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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무시한 제주문예재단, "출연금 가는 족족 다 써버려"
조례 무시한 제주문예재단, "출연금 가는 족족 다 써버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10.2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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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제주문화예술재단 출연 동의안 심사
안건은 '원안 가결' 했지만... 과다한 예산, 조례 위반 등 다수 문제점 지적
10월 26일 진행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관 행성사무감사 자리 모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코로나19 상황 여파로 내년도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이 전체적으로 삭감될 것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출연금을 22억원 이상 증액할 계획을 밝히며, 도의회로부터 날 선 비판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10월 26일 오전 10시 열린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 출연 동의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제주도가 재단과 협의해 책정한 2021년도 재단 출연금은 112억2800만원. 다만, 이번 심사는 '재단 출연'에 대한 동의안이며, 예산 부분은 오는 11월 다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도의회는 이번 재단 출연 동의안에 대해서 원안 가결하기로 했다.

이번 심사에서 주목할 점은 결과보다 과정이다. ‘원안 가결’된 결과가 무색할 정도의 비판 의견이 행정사무감사 진행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다.

주요 지적 사항으로는 △재단의 과다한 예산 책정 △육성기금 300억원 조성에 대한 조례 위반 사실 △재밋섬 건물 매입 건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은 뒤로한 채 새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점 등이다.

그러면서 도의회는 오는 11월 예정된 예산 심사 때, 세부 예산 항목을 낱낱이 들여다볼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지적된 내용에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 삭감까지도 각오하라는 의미다.

김황국 의원. 

먼저 김황국 의원(국민의힘, 제주시용담1·2동)은 “제주 재정 여건이 굉장히 어려운데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출연금이 굉장히 증액이 되어있”는 점을 지적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역대 출연금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17년도 20억원 > 2018년도 25억원 > 2019년도 28억원 > 2020년도 90억600만원 > 2021년도 112억2800만원 (2020년, 10월 26일 출연 동의안 가결)

위 자료를 보면, 내년도(2021년도) 재단 출연금이 금년도(2020년도)보다 22억원 이상 증액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2021년도 재단 출연 동의안의 세부 내역을 살피면, 운영비 7억7800만원, 사업비 104억5000만원 상당이 책정돼 있다. 특히 사업비 중에는 이전에 없던 △문화정책·협력사업비 6억원 △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 사업비로 21억원 등이 눈에 띈다.

이에 김 의원은 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를 포함, 사업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출연 동의안에 따르면, ‘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란, “디지털미디어 기반의 문화예술 창작 및 기획 역량 향상을 위한 강의, 워크숍, 멘토링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권역별 문화거점을 마련, 일자리 창출까지 잇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현재 제주 시내권에는 이미 많은 문화공간이 존재한다며, 사업 보강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무조건 권역별로 나누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문화거점이 필요한 읍면지역에 집중해 지원하는 등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의원은 “오늘 출연 동의안에 대해 동의하겠지만, 다음 예산 심의할 때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고 한다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이 예산은 맞지 않다고 본다”라며, 사업별 세부 세출 예산안을 명확히 세울 것을 요구했다.

박호형 의원.

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와 관련, 다른 지적도 있었다.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일도2동갑)은 재단이 기존에 운영 중인 문화공간 및 시설들에 대한 미흡함에도 불구, 사업을 계속 확장 중인 점을 지적했다.

재단이 운영 중인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 갤러리, 김만덕 객주 등 시설에 대해 할 역할도 많은데, “지금 하는 것도 잘 처리 못 하면서, 이걸(제주문화예술섬 프로젝트) 한다는 거에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무조건 사업을 확장할 것이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시설물 활성화 문제도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연도별 육성기금 출연금 내역. 2016년 들어서 10억원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300억원 조성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br>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연도별 육성기금 출연금 내역. 2016년 들어서 10억원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300억원 조성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재단이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조성 중인 육성기금 문제도 거론됐다. 출연금 내역 중 육성기금 조성을 위한 부분이 제외되며, 재단이 조례 위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에 따라, 재단은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재단에 제주문화예술재단육성기금을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금 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그 외의 출연금으로 조성”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 제4조 기금의 설치

① 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재단에 제주문화예술재단육성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한다.

