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정의 실현, ‘그린 뉴딜’ 방향성의 한 축 잡아나가야”
“먹거리 정의 실현, ‘그린 뉴딜’ 방향성의 한 축 잡아나가야”
  •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 승인 2020.10.14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공동기획] ④ 친환경급식 현황과 과제

제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1차산업, 그중에서도 농업은 현재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훼손, 코로나19 창궐 등으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제주 농업 생태계에도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 흐름에 주목을 받는 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친환경농업이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와 (영)제주특별자치도친환경연합사업단은 농업과 친환경 먹거리의 현주소를 바라보고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동 기획보도에 나선다. <편집자주>

서귀포시 신효동에 있는 허창보씨 소유 비닐하우스의 내부 모습.
서귀포시 신효동에 있는 허창보씨 소유 비닐하우스의 내부 모습.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2003년 10월 11일. 제주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친환경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제주연대가 출범 선언과 함께 조례 제정 청구운동 발대식이 열렸다.

안전한 학교 급식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농산물이 식재료로 사용돼야 하며, 우수한 학교 급식을 위해서는 학교 급식 종사자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2004년 7월 전국에서 최초로 친환경 급식조례가 제정, 공포되고 2010년 도내 전 학교에서 친환경급식이 전면 실시되는 등 제주는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도 선도적으로 친환경급식이 시작된 모범사례였다.

하지만 제주의 친환경 급식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친환경 급식은 무엇보다도 친환경 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 대부분 타 지역에서 공급되는 쌀과 대규모 재배가 가능한 일부 밭작물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식재료 공급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친환경 농가들의 생산비용 부담이 일반 농가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해묵은 숙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故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도 4년 전 친환경급식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친환경 농업인이 느끼는 생산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다”면서 도내 친환경 농가와 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부분을 지적, 안정적인 유통망과 비용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다행히 지난 2013년에는 도내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 수급 관리를 맡는 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문을 열어 식재료 수급 조절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들로서는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하는 물류센터 설립이 절실하다.

물류센터를 통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 훨씬 더 안정적인 농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내 학교 급식에 친환경 쌈 채소 등을 공급하고 있는 허창보씨(58)도 이같은 맥락에서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9일 오후 수확한 쌈 채소를 납품하기 위해 포장 작업을 하던 중 잠시 짬을 낸 허씨는 “친환경 재배 농가들로서는 무엇보다 잉여 농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밭작물과 달리 시설채소는 적기에 납품하지 못하면 어디에도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된다”면서 친환경 시설채소 재배 농가들로 구성된 생산자위원회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제주에서 친환경 급식 조례 제정 운동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을 당시 학부모 단체는 물론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제주 출신 국회의원, 제주도의회 의원 등이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참여해 힘을 보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정부의 한국판 뉴딜이나 제주도의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의 내용을 보면 농업이나 먹거리에 대한 얘기는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 1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가 지난 1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가 지난 12일 ‘그린뉴딜 선도 지역’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만큼, 구호에 걸맞게 농식품 체계를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제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낮은 농산물 가격과 과잉생산, 유통‧가공 과정에서 손실되는 먹거리 문제, 음식물 쓰레기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평등한 밥상, 그리고 ‘먹거리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그린 뉴딜’의 중요한 방향성 중 하나인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정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때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