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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자연사박물관→돌문화공원 소장품 이관, "양쪽 다 망하게 하는 정책"
민속자연사박물관→돌문화공원 소장품 이관, "양쪽 다 망하게 하는 정책"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10.2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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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제주도의회 민속자연사박물관, 돌문화공원 대상 행정사무감사
민속자연사박물관 소장품 8000여점 돌문화공원으로 이관 계획에 '비판'
'돌'과 '민속자연사', 자신만의 정체성 확립한 '체계적인 운영 계획' 필요해
제388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박원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5일 열린 임시회 때 모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 중인 수백억 규모의 전시관 건립 사업이 있다. 돌문화공원의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 사업이다.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설문대할망전시관은 돌문화공원 내 위치한다. 이곳에는 돌문화공원의 소장품과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 일부가 전시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 해당 계획이 돌문화공원과 민속자연사박물관 양 기관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나왔다. 돌문화공원은 제주의 '돌 문화'에, 민속자연사박물관은 '민속과 자연사'에 집중해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22일 제388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진행한 행정사무감사 자리에는 세계유산본부, 문화예술진흥원, 한라도서관, 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도립미술관, 돌문화공원관리소 등 관계자들이 출석, 감사를 받았다.

먼저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한림읍)은 노정래 민속자연사박물관장에게 ‘민속자연사박물관이 (과거에는) 상당히 사랑받는 박물관이었던 점’을 알리며, 2011년 100만명이었던 관람객이 점차 줄어 2019년 39만명까지 하락한 점을 지적했다.

또 박 의원은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 중 8000여점이 돌문화공원(설문대할망전시관)으로 이관될 예정임을 언급했다. 다만, 현재 박물관에 전시 중이거나 전시 예정인 소장품은 이관 작품 목록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사실을 들며 박 의원은 “(소장품 이관 계획은) 양쪽 다 망하게 하는 정책”이라며, “제주의 (민속자연사)박물관, (설문대할망)전시관이 하는 행태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돌문화공원은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한다. 제대로 보려면 3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런데 돌뿐만 아니라 초가를 집어넣었고, 이제는 민속자연사박물관의 민속자료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돌문화공원은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한다. 제대로 보려면 3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런데 돌뿐만 아니라 초가를 집어넣었고, 이제는 민속자연사박물관의 민속자료도 요구해, 결국 얻어냈다. ⓒ미디어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의 관람객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임에도, 박물관의 소장품을 타 기관에 이관시킨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추후 박물관 리뉴얼 시, 소장품이 모자라 돌문화공원에 전시된 작품을 다시 가져와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박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설문대할망전시관을 만들고, 전시품이 모자라니 민속자연사박물관의 것까지 가져다 놓는 형태가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애초부터 전시관 건립 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인데, 돌문화공원이 감당하기 버거운, 너무 큰 덩치의 전시관이 건립되며,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일침이다.

실제로 설문대할망전시관은 연면적 2만4585㎡ 규모로, 국립제주박물관(9687㎡), 민속자연사박물관(7210㎡), 제주도립미술관(7087㎡)보다 큰 대규모 전시관이다. 국립민속박물관(2만38㎡)이나 국립광주박물관(1만5127㎡)보다도 규모가 크다.

박 의원은 돌문화공원의 전시 행태에 대한 지적을 잇기도 했다.

그는 "돌문화 공원의 경우, 출처 불명의 작품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돌문화공원의 주요 전시품인 '돌'이 언제, 어디에서 출토되어 돌문화공원으로 오게 된 것인지, 관람객이 알 수 없게 해놓은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 돌이 어디서 출토되어, 어떻게 전시되고 있는지 밝혀줘야 되지 않을까요, 그게 전시의 기본 아닙니까"라며 돌문화공원을 포함해 출처가 없는 작품을 성의없이 전시만 놓은 제주의 박물관 문화를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제대로 된 장기 계획 없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까닭에, “정체 불명의 박물관이 난립하고 있다”며, 행정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이에 노정래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육지와 차별화된 제주만의 문화, 자연을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고, 소소한 것 하나하나 개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은 이어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이 일부 돌문화공원으로 이관되더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전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설문대할망전시관 조성사업은 돌문화공원의 '종합공원조성사업' 중 2단계 사업에 속한다.

여기서 종합공원조성사업이란, 총사업비 1537억원(국비 768억, 지방비 789억) 규모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22년 동안 2단계 과정을 거쳐 돌문화공원 내 종합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담는다. 1단계로는 기반시설, 돌박물관, 야외전시장 등을 만들고, 2단계로는 오백장군갤러리, 전통초가마을, 설문대할망전시관 등을 만든다.

현재 이들 중 대부분 세부 사업은 완료된 상태다. 단,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설문대할망전시관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909억원 규모의 사업만 아직 추진 중이다. 설문대할망전시관 준공은 올해 말 완료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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