② 제1항의 기금조성은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제주특별자치도와 그 외의 출연금으로 조성한다.

③ 기금의 운용 및 관리는 재단에서 별도의 계정을 설정하여 성실히 관리하여야 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출연금 중 일부를 육성기금으로 적립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모은 금액은 170억여원. 2020년까지 300억원 육성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는 이미 실패한 셈이다. 이는 곧, 위 조례의 제4조 2항을 위반한 것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이 육성기금을 활용, 재밋섬 건물 매입에 110억여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사실은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수 차례 도의회를 통해 지적되고 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도 관련 지적이 이어졌는데, 박호형 의원은 “재밋섬 (건물 매입 관련) 부분도 해결이 안 되어 있다”며, 재단의 예산 증액을 통한 신규 사업 발굴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안창남 의원.

안창남 문화관광체육위원장(무소속, 제주시삼양동·봉개동)은 제주도의 강승철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을 향해 조례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안 위원장은 “강 국장님께서 출연금 관련해서 조례를 지키고 계십니까? 이행하고 있어요?”라고 질의했고, 강 국장은 “조례는 이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 위원장은 곧장 “2020년까지 육성기금 300억원을 마련하고, 마련된 기금으로 (재단을) 운영한다고 조례에 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라며 조례 위반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안 의원은 “재밋섬 건물 매입한다고 해서 110억억원,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60억원 총 170억원 다 쓴다는 것 아닙니까”라며, “기껏해야 170억 (육성기금이) 남아 있는데, (출연금을) 가는 족족 써버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강 국장을 향해 “(육성기금 조성 관련 조례를 지키지 않는다면) 출연금을 뭐하러 보내냐고요”라면서, “이런 조례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가는 대로 족족 써버려도 되는 거예요?”라는 호된 추궁을 이어갔다.

그러자 강 국장은 “2018년 이후에는 육성기금 출연금 진행이 안 되는 입장”이라며, “오늘 의원 보고는 사업비 관련” 부분이지, 조례 위반 사실 등을 따지는 시간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강 국장의 답변에 안 의원은 “자세한 예산 관련된 것(내용)은 (오는 11월) 예산 심의가 있기 때문에, 그때 가서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김황국 의원은 “출연금에 대한 동의안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예산 통과는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고, 박호형 의원 또한 “예산 심사 때까지 제대로 된 안이 없으면요, 정말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존재의 이유를 묻겠습니다”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박원철 의원.

제주도 문화정책과가 해야할 일을 재단이 떠맡으며, 예산이 쓸데없이 지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한림읍)은 법정차상위계층에 문화누리카드를 제공, 소외계층에 문화, 여행, 스포츠 관람 등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통합문화체육관광이용권 지원 사업’이 재단 업무로 이관돼 진행되어 온 사실을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통합문화체육관광이용권 지원 사업은 정부에서 70% 예산을 보조하며, 제주도는 해당 업무를 재단에서 하도록 해 인건비, 운영비, 여비, 행사홍보비 등이 재단 예산으로 책정돼 있다.

이에 박 의원은 “각 읍면동에 통보해서 바우처(이용권) 발급하면 되는 사업, 공문 한 장이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을 도가 아닌, 재단에서 인력을 채용해 진행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도에서 맡아 하면 인건비 등 예산 절감이 가능한 부분인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공문 한 장이면 해결될 일을, 한 사람 더 뽑아서 해야겠느냐” 라고 질의하며, “이런 식으로 조직이 방대해지고, 정말 이런 식으로 하지 마세요. 이거든요.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우리 공직자들, 일 안 하겠다는 거예요”라고 도정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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