했는데,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서울 마포포럼에서 ‘대권 출마’를 선언해 버렸다.
제주에서 도민들로부터 성원을 받으며 출발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대권 도전 선언은 선언이고, 지금 신분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다. 도정에 전념하면서 제주형 뉴딜정책이라든가, 제2공항 문제, 개발과 보존의 문제, 코로나19 극복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 등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대응과 제주형 뉴딜 정책을 발굴 등 도와 도의회의 협치 복원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원희룡 지사는 대권 행보보다는 제주 지역의 현안과 지사 역할에 전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Q. 제주도의회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도정에 대한 견제’라는 면에서 함께 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대한 당부 말씀과 앞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도의회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그에 따른 의원들의 의정활동 또한 중요도가 배가되는 실정이다.
물론 언론도 도민의 알 권리 충족과 비판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의회나 언론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면서 가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현안 하나 하나, 의제 하나 하나에 너무 집착하고 답을 찾으려고 해 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도정에 대한 견제도 지금보다는 앞을 보고 미래를 보면서 눈높이를 맞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반기 도의회가 출범한지 이제 4개월이다. 남은 임기 동안 더 낮은 자세로 더 다가가는 민생 의정과 대화와 토론이 상존하는 소통 의정, 의원들의 권위의식이나 특권을 내려놓고 도민들의 눈높에 맞춘 의정활동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
초심대로 도민을 위한 따뜻한 의정을 펼치는 데 온 힘을 다